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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한" "모독"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4. 9. 20. 20:29

    포털사이트 대문마다 걸리는 작금에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대통령 스스로 한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말은 이리저리 돌리며 국민과 국가 위상까지 들먹이긴 했지만 속내용은 '왜 나 욕하고 그래! 기분 나쁘게!'이다. 이 참을 수 없는 유치함은 차치하고서도 어휘 사용이 뭔가 께름칙하다. 모독을 한영사전에서 찾아보니 신·신성한 것을 더럽힌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blasphemy, profanity이다. 신성모독, 불경으로 번역되는 용어들이다. 존엄한 것을 더럽힐 때 쓰는 말이 모독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나를 모욕, 비하, 조롱, 비방, 무시했을 경우에는 쓰기 어려운, 한마디로 낯부끄러운 말이다. 이것도 유체이탈 화법의 일부였다면 오히려 다행일 정도. 일단 사용한 어휘도 웃기고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부분에서도 실소가 난다. 예전에 故노대통령 조롱하던 그치들이 할 말인가. 가장 저열하디 저열한 어휘를 총동원 하여 그야말로 일국의 대통령을 모독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모독 운운 외에도 한 말씀 하셨다기에 발언 내용을 살펴보다가 또다시 어이가 삼만리. “세월호 특별법은 순수한 유가족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도 없도록 해야 한다.” 모독 발언의 유치함에 괜히 나까지 민망해졌었는데 이런 남사스러움 따위 일거에 날려버리는 순수한 유가족 드립. 순간 분통이 터지는 줄 알았다. 도대체 머릿속에 무엇이 들으면 특정 집단에 '순수함'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 쉽게 말해서 저기 광화문 등지에서 뜻을 모아 특별법을 이야기하는 자들은 불순하다는 것인지. 지금은 순수한 '유가족'만을 언급하고 있지만 조만간 순수한 '국민'드립도 나올 태세이다. 큰일이다. 난 내가 순수하다고 생각했는데......






    난 blasphemy 검색했을 뿐이고, 인간측의 명예를 고려하여 친히 모자이크로 둥글려줬다. 훗커피한잔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