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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드] 퍼셉션(Perception S1&2, 2012)
    오덕기(五德記)/美 2013. 12. 10. 18:06

    일단 배경은 내가 좋아하는 시카고(므흣). 가상의 대학교 Chicago Lake Michigan University (CLMU) 신경정신과 교수인 다니엘 피어스 박사와 그의 제자이자 지금은 FBI의 요원인 케이트 모레티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케이트 모레티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니엘 피어스 박사의 자문을 구한다. 주인공이 수사기관 자문위원 역할을 하여 난제를 해결하는 것은 범죄수사물 미드의 흔한 공식 중 하나인데, 당장 생각나는 것만해도 <몽크>, <화이트 칼라>, <멘탈리스트>, <넘버스>, <라이투미>, <캐슬> 등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문역할이 그러하듯 원맨쇼를 하는 와중에도 뭔가 삶을 발목잡고 있는 신체, 정신 상의 문제, 혹은 과거지사라는 특징이 있는데, 우리의 다니엘 피어스가 가지고 있는 것은 편집증적 정신분열병. 여기에 대기업이나 국가조직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은 양념이다. (덕분에 핸드폰도 쓰지 않는 피어스 님 되시겠다)







    이 사람 직업이 교수인만큼 매 에피소드는 다니엘 피어스가 학생들에게 인간의 뇌에 대해 강의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이는 또한 그 에피소드의 복선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이야기에서 다룬 인간의 인식(즉 perception)이나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울림있는 통찰을 강의함으로써 마무리 된다. (수미쌍관 구성의 전형!) 요즘 보고 있는 모던패밀리와 퍼셉션이 이런 식으로 몇 마디 대사나 행위가 아닌 직접적인 언설로써 한 에피소드를 정리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공감을 일으키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시즌 1이 끝난 시점에서 친구의 추천으로 보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대중의 흥미를 끌고 싶었는지 온갖 신경증 증세를 확!풀어버렸었는데, 이게 평소 뇌과학이나 심리학에 관심 많았던 사람들은 (병명까지는 모르더라도) 대충 다 아는 것들이어서 살짝 진부했다. 더불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지 내용 전개 방식도 상대적으로 허술했다. 그런데 시즌 2에서는 드라마 자체에 어느 정도 근육이 붙었는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에 변주를 주었고, 전개방식도 안정되었다. 시즌 1에서는 주인공이 본인의 천부적인 재능에 기초한 선험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다면, 시즌 2에서는 좀 더 합리적이고, 설명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증세나 사건을 이해시킨다. 또한 쓸데없이 들이대던 러브라인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 시즌 1에서는 뭔가 케이트와 대니얼과의 애정전선에 느끼한 교수 하나가 낀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삼각관계를 일거에 걷어낸 것이 시즌 2의 안정화에 주효했다. 


    피어스 박사의 즐거운 한 때




    시즌 1에서는 뭔가 음모론에 입각해서 표면적인 사건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대기업이나 조직에 대한 음습한 기운을 느끼게만 하고 결국 표면적인 사건만 정리하는 용두사미의 전형으로 사람을 벙찌게 했었는데(우크라이나 조직 이야기와 9-10편의 대기업 음모) 시즌 2는 상대적으로 깔끔했다. (시즌 1의 주제의식은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음모론 같은 것을 다루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파악했는지 좀 더 미시적인 사건을 다뤘는데 한 개인에 천착한 것이 인간의 인식(퍼셉션)이라는 주제에 더 적합했던 듯 싶다. 그러나 시즌 2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9화와 10화 연작에서 케이트 모레티가 지나치게 순진하고 멍청해서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아니 인생 원데이 투데이 산 것도 아니고, 더러운 커넥션이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본인이 진실을 말하면 믿어줄 거라고 저리도 당당하게 말하다니 아연실색. 게다가 여하간에 사람을 죽였으니 심적으로 부담이 갈만도 한데(이 부분 감정 표현이 제대로 안 됐다. 배우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디렉터가) 정당방위를 주장하기는 커녕 강간범이자 살해범을 죽였으니 괜찮다고 말해서 날 더욱 놀래켰다. 뭐 결국 해결은 케이트의 수호신 격인 남자 두 명이 다 해주고......,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캐릭터 이야기를 빙자한 배우 이야기를 해보련다.


    다니엘 피어스(에릭 맥코맥Eric McCormack) : 윌이다 윌~!!! 나는 사람 얼굴을 잘 못 알아보는 편이라, 그렇게 즐겨보던 <윌&그레이스>의 윌도 못 알아봤다. -_-;;; 이 사람 특유의 말투를 듣고 혹시 윌 아니야 하고 찾았......;; 이 분 나이가 50인데 동안에 몸이나 성대 관리를 참 잘한 것 같다. 앞머리를 내리니 오히려 윌 때보다도 어려보임!!! 에릭 맥코맥은 여느 연예인들과는 달리 사생활에 있어서도 가정적이고, 사회 문제에도 다양하게 활동하는 모범적인 사람이다. 

    이 드라마에서 다니엘 피어스는 병을 참 쉽게 진단한다. 몇 가지 문진하고 바로 병명을 짚어내니 그가 바로 신의! 


    그러나 수사현장에는 항상 가방을 감싸안고 등장


    케이트 모레티(레이첼 레이 쿡Rachael Leigh Cook) : FBI 요원. 대학 시절 다니엘의 제자였는데 지금은 스승의 이름을 마구 부르는 그런 사이 (키스도 한 그런 사이). 잡설인데 예전에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 다른 과 애들이랑 얘기하다가 우리 과는 감히 스승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데(전통의 사학과) 그 과에서는 교수를 친근하게 이름으로 부른다고 해서(버릇이라고는 없는 신흥 강호 인류학과) 놀랬던 기억이 났다. -_-;(켁, 진짜 잡설)  근데 케이트는 모던패밀리 알렉스 성장버전 같은 똑똑하고 야무진 얼굴을 하고 왜이리도 늙은 남자들하고만 엮이는 건지......(기본 10살씩 깔고 간다)


    맥스 르위키(알제이 스미스Arjay Smith) : 피어스 박사와 동거하는 TA. 지도교수에게 뭔가 착취당하는 느낌이라 한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한 사람들은 깊은 빡침과 함께 공감하게 되는 역할. 맥스의 역할은 피어스 박사가 현실과 환각을 구분 못할 때 이것을 구분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엄마같이 사사건건 챙겨야 하고. 드라마가 제대로 나가려면 뭔가 드라마에 웃음을 주는 르위키가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점점 존재감 시망......


    나탈리 빈센트(켈리 로언Kelly Rowan) : 피어스 박사의 환각 속 친구(라고 쓰고 동수같은 존재라고 읽는다).  피어스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던져주곤 한다. 시즌 1의 말미에서 나탈리의 실존인물 격인 사람이 등장하는데, 솔직히 너무 일찍 푼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신비감을 주거나 해서 야금야금 써먹어도 될 것 같은데. 


    폴 헤일리(레버 버튼LeVar Burton) : 피어스 박사와 대학 때부터 친구이자, 현재 동대학 문화인류학과 교수. 감초같은 역할을 하는데 좀 더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 (수사에 자문을 할 때 문화인류학적으로 헛다리 짚는 거 재미있었음 ㅋㅋㅋ)  


    도니 라이언(Scott Wolf) : 케이트의 전남편. 케이트의 제일 친한 친구와 바람을 펴서 이혼을 하게 되었으나, 어떻게든 다시 케이트와 잘 해보려고 시카고로 왔다. 처음에는 비열하고 후안무치(!)해서 짜증이 났었는데 케이트에게 잘 보이려고 엄청 노력한다. 뒤로 갈수록 이 둘의 러브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은근 재미있는게 함정.

     




    끝마치기 전에......


    기존의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퍼셉션은 매우 좋은 작품이다. 먼저 보통의 범죄심리드라마가 범죄자의 심리를 파고드는 데에 비해 이 드라마는 피해자나 증인들의 심리를 파고든다는 점에서 새롭다. 또한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현실' 혹은 '실제'를 그 기저에서부터 뒤집어 엎어버리고 당신이 보고 있고 알고 있다고 여기는 그 현실이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강렬하게 지적한다. (지독한 회의라서 거의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줌 수준이다) 관심 있으신 분은 이 작품의 자문을 맡고 있는 신경과학자이자 유명한 작가인 데이비드 이글맨(성도 참...독수리 형제도 아니고-_-; )의 <인코그니토>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1. 즐겁게 시즌 3을 기다리고 있다. 


    2. 아 그런데 가끔 죽은 사람들이 환각 속에서 나오는데 이건 좀 무섭긔. -_-;;;


    3. 워낙 관심 있는 주제라 리뷰와 연관 시켜보려고reality라는 책도 봤는데 ㅠ.ㅠ 요즘 다른 덕후 짓 하느라 더 지체했다가는 아무 것도 못쓸 것 같아서 그냥 휘갈겨 쓴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