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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미드
    學而時習之不亦悅乎/언어 2009. 3. 24. 18:58

    1.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미드라... 이런 글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영어 실력이지만, 원래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르 황"을 익히면 "하늘 천 따지"에 대해 떠들고 싶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식함을 무릅쓰고 글부터 싸지르고 보련다. 
    그런데 잠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의문점. 과연 미드를 보는 것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

    2. 대답부터 하자면 글쎄... 사람마다 원하는 영어실력이나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대답하기는 어려운 문제이다. 확실히 Yes!라고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드를 통해 영어 공부를 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①  미국식 리듬과 액센트에 익숙해질 수 있다
    한국에서 영어깨나 한다는 인간들이 영어로 인터뷰 하면 CNN 같은 곳에서는 여지없이 영문 자막을 띄운다. 왜냐, 미국 사람들이 못 알아듣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확한 문장으로 영어를 씨부렁 거려도 강세나 억양, 그리고 리듬 때문에 미국 사람들은 "이게 지금 영어여 머여" 하면서 어리둥절 할 따름이다. 미드를 계속 봄으로써 나도 모르게 노래와 같은 미국식 리듬과 억양, 그리고 강세를 체화하게 된다. 이것은 단기간에 이루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확한 영어 문장으로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지도 모른다. 미드의 계속적인 시청은 이런 점에 도움을 준다.

    ② 뉘앙스, 그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는 감각을 제시한다.
    얼핏 한국어로는 같은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라도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말이 다르다. 게다가 미국 사람들이 가장 능수능란한 것이 바로 sarcasm, 즉 비아냥이다. 드라마의 상황을 보면서 맥락을 따라가기 때문에 이 빈정댐을 캐치하기가 쉽다. 이것은 영어 테이프를 백 번 듣고, 뉴스를 백 번 본다고 해도 얻기 어려운 감각이다.

    ③ 다양한 액센트와 말투를 접할 수 있다.
    한국말에 다양한 액센트와 말투 억양이 있듯이 영어에도 다양한 말투가 존재한다. 사실 전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에 영어의 그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주야장천 성우가 천천히 말하는 영어 테이프만 듣다가, 실제 영어의 세계로 뛰어들게 되면, 온갖 이상한 발음과 액센트에 압도되게 된다. 문제는 나만 못 알아듣고, 미국 사람들은 잘만 알아듣고 있다는 것. 온실 속의 영어에서 벗어나 다양한 액센트와 억양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미드 시청이다.

    ④ 영미 문화에 대한 이해를 고취시킨다.
    언어는 필연적으로 그 언어가 사용되는 사회의 문화를 담지한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유머코드는 물론이요, 가족관계 및 인간관계, 제스쳐, 종교, 의식주, 그리고 명절을 어떻게 쇠는지까지, 미드는 (가끔 왜곡하기는 하지만) 현대 영미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창이라 할 수 있다. 미드를 통해 얻게 되는 선입관도 위험하긴 하지만, 미드조차 보지 않은채로 일반적으로 가지는 영미 문화에 대한 편견은 더욱 위험하다.


    3. 위에서 떠들은 바를 바탕으로 괜찮다 싶은 미드를 선정해 보겠다.

    ① 위기의 주부들 (Desperate Housewives)
    아마 많은 분들이 영어 공부에 좋다고 추천하는 미드일 것이다. 중산층 이상의 주부들이 사용하는 영어이기 때문에 수준도 괜찮고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이며,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발음이 그리 빠르지 않고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양한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좋은 영어 공부의 자료가 될 듯 싶다. 결혼한다는 말을 get married라고만 하지 말고, 나레이터 마냥 tie the knot 같은 표현도 써보자.

    ② 프렌즈 (Friends)
    두말하면 잔소리인 프렌즈. 워낙 많은 사람들이 프렌즈로 영어 공부를 했기 때문에 자료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25분 정도의 길이이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 미드로 영어 공부하기에 입문하는 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드라마를 추천하라하면 단연 위기의 주부들과 프렌즈이다. 프렌즈의 장점은 다양한 슬랭과, sarcasm, 유머 코드, 그리고 미국 문화를 이해하기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미국 특유의 파티 문화와 각종 명절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③ 시트콤 류 (Seinfield, Two and a Half men, The Big Bang Theory 등)
    프렌즈를 비롯한 유명한 시트콤인 Seinfield와 Two and a Half men은 짧은 방송 시간과 재미 때문에 영어 공부 하기에 좋다. Seinfield는 프렌즈 이전에 시트콤계를 장악하던 시리즈이고, Two and a Half men은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이다. 시트콤답게 대화가 많고, 유머 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취향에 따라서 고르면 되겠다.

    ④ Sex and the City, Brothers and Sisters, Anne of Green Gables 등등
    먼저 brothers and sisters도 상당한 수준의 영어를 자랑하고 실생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한 편이다.Sex and the City도 아무래도 작가와 중산층 이상의 여성들이 나오다 보니 꽤 수준 높은 어휘를 구사하긴 하지만 성 담론으로 치우치는 면이 있어서 약간 감점. Anne of Green Gables는 우리 나라 말로 하면 빨간 머리 앤이다. 옛날 드라마(정확히 말하면 영화 시리즈이다) 이긴 한데, 앤이 시종일관 떠들어주는데다가 워낙 이 아이가 감성이 풍부해서 감성에 관련된 수많은 어휘를 폭포수처럼 접할 수 있다. Anne of Green Gables의 장점은, 빨간 머리 앤의 책이나 만화를 본 사람이라면 내용을 대충 알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설령 못알아 듣는다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⑤ 프레이져 (Frasier)
    만약 1, 2, 3, 4를 익혔다면. 그보다 약간 더 수준 높은 영어에 도전해 보자. 바로 프레이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트콤이다. 프렌즈나 여타 시트콤류와 따로 둔 이유는 프레이져만의 엄청난 강점 때문이다. 프레이져는 미국의 상층 문화와 하층 문화를 포섭하며, 언어 또한 대단히 수준 높은 영어와, 교양있는 사람이 이해할 만한 프랑스어(-_-;),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쓰는 평범한 영어가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심한 영국식 액센트를 가진 사람이 주인공 중 하나이기 때문에 미국식 액센트 뿐만 아니라 영국식 액센트에도 친밀해질 수 있다. 더 큰 장점은 엄청 재밌다는 점과, 25분의 짧은 시간, 그리고 한글 자막이 없다는 점. ㅋㅋ 너무 재미있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자막없이 봐야한다..

    ⑥ 웨스트 윙 (The West Wing)
    지금까지 말한 것 중에 가장 수준 높은 영어이다. 백악관에서의 일들을 다루기 때문에, 미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법률의 어휘를 통섭한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철학, 이데올로기, 종교, 문화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며, 백악관 대변인이 쓰는 고급 영어를 계속 접할 수 있다. 다만 말들이 미친듯이 빠르고, 한국어 자막을 보면서도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는 상황에 봉착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추.


    4. 그렇다면 그닥 추천하고 싶지 않은 미드는?
    너무 많다. 대충, 특정 분야를 다룬 드라마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정, 범죄, 의학물, 고전물이 그 예이다. 뭐, 개인의 요구와 취향에 따라서는 볼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일상생활에서 통하는 영어를 하겠다는 사람에게는 비추이다. 내가 본 것 중에 24, prison break, house 등이 그 예이다. 안하는 것 보다야 낫겠지만, 솔직히 범죄자들이 쓰는 영어 알아서 뭐하겠는가-_-;
    의외의 비추를 하자면 유명한 미국 시트콤인 Will and Grace. 입에는 기관총 달았고, 미국에서 몇 년 산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유머를 속사포처럼 쏴대고, 지나치다 싶은 dirty words가 난무한다. sex and the city 정도면 충분할 듯 싶다. -_-; (그러나 재미는 있다. 후훗)

    5. 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미드를 골랐다. 그러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역시나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다르다. 영어의 감각을 익히고 싶다면 그냥 무작정 주욱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진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으면 이런 방식은 좋지 않다. 예전에 중국어 공부할 때, 선생님이 30분을 공부하더라도 30분 동안 다른 내용을 듣는 것 보다, 3분짜리 내용을 10번 반복하는 것이 더 좋다고 했었다. 나도 이 말에 십분 동감하는 바이다. 암기가 없는 외국어 공부는 앙꼬없는 찐빵. 시리즈 별 에피소드를 주우욱 보기보다는 수많은 에피소드 중 한 편을 각개격파하는 것이 영어 공부에는 더 도움이 된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 있으면 좀 더 자세히 말하겠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위에서 말한 무작정 주욱 보는 것도 듣기 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된다. 예전에 근 한 달 동안 아메리칸 아이돌(4와 7시즌)과 프레이져(총 11시즌)를 시청했었는데, 이때 스스로도 듣기가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 자막 없이 보는 것이 관건. 정 답답하면 화면 멈추고 사전이라도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

    6. 아직 미드에 입문하기는 어렵다 싶으면...?.
    본인 영어 실력이 자막이 없으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고, 욕만 알아듣겠다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영어 공부용 미드가 있다. 이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미드가 아니고 교육 자료이다.
    제목은 "Connect with English" 미국 유학이나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특히 강추이다. 내용도 재미있는 편이고, 무엇보다도 영어 표현이 예술이다. 대본만 10년 동안 만들었다고 하는데 알아듣기도 쉽고, 상황에 따른 다양한 영어 표현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추이다. 사실 그 어느 미드보다도 영어 공부하기에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요청이 있으실 경우에는 공지사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