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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피아니스트의 뇌 - 뇌과학으로 풀어낸 음악과 인체의 신비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6. 9. 7. 21:18


    원제 ピアニストの腦を科學する

    저자 후루야 신이치, 역자 홍주영

    출판 끌레마





    도서관 신착도서 목록에 있어서 우연히 보게 된 책. 

    '피아노'와 '뇌'에 관심 있어서 말 그대로 제목에 낚인 경우인데 의외로 즐겁게 완독했다.

    이런 류의 책이 그러하듯, 뇌과학을 어렵지 않게 풀어나간다. 물론 뇌 안에서 벌어지는 화학 작용이나 피아노 치는 동작에 대한 묘사는 가볍게 스킵하면 된다. 뇌의 구조는 물론이요 몸 동작은 직접 보고서도 무엇이 지나갔는지 모르는 눈썰미따위 국 끓여먹은 그런 인간이니 말이다. 


    이 책은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치고 음악을 들으면서 어렴풋이 느꼈었던 감성과 기능이 실제로 어떻게 운용되었고 형성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또한 피아노를 취미로 치는 나같은 사람과 전문 피아니스트와의 그 엄청난 간극을 뇌의 차이에서 본다든가, 피아니스트의 능력에 내 능력을 견주어 보면서 그 수준차를 가늠하는 것도 즐겁다. 전문 피아니스트는 어쩔 수 없는 미스터치를 멈출 수는 없지만 실수가 있을 것임을 뇌가 미리 인지하여 소리를 줄이거나 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는데 나도 두루뭉술하게 치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 역시 내 잔머리란! 하며 스스로가 대견(?)해질 때도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피아니스트를 좌절하게 하는 병인 포컬 디스토니아, 피아니스트가 장시간 지치지 않고 연주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비결, 그리고 음악에 감동하는 순간 뇌의 변화를 다룬 부분이다.


    야구나 발레와 같이 엄청난 반복 연습을 통하여 고도로 정련된 동작을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이 반복 훈련이 뇌를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그리하여 심하게 변한 뇌가 오히려 몸의 제어를 그르치는지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피아니스트의 포컬 디스토니아와 야구 선수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입스)이 비슷한 기제로 생긴다는 것도 흥미롭다. 정신력으로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김모 감독이 이 블래스 증후군이 어쩌면 지독한 반복 연습과 완벽주의적 성격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 뭐라 말할 지 궁금하기도 하다.     


    피아니스트가 장시간 연주할 수 있는 에너지 사용법을 읽다보면 이런 식으로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근력이 떨어지는 여성 피아니스트도  남성 피아니스트에 비해 타건하는 힘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력과 휘청거리는 힘을 사용하는 연주법이라니 태극권을 사용하는 무림 고수 같다.


    노래를 반복해서 듣다보면 항상 같은 노래, 같은 순간에 한 치의 오차 없이 매번 감동하는 나를 느끼는데 이를 설명한 부분도 재미있다. 즉, 이미 알고 있는 선율이 감동을 줄 거라고 기대하며 도파민을 분비하는 부위와 그 부분이 왔을 때 감동하면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 부위가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이제 곧 감동적인 부분이 온다, 온다, 온다,......왔다! 이러면서 찌릿찌릿 전율을 느끼는구나 싶다. 뭔가 굉장히 단순한 사람이 된 기분. 


    이런 연구를 진행하기 위하여 진행한 다양한 실험 방식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다. 어떤 것은 기발하고, 어떤 것은 바보 아닌가 할 때도 있지만. 그러나 종국에는 요즘 가장 핫한 과학 분과인 뇌인지과학이 가진 한계점도 어렴풋이 보인다. 한 때 핫했던, 그래서 마치 인간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그려졌던 유전공학처럼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은 자매품이 나오기 쉬운 책이다. 야구선수의 뇌, 발레리나의 뇌, 체조선수의 뇌, 정치인의 뇌 등.

      

    이 책을 읽다보면 피아노 곡을 듣거나 치고 싶어지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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