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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드] 조선총잡이 1-4화 잡설(을 가장한 모두까기 인형 빙의)
    오덕기(五德記)/韓 2014. 7. 10. 15:38

    또다시 시작되는 쳇바퀴. 이준기가 나온다니까, 게다가 사극이라니까 이번 드라마는 내 신경 써서 봐주마. 


    그리하여 보기 시작한 <조선총잡이>. 나는 무기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냉병기(cold weapon) 종류는 격하게 애정하지만 총과 같은 화기류는 혐오한다. 역사도 화기가 나온 이후의 시대와 이전의 시대로 구분해서 호불호가 갈릴 정도(화기는 일단 시끄럽고 낭만이 없지 않은가, 낭만이!). 그래서 제목에 총잡이가 들어가길래 살짝 주저하기는 했다.  


    어쨌든 이준기가 나오니까 보기 시작한 이 드라마. 이거슨 진정한 팬심. 

    아놔 그런데 드라마가 너무 어설프다.

    멍2


    일단 고종을 개화파 성향으로 만든 것은 판타지사극이니까 차치해두고라도 '개화'가 무에 그리 어려운 단어라고, 무에 그리 핵심적인 단어라고 그 말이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자막으로 풀이를 해주는지 모르겠다. 개화라는 단어를 그 드라마를 보는 모든 사람이 다 알 거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모르면 궁금해서 찾을 기회, 혹은 드라마 맥락 속에서 파악할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방송국 스스로가 바보상자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솔직히 개화 정도의 단어를 풀이를 해준다면 저 드라마는 자막 뒤범벅이 되어야 한다. 중드나 미드에서는 그보다 훨씬 어려운 말이 난무해도 자막이 꿈쩍도 안 하는데 도대체 우리나라 드라마는 언제쯤에야 그 정도의 인문적 소양을 갖출 지, 혹은 시청자가 그 정도의 소양을 갖췄다는 점을 인정할 지 요원하기만 하다. 


    연출의 허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클리셰가 난무한 것이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이를 있음직한 이야기로 꾸미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너무 어설프게 우연히 만나고, 너무 어설프게 바로 놓치고, 화살이 날아오고 승객이 총에 맞는데도 뱃사공은 의연하다.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목덜미까지 절로 쪼그라드는 것 같다.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배우들은 저렇게 연기를 잘 하는데 상황 설정 때문에 연기가 우스워지고 보는 내가 괜히 민망해지니 말이다. 무림비급 역할을 하는 서책도 너무 미미하다. <조선개화지론>이던가. 헌데 진정한 무림비급 역할을 하려면 그 책을 읽은 유일한 사람인 정수인이 암기해서 필사하는 것도 나와야 하는데......맥거핀 효과라면 할 말은 없고.


    보다가 픽~하고 코웃음 치던 적도 몇 번 있다. "총잡이가 쫓고계시는 선생님"이란다. 거룩한 총잡이님이 하찮은 선생나부랭이 쫓고계신가 보다(뭐 이건 연기자가 대사를 잘못했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 주장하다가 사형당하셨단다. 읭? 코페르니쿠스를 두 번 죽인다. 갈릴레이는 이거였지. 종교재판에서 지동설 철회하고 나오면서 기어들어갈 듯한 목소리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사실 이것도 후세에 윤색이 된 것 같지만). 마지막으로, 나침반이 엄청난 신문물처럼 나온다. 중국의 4대 발명 중 하나인데다가, 우리나라에서는 풍수지리에서도 많이 사용되었고, 선비들도 패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다. 뭐 드라마 상에서 나침반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아무 것이나 갖다 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총! 

    나는 밀덕도 아니고, 총기류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지만 그럼에도 풍월로 듣는 게 있다. 나같은 문외한이 봐도 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총에 대해서 관심 있는 자들이 보면 아연실색할 듯 싶다. 화승총이니 신식총이니 하면서 어설프게 분위기만 내고 격발 방식이나 성능에 대해서는 고증이 잘 안 되어 있다. 무려 제목에 총잡이가 들어가는데 이런 식의 묘사는 성의 문제라고 본다. 특히나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는 인구가 군복무를 하면서 총기와 친하다는 우리나라 특성까지 감안하면 더.


    그!러!나! 

    이준기님은 사랑스럽고, 이동휘씨 감초 연기 마음에 들고, 전혜빈씨는 엄청 예쁜데다가 발성과 발음까지 좋다(진짜 놀랐다. 약간 중국 사극에 어울리는 비주얼). 남상미씨는 연기도 잘 하고 완전 귀엽다. 이준기 보려고 시작한 드라마인데 남상미한테 시선이 꽂힌다. 그리고 옷 색감이 정말 좋다. 중국 사극 부럽지 않은 예쁜 의상이다. (칭찬은 달랑 요거......)


    아랑사또전, 개와 늑대의 시간, 히어로 등 이준기가 나오는 드라마를 끝까지 달린 적이 없지만 (일지매는 그나마 괜찮았던 듯?) 이준기와 남상미의 케미로 한 번 버텨보련다. 4화까지 보고나니 어느정도 체념하는 마음도 생기긴 한다. 다만 약간의 정치 풍자랄까? 이런 것들은 너무 유치하게만 안 했으면 좋겠다. 보다가 풍자가 너무 적나라해서 히익! 할 때가 있다. -_-; 




    이 장면에서 남상미씨가 정말 애긔애긔하다. 아이 귀여워~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