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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잘난척하는 철학자를 구워삶는 29가지 방법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4. 1. 11. 00:55

    <잘난척하는 철학자를 구워삶는 29가지 방법> - 통념을 전복하는 철학적 수다

    원제는 <Manuel de survie dans les diners en ville> '저녁 파티에서 살아남기 위한 설명서' 정도되겠다. 아래 내용은 서평은 (절대) 아니고 모두까기인형 빙의


    원래는 다른 책을 빌리려고 했는데 그 책이 없어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책 색깔에 끌렸다. 신화팬은 주황색에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경향이 있다.(원래는 겉표지가 따로 있다)



    반납 당일 난 급한 마음에 책을 회사에 들고가서 월급루팡 짓을 시작했다. 

    책은 요즘 가장 핫한 철학자인 지젝의 엘리베이터 버튼과 민주주의 투표의 예로 상콤하게 그 포문을 열었다. 책을 살까하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다음 장에서 바로 느낌이 왔다. 재미있기는 하겠지만 한번 보면 끝이겠다. 


    초반에 정말 번역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식언이 어느 체언이나 용언을 수식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순이 뒤죽박죽이다. 역자가 뜻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번역하면 이런 식이 된다.(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말이다 -.,-) 책을 읽던 중간 깊은 빡침과 함께 번역자를 검색했다. 올해 들어 두번째 느낀 번역에 대한 분노였다(팔!레!스!타!인! 번역자!!!!!!)그래도 <팔레스타인>읽을 때만큼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 누구도 <팔레스타인>을 이길 수는 없어. 검색하면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써놓은 블로그들을 몇 개 봤는데, 몇몇 사람들은 본인이 무지해서 이해를 못한다는 겸양을 했다. 단언컨대 번역 때문이다. -_-;  


    읽다가 '잦대'라는 오타에서 기분 정말 잦같아졌다. 이건 편집자 잘못이다. 얼마 전에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본 '젖가락' 오타는 에로틱하기라도 하지...... -_-; '시나고그(유대교 교당)에서 제명당했다'는 말을 보고 또다시 분노했다. '사각의 링(권투경기장)에서 물러났다'라고 쓸 태세이다. 굳이 저렇게 괄호까지 치고 뜻풀이 할 거라면 '유대교에서 파문당했다'고 쓰면 된다. 이런 건 편집자가 잡아야 한다.  


    저자가 프랑스인이어서 그런지 프랑스 문학가나 철학자 중심으로 흘러갔다. 뭔가 맛깔스럽게 쓰는 척하는 시도는 좋았는데 이도저도 아니었다. 초반에 잘난 저널리스트가 나오는데 본인에 대한 자조 같았다. 빌 브라이슨 이후 저널리스트는 글을 잘 쓴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편견이 사라지는 요즘이다. 꼭 이 책 때문만은 아니고 같은 날 빌린 <물의 세계사> 때문이다. <물의...>는 번역이 원문을 뛰어넘어서 오히려 저자의 책잡힐 것을 엄~~~청 무마해준다(주경철 선생님과 아이들의 힘). 하지만 내용까지는 무마가 안 되니 그게 번역의 한계인건가. 그리고 요즘 밥값 안 내고 식당에까지 종북이라는 '잦대'를 들이대는 변아무개도 있네. 사실 직업이 확인은 안 되지만 일단 글 못 쓰는 저널리스트의 범주에 넣고 보겠다(그냥 까고 싶어서 언급했다는 사실은 뷔밀). 모두까기인형 놀이는 여기에서 멈춰야겠다.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프랑스식 위트를 들이대는데 그게 익살스러울 때가 있다. 더불어 결국에는 철학자들 얘기를 하니 생각의 여지를 많이 준다. 덕분에 다시금 스피노자, 하이데거, 벤야민이 궁금해졌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볼 때마다 신생아처럼 잠들었는데 과연 이번에는 안 자고 읽을 수 있을까. (사실 <존재와 시간>을 빌리러 갔다가 주황색에 이끌려 이 책을 집어온 것이다) 벤야민은 유학시절에 처음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으로 접했는데 매우 충격적이었다(영어로 읽어서 더 충격적이었을지도). 그 책으로 세미나를 했었는데 다시 읽을 엄두는 아직 안 나서 일단 <일방통행로>부터 시작하련다. 


    그리고 이현우(로쟈)님이 한 철학자에 대한 해설은 시끄럽기만 한 저녁식사 와중에 반듯하게 잘생긴 청년(그러니까 신혜성? ㅋㅋㅋ) 보는 기분을 들게한다. 전반적으로 지저분한 글 사이에서 깔끔하게 고군분투. 이현우님 책이 읽고싶어졌다. 


    제일 기억나는 부분은 호라티우스의 "너무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연회에서는 염소 냄새가 난다." ㅋㅋㅋㅋ 이 말 한마디 했다가는 파티 인생 쫑나는 거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