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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해 결심 10가지
    사람 사는 느낌으로다가/의미 2014. 2. 7. 16:16

    ※경고 : 계시적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은 정신 건강상 이 글을 안 읽는 게 좋습니다.


    친가에서는 몇 해 전부터인가 명절마다 성당에서 하는 연도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차례를 대신하였다. 종교가 없는 나는 초반에는 연도 미사에 참석하지 않고 큰집 집구석에서 뒹굴거렸는데, 조상님께 향이라도 올려야겠다는 마음에 재작년부터인가 연도 미사에 가기 시작했다. 


    미사에 열심히 참석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남들 일어날 때 일어나고, 앉을 때 앉으면서 어느 정도의 예의만 지키다가, 찬송가의 음율이 좋으면 목청 높여 따라부르고, 그러면서 분향 할 시간만 기다리는 편이다. 이번에도 미사 시간에 구석탱이에 앉아 책(그것도 중세 기독교가 어떻게 사상의 자유를 깔아뭉갰는지를 보여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큰어머니가 조그마한 책갈피 같은 것을 전달해 주셔서 받으니 아래 내용을 코팅한 것이다.  


    내가 간 성당은 수지성당인데 왜 청담동 성당이라고 되어 있을까. -_-;



    그러고 보니 이번 교황이 프란치스코이다. 내가 태어난 이래로 세번째 교황인데, 처음이 요한 바오로 2세였고, 그 다음이 베네딕토 16세였고, 이번에 프란체스코(프란치스코?)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하얀 할아버지 느낌이 강했고, 베네딕토는 뭔가 푸틴 같았다면, 프란체스코는 유고 슬라비아의 티토와 같은 느낌(그냥 순전히 내 느낌). 


    내 동생은 맨 처음 "험담하지 마십시오"를 보더니 이 분이 욕을 많이 먹나보다라며 웃는다. 인터넷 댓글 신경쓰는 거 아니야? 라며. 그러고보니 6번 남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 듯 싶다. 기존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교회 안팎에서 반발하는 세력이 있는 듯 같다. 여하간에 마음에 드는 말들이 많아서 품어 두고자 한다. 특히 '생각이 다른 사람과 벗이 되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울 아버지께 계속, 아빠의 친구가 되어드리겠다고 말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실제로(저절로) 실천하는 것은 2번...... -_-;








    churchgoer는 아래 부분은 가뿐히 스킵해 주시길.  


    그러고보면 로마카톨릭 교회가 유지하고 있는 교황을 정점에 둔 계서제는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제의 산 증인이라 하겠다. 중세시대, 아니 그 이후까지 계속되었던 카톨릭 교회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이런 수치의 역사를 마치 종양처럼 잘라버리고 새롭게 일어선 개신교보다 카톨릭 교회가 내게 그나마 더 와닿는 까닭은 교황제가 유지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한 종교를 대표하는 인간이 있으니 과거의 잘못을 책임지고 회개하는 언설을 할 수도 있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에는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허물을 치유할 기회가, 인간이 있기에 주어지는 것 같다. 개신교는 교황이라는 '인간'의 말이 아닌 성서에 있는 말씀대로 하면 된다고 주장 하지만 애초에 2천년도 더 된 이야기를 '신의 뜻대로' 해석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렇다면 좀 통일적인 해석을 제시하든가. 성서를 축자적/예형적/우의적으로 해석하는 그 판단 기준이라는 신의 뜻은 뭘까. 아래는 내가 인상 깊게 봤던 드라마 <웨스트윙>의 한 부분. 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라디오 진행자이자 영문학 박사)를 바틀렛 대통령이 성서 내용 그대로 까는 부분이다.


    BARTLET : I like your show. I like how you call homosexuality an abomination.

    JENNA JACOBS : I don't say homosexuality is an abomination, Mr. President. The Bible does.

    BARTLET : Yes, it does. Leviticus.

    JENNA JACOBS : 18:22

    BARTLET : Chapter and verse. I wanted to ask you a couple of questions while I had you here. I'm interested in selling my youngest daughter into slavery as sanctioned in Exodus 21:7. She's a Georgetown sophomore, speaks fluent Italian, and always clears the table when it was her turn. What would a good price for her be? While thinking about that, can I ask another? My Chief of Staff, Leo McGarry, insists on working on the Sabbath, Exodus 35:2, clearly says he should be put to death. Am I morally obligated to kill him myself or is it okay to call the police? Here's one that's really important, 'cause we've got a lot of sports fans in this town. Touching the skin of a dead pig makes us unclean, Leviticus 11:7. If they promise to wear gloves, can the Washington Redskins still play football? Can Notre Dame? Can West Point? Does the whole town really have to be together to stone my brother, John, for planting different crops side by side? Can I burn my mother in a small family gathering for wearing garments made from two different threads? 

    BARTLET  : Think about those questions, would you?


    본인이 동성애가 혐오스럽다고 한 것이 아니라 성서에서 그리 했다고 말하는 라디오 진행자 제나 제이콥스에게 바틀렛은, 1. 자신의 딸을 노예로 팔려고 하는데 얼마에 팔면 될까[출애굽기 21:7] 2. 안식일에도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통령 비서실장 레오 맥게리를 죽여야 하는데, 어떻게 죽여야 할까 [출애굽기 35:2] 3. 죽은 돼지 가죽을 만지는 것은 부정하다는데 그러면 풋볼 선수는 장갑을 끼고 해야 하나 [레위기 11:7]며 폭풍 까대기. 


    - episode 2-3







    이번 연도미사에 가서 읽었던 책의 내용 중에 '야만적인 고대의 습속을 그대로 담고 있는 구약성서가 정경에서 제외되었으면 교회사 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글을 보며 무릎을 쳤다. 맞는 말이네, 정말 맞는 말이야.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