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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의 여행지 : 터키와 그리스(로도스)
    여행/그리고 여러 나라 2014. 9. 15. 16:56

    1. 각성과 유체이탈의 반복

    러시아에서 터키로 여행지를 바꾸고 비행기표를 구매한 이후 엄청나게 각성하여 여행 준비에 열을 올렸다.


    워낙 땅덩어리가 크고 구석구석 가보지 않으면 여한이 남는 곳 뿐이라는 명성이 자자하니 일정을 잡는 것만으로도 골머리를 앓았다. 동남 아나톨리아 지역에 갔다온 동생이 하도 극찬을 해서 그쪽 지역을 들러볼 생각으로 계속 알아보았으나 열흘이라는 짧은 일정(사실은 11박12일)때문에 결국 국민 코스를 따르게 되었다.


    여행 준비를 할 때면 생경한 리듬에 몸을 맡기는 기분이 든다. 나는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을 내 몸에 내재된 리듬이 내가 알고자 하는 대상의 리듬에 공명하도록 조절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 익숙하지 않은 규모, 익숙하지 않은 지명, 익숙하지 않은 기질에 내 리듬을 찬찬히 때로는 강하게 밀어붙이며 새로운 리듬을 익힌다. 절대 못 외울 것 같던 괴상망측한 지명의 이름도 이제 툭 치면 발음은 물론이요 스펠링까지 우다다다 튀어나온다. 터키 지도를 엄청나게 들여다봐서 이제는 한국 지도보다 더 위치 파악이 잘 될 지경이다. 


    그렇게해서 짠 일정이 이스탄불-로도스(그리스)-페티예-파묵칼레-카파도키아-사프란볼루-이스탄불이다. 천만다행으로 이스탄불 로도스 간 직항이 올해 처음 한시적으로 열렸다. 직항 비행기가 없었으면 저 일정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Borajet 짱이다. ㅎㅎㅎ 



    모든 일정을 다 짠 후에는 터키에 관련된 책을 탐독했다. 터키 관련 역사책은 물론이요, <내 이름은 빨강>, <하비비>, <신부 이야기> 같은 책들을 읽었는데 유체이탈해가며 너무 열심히 읽었는지 막판에는 꿈도 터키 꿈만 꿨을 정도이다. -_-;



    2. 터키와 그리스

    바다에서 여객선을 타고 2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터키와 그리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무언가 전설의 섬 느낌이었던 로도스는 (그러니까 판타지를 보는 사람은 Rhodes가 아닌 Lodoss로 익숙한 -_-;; 섬) 터키보다는 좀 더 격식을 차리지만 여전히 친절했다. 구시가지의 성요한 기사단이 남겨놓은 성채가 주는 중세적 분위기도 좋았지만 난생 처음 접한 그리스 유적지인 린도스의 아크로폴리스가 더 기억에 남는다. 지중해와 어우러지는 그리스의 폐허가 보여주는 고색창연함 속에서 나는 벌겋게 익어갔다. 우아 햇빛이 그냥 ㄷㄷㄷ. 죽는 줄 알았다. 


    바다 건너 터키는 뭔가 스스럼없고 능글능글하지만 또한 친절한 사람들로 가득한 동네였다. 패러글라이딩은 최고의 경험이었고(완전 내 스타일 ㅋㅋ) 파묵칼레는 옛 사람들의 감정에 접촉하는 기분이었으며, 카파도키아는 괴이했고, 사프란볼루는 아늑했다. 이스탄불이야 뭐 말할 필요도 없고(아야 소피아에 처음 들어섰을 때는 완전히 압도되어서 눈물을 죌죌 흘렸다. 내가 애정하는 비잔틴 문명의 위대함을 대면했을 때의 감동을 어찌 형언하겠는가). 솔직히 갔던 중에 카파도키아가 가장 기대에 못 미쳤다. 기독교 유적지를 하나하나 들어가보는 재미는 쏠쏠했지만 일단 모랫바람 가득한 황량함이 너무나도 살풍경했다. 열기구도 기대에 못 미쳤다. 바닥에 근접해 갈 때는 너무 바닥만 봐서 재미없고, 하늘에 둥실 뜰 때는 너무 둥실 떠서 재미없고. ㅋㅋㅋ 동생은 카파도키아에 대해 1. 얼마나 볼 것이 없어서 사람들이 안 갔으면 당시 박해를 피해 기독교도들이 그곳으로 피신했겠는가. 2. 미국 3대 캐년을 본 자에게 카파도키아는 큰 감흥을 주지 않는다며 혹평을 했었는데 일견 공감. '계림산수 갑천하'를 기대하며 계림에 갔을 때의 그 괴이했던 느낌을 카파도키아에서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도 사람들이 워낙 친절해서 카파도키아에 대해선 좋은 감정만 가득하다. 아 참, 최악은 에누리 없이 돌마바흐체 궁전. -_-; 완전 구려. 터키 도착한 첫 날 갔었는데 여행기간 내내 최악의 여행지로 꼽히며 어딜 가든 "그래도 돌마바흐체 보다는 낫다"는 관용어를 낳기도 했다.



    3. 여파

    못 먹고 매일같이 엄청 걸었더니 살이 빠졌다. 그래서 돌아와서 하루종일 먹는 중. ㅋㅋㅋ 아직 시차적응도 되지 않아서 멍하고 피곤하다. 여행비를 결산했는데 너무 먹지 않아서 예상했던 것보다 여행비가 적게 나왔다. -_-; 그래도 유명한 터키 요리는 대충 먹어봤는데 아무래도 한국에 있는 터키 음식점이라도 찾아가봐야겠다. 뭐 언젠가는 터키 갔다 온 이야기도 이 블로그에 쓸 것 같은데 아직 작년에 갔다온 미국 얘기도 다 못 쓰고 있는 실정이라. 냥냥. -_-;  이제 현실 생활에 돌아가야 하는데 엄청 피곤해서 아무 것도 안 했는데도 벌써 퇴근 시간이다. 일은 내일부터 하는 걸로. 오랜만에 기타가 치고 싶구랴.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