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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용 선수를 응원하며
    My beloved BASEBALL/마법사?! 2015. 10. 2. 20:01

    얼마 전 야구를 보다가 보기 드문 장면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홍성용 선수가 만루를 만들고 강판되면서 동료들에게 세 번이나 연달아 '미안해'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프로에서 뛸 정도의 투수들은 학창시절 팀에서는 에이스이자 4번 타자의 역할을 하면서 떠받들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중심적인 성향도 굉장히 강하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그라운드의 중심에 서있는 투수에게 수비수는 실책에 미안해 하고 호수비에 고마움의 인사를 받는다. 위기를 막지 못한 투수는 덕아웃에서 분통을 터뜨리며 글러브를 패대기 치기도 한다. 길어지는 수비시간 동안 계속 서 있어야 하는 수비수들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듯이. 이 모든 행동은 자기중심적이지만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 그리고 그들이 자라온 환경 등을 고려한다면 한편으로는 당연하다. 


    그런데 투수들이 미안하다는 표현 하는 경우라고는 사구에 맞은 타자에게 밖에 못 본 나로서는 홍성용이 저렇게 야수들에게 미안하다고 거듭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묘하게 마음이 일렁였다. 특히나 일주일 여섯 경기 중 무려 다섯 경기를 등판한 끝에 부진을 보였다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바라보는 팬의 입장에서도 그의 노고가 안쓰러울 정도인데 저렇게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나타내는 투수라니 정말 놀랍다 못해 마음 한 켠이 찡할 정도였다. 이 장면을 본 kt팬이라면 다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뭘 미안하다고 그러냐, 네가 불펜에서 얼마나 고생한 지 다 아는데.   


    처음 홍성용 선수가 용덕한 선수와 트레이드 되어 우리팀에 왔을 때에는 그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용덕한 선수에 대한 그간의 고마움과 어쩔 수 없는 미안함이 교차하던 와중이라 우리 팀에 온 선수들까지, 특히 올해 1군에서 뛰지 못한 선수까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경기를 치르면서 굉장히 탄탄한 불펜 투수로 성장하더니 이내 필승조 역할을 톡톡히 하는 그를 보면서 절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2005년 LG 지명, 군복무 후 방출, 일본독립리그에서의 활동, 일반인 대상의 투수 오디션 프로그램 참여 끝에 NC입단, 그리고 kt로의 이적. 어떻게든 선수로서의 삶을 이어가려는 절치부심이 묻어나는 이력이다. 이런 고된 여정을 밟은 선수여서 그런지 그는 누구보다도 겸손하고 절실하며 자신이 선수로 뛸 수 있는 상황을 고마워하고 팬들의 환호에 감격한다. 


    얼마 전 본 인터뷰 기사에서 그가 한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저 같은 사람을 응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설레요." 

    말 한 마디 한 마디 예쁘게 하는 홍성용 선수가 이것 하나만 알아줬음 좋겠다. 

    당신 같은 사람이라 응원한다는 것을.


    아무쪼록 홍성용 선수, 조범현 감독님 말마따나 "아프지 말고" 오래도록 kt 불펜의 든든한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그리고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기를 기원한다. 프로입단 10년만에 꽃피우는 그의 열정과 진심이 보답받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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