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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부침주(破釜沈舟)와 김성근 감독
    My beloved BASEBALL/잡설 2015. 9. 7. 02:16

    옛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에 대한 민심이 이반하면서 여러 군웅들이 쟁패하였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이가 초패왕 항우이다. 그는 진나라를 치기 위하여 출병하면서 일종의 배수의 진을 쳤다. 즉 강을 건넌 후에 배를 침몰시키고 밥을 지을 솥을 깨뜨린 후 병사들에게 사흘 치의 식량만을 나누어 준 것이다. 이제 퇴로도 식량도 없어진 병사들은 결사적으로 전투를 하게 되니 연전연승이었다. 내일을 돌아보지 않고 현재의 절박함에 집중한 전술을 통하여 항우는 바야흐로 진을 멸망시킨 영웅이 되었다. 단기적으로 폭발적인 활약을 이끌어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용인술이 바로 사람을 극단에 몰아넣는 파부침주이다.


    이제 옛 이야기를 하려한다. 

    올 시즌 초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투수가 네 명이 있었다. 폼을 바꾸고 마구를 던지던 심수창, 불꽃같은 야구를 하던 권혁, 노히트노런을 했던 마야, 그리고 연패를 거듭하던 신생팀의 구세주처럼 등장한 장시환이 그들이다. 그들의 투구에 감동했었고, 그들의 투혼에 뭉클했었다. 시쳇말로 그들은 시즌 초를 주름 잡던 핫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정규시즌이 한 달도 안 남은 지금 돌아보면 심수창은 계속되는 보직 이동 끝에 난조로 2군에 내려갔고,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을 (그것도 내 눈 앞에서) 세웠던 마야는 부진 끝에 퇴출되었으며, 권혁은 역대 구원 최다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떠안았고, 장시환은 어깨를 짓누르던 팀의 승리라는 부담감을 팀동료들과 나눠가지게 되었다. 기억 속에 형형하게 살아있는 그들의 압도적인 활약이 점차 퇴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시금 느낀다. 한 시즌 참 길구나. 뿐만 아니다. 큰 부상을 당하고 도대체 언제 돌아오냐며 걱정하였던 선수 중에서도 언제 아펐냐는 듯이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는 이들이 많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 시즌은 참 길다.


    이렇게 긴 한 시즌, 그리고 이렇게 긴 시즌이 내년, 내후년에도 켜켜이 쌓이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프로야구 구단을 운용하는 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전략이 바로 파부침주가 아닐까 한다. 한 시즌에 경기가 너무 많다는 식의 코멘트도 시즌 운용에 실패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내일이 없는 오늘은 정말로 내일을 앗아가 버린다. 


    역발산기개세의 항우를 기다리던 현실은 사면초가였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