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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 브레이브10 잡설
    오덕기(五德記)/日 2015. 8. 1. 00:12

    스포일러 엄서요


    야구에 빠져 살다가 kt wiz가 지는 것에 이골이 난 나머지 새로운 감정적인 자극을 받고 싶었다. 지는 것은 너무나도 익숙하니까 패배감 외의 다른 감정이라면 뭐든 괜찮을 것 같았다(좌절감, 우울감은 패배감의 범주에 넣겠다). 때마침 일본사 책을 보면서 묘하게 간질간질 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전국시대(센고쿠지다이!). 일본 역사에서 평소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시대가 헤이안 시대이기는 하지만 특유의 전아하고 괴이한 정서보다는 다 깨부수고 폭발적이고 강렬한 그런 것이 그리웠다. (사실 보신전쟁 쪽도 굉장히 간질간질 나를 자극했지만 여기도 한 처절함이라서 -_-; 지금은 kt wiz 야구 보는 것으로 대신하련다)


    내가 전국시대 중에서도 좋아하는 이야기가 우에스기 겐신, 다케다 신겐, 호조 우지야스, 오다 노부나가 등이 치고 박고 싸우는 이야기. 남들은 "글로 OO을 배웠어요"라고 말하지만 난 "애니메이션으로 OO을 배웠어요" 스타일인지라 일단 애니메이션 검색. 아니 그런데 왜 전국시대 무장들을 다룬 애니메이션 찾기가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 일본인들의 로망이 아닌가! 기껏 찾은 것이 전국바사라와 브레이브10. 전국바사라는 게임 원작이라 -_-; 일단 브레이브10부터 보겠다고 펴들었다. 원래는 그간 미뤄왔던 시도니아의 기사를 보겠다고 폼 잡고 있다가 초반 엄청난 고퀄에 놀라서 각 잡고 제대로 보겠다며 또다시 미룬 것은 안 비밀. 


    아놔. 짧다. 12편의 짧은 애니인지라 보면서 기가 쇠하지는 않았는데, 흡인력도 없어서 막판에는 핸드폰으로 웹서핑 하면서 잡소리 나올 때는 빨리 감기 팡팡 누르면서 봤다. 아 놔 유치뽕짝. -_-; 너무나도 뻔한 캐릭터에 뻔한 내용 전개에 특정한 줄거리 패턴(그 있잖은가! 대중을 부르는 공식)과 난무하는 클리쉐. 깊고 치밀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가벼움이 아니라 나 팔리고 싶어~를 외치는 단순하고 가벼운 원작을 각색한 더 없이 가벼운 내용. 뭐 하나 새로운 것이 없어서 처음에는 조소를 후에는 썩소를 만면에.


    뭐 킬링 타임용으로는 살짝 재미있게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정말 시간 버린 기분이라는 게 함정(1쿨이라 다행이야). 그나마 액션 장면과 성우진은 괜찮았지만 액션 장면조차 입이 떡 벌어지는 시도니아의 기사를 맛보기 한 후인지라 감흥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같은 제작사에서 만들면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나올 것 같아서 접으련다. 아니 용사 10명 모았는데 왜 이러냐고요! 나는 또다시 전국 시대 이야기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 거리는 하이에나. 전국바사라는 재미있으려나.


      


    볼까 말까 망설이며 검색하던 중 발견한 그림. 이런 느낌 좋아해서 시청을 결정했는데 이 분은 너무 얼척없는 역할. 아니 그 독안룡이 이렇게 그려지다니!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혹자는 역하렘, 여성향 어쩌구 운운하지만 이현령비현령 수준. 뭐든 팔리면 된다는 심정으로 다 갖다 붙인 형국이랄까. 당신이 누구이건 원하는 판타지는 다 나오리라. 버뜨, 대놓고 티를 내는 것에 거부감 드는 나같은 성질 더러운 시청자는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보시기를.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