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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의 책장
    사람 사는 느낌으로다가/의미 2010. 6. 26. 03:26
    가끔 친구나 지인의 집에 방문하면 그 집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유심히 보게 된다.
    마치 도둑이 물건을 훔치기 전에 사전답사라도 하듯 모아놓은 장서들을 찬찬한 눈길로 살핀다.

    좋아하는 중국어 표현 중에 이런 게 있다.
    "买书不如借书,借书不如偷书(책을 사는 것은 빌리는 것만 못하고, 빌리는 것은 훔치는 것만 못하다)"
    이런 실정이니 내 눈빛이 먹이를 노리는 사냥개의 그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캬캬캬)
    문득 친구들이 책을 훔칠까봐 자신의 집을 방문한 친구들의 몸 수색을 했다는 기형도 시인이 생각난다.

    어쨌든, 그렇게 다른 사람의 장서를 보다보면 평소에는 몰랐던 그 사람의 취미나 성격이나 관심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집도 내 책장과 다른 가족의 책장이 각기 따로 있어서 가끔 다른 가족의 책장을 유심히 살필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나와는 전혀 다른 가족의 취향을 알 수가 있다. 이를 테면 동생의 책장에는 전공서적, 일본소설, 영미소설, 자기계발서, 건강서적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어머니 책장에는 주로 종교와 서예 관련 서적들 뿐이다. 

    그 중에서도 화장실 앞에 있는 책장에는 내 책장에서 탈락된 책들 그리고 동생 방에서 쫓겨난 책들이 꽂혀 있는데, 가끔은 그 안에서 보물을 발견할 때도 있다. 리뷰를 하려고 마음 먹고 귀찮아서 못하고 있는데 아트 슈피겔만의 "쥐"라는 만화책이 그 중 하나이다.  

    이렇게 가족들의 책장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의 집에 있는 책장에서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졌는데 미처 소유하지 못한 책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만약 훗날 같이 사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내가 똑같은 책은 몇 권이나 가지고 있을까. 그가 가진 책들 중에서 내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내 책장으로 빼돌릴 책들은 얼마나 될까... 뭐 이런 거 말이다.

    유명한 소설가 신경숙씨와 평론가 남진우씨는 결혼한 후에 서로의 책장에 겹치는 책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에 놀라워 했다고 한다. (그들의 서재는 지금도 꽤 유명하다) 이런 비슷한 얘기로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라는 책도 나와 있고.

    요즘 네이버의 모 독서카페에 가입해서 거기에 회원들이 올려놓은 다른 사람 서재 사진을 보다가 주절거린다. 난 소설을 전혀 안 읽는다고 할 정도로 안 좋아하는데, 그분들 서재에는 소설이 엄청나게 꽂혀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ㅋ 아! 그런데 나 최근에 소설 책 샀다. 날 잘 아는 친구가 매우 놀라더군. 안 어울리게 소설책이냐고. ㅋㅋㅋ


    신기한 책장들. 그 중에서도 맨 아래의 책장이 마음에 든다. ㅋㅋ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