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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튜바 유포니움 앙상블
    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08. 11. 15. 19:07
    웨스트윙을 보면서 멍하니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다가 시간을 보니 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다시 추운 주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일기예보가 눈에 들어온다.  산책을 하러 갈까 하면서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튜바 유포니움 앙상블 공연을 6시부터 한다고 한다.  속 시원한 관악기 소리가 듣고 싶었다. 아니면 산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학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프린트 해야할 자료와 혹시나 공연을 산책하다가 놓칠 경우를 대비해서 도서관에서 읽을 책까지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학교로 갔다. 리사이틀 홀에서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갈지 자로 돌아다니다가 리사이틀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6시. 학생들이 하는 무료 공연이기 때문에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사실 이런걸 챙겨서 오는 사람들이 더 신기하다. 맨 뒤에 자리잡고 앉아서 공연목록을 찬찬히 살펴보니 곧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 리사이틀 홀은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아담하고 안락한 공간에 무대 전면으로 거대한 이동식 파이프 오르간이 있거든.

    그간 현악기와 피아노에만 익숙했나보다. 공연 내내 튜바가 저런 악기였나 유포니움은 머지, euphoria 라는 단어가 생각나는구나 하면서 스스로의 무식함을 자책하다가도 뭐 한국 관악기라고 딱히 구분하겠어 하면서 자기 위안하기도 했다.



    좌 튜바 // 우 유포니움
    튜바가 유포니움보다 더 크고 소리가 더 낮은 듯 싶었으며, 튜바의 경우는 크기가 왕따시만하게 큰 것도 있었고 종류도 다양해 보였다.


    아마추어의 공연이지만 즐길만 했다. 기대했던 가슴 뻥 뚫리는 우렁찬 소리는 별로 없었지만, 독주의 연속 후에 마지막에 콰르텟과 관악협주의 거대한 소리는 귀를 때리기 전에 바로 가슴을 때렸다. 마지막 협주에서는 지휘자가 직접 곡을 설명해주기도 했는데 어떤 곡은 US army 인지 navy인지를 위해 작곡한 곡이라는 얘기를 듣고 미국 애들이 나같은 인간보다는 관악기에 더 친숙할 수 있겠구나 했다.

    나라는 인간은 스탕달 신드롬을 자아정체성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가수가 청아하고 길게 한 음 뽑기만 해도 바로 눈물을 쏟는 편인데, 워낙 생소해서인지 이번 공연에서는 눈시울을 붉힌 경우를 한 손으로 셀 수 있다. 그 와중에서도 피아노 반주가 시작됨과 동시에 방광에 있는 물을 제외한 모든 체내 수분이 코와 눈으로 쏠리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Alexander Lebedev의 Concerto in One Moment 라는 곡.


    직접 들었을 때는 더 좋았다. 피아노 반주 부분이 -_-; 역시 사람은 익숙한 것에 더 수이 반응하나보다. 이 튜바 연주자는 초반부터 삑사리를 -_-;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딱 7시. 한 시간에 걸친 짧은 공연이었지만 오랜만에 클래식 공연을 직접 봐서인지 기분이 좋아졌다. 피아노 치고 싶어져 으...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