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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Day 4(3) - 산 니콜라스 전망대, 플라멩코
    여행/스페인-포르투갈 2017. 3. 12. 08:50
    로스 아탈리아노스(Los Italianos)

    다시 붕붕 버스를 타고 그라나다 시내로 내려온 우리가 지친 다리를 끌고 향한 곳은 로스 이탈리아노스(Los Italianos)라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집이다.

    그라나다의 유명한 타르테(Tarte) 아이스크림 집이라고 한다. 나는 아이스크림은 좋아하지만 케이크는 좋아하지 않는 그런 복잡한 미각을 가진 인간이라 이 느끼한 타르테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친구도 특별하지 않다고 한다. 어쨌든 손에 각각 타르테 하나씩 들고 저녁의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 가기 위하여 누에바 광장으로 향하였다. 나는 이때 느끼한 아이스크림, 하루 종일 걸어 지친 다리, 하루 종일 시달린 뙤약볕, 떡진 머리의 무게까지 4콤보에 약간 정신이 멍한 상태였다. 마침 우리를 매의 눈으로 포착한 어떤 여성이 플라멩코 쇼 호객을 시작하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포스터를 흘깃 보니 내가 원래 갈까 생각했던 플라멩코 쇼였다. 멍때리고 있는 나를 방치한 채 친구는 일사천리로 공연장 시찰 및 표 구입까지 완료(2명, 드링크 포함 30유로). 쇼 시간이 7시여서 그전까지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 다녀와야 했다.


    산 니콜라스 전망대(Mirador de San Nicolas)

    C1을 타고 알바이신 지구로 올라갔다. 아침에 텅텅 비었던 버스가 일몰 시간이 되니 관광객으로 그득했다.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내리니 아침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라나다에 놀러온 관광객들은 여기에 다 모인 듯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운이 좋게도 자리가 생겨 우리는 담 위에 걸터앉아 알람브라 궁전을 완상하였다. 주위가 어두워질 수록 알람브라 궁전은 점등을 하면서 주황빛을 더해갔다. 한 쪽에서는 버스킹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다들 흥겹게 석양을 감상한다. 일면식 조차 없는 사람들인데 여기에 모여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친밀감까지 들 정도이다. 몇 시간이고 앉아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알람브라 궁전을 눈에 담고 싶지만 플라멩코 공연 시간이 다가온다. 

    서둘러 알바이신을 내려가는 C1을 타야했는데 다른 자동차 소리한테만 여러 번 낚이고 도통 C1은 보이지를 않는다. 그 사이에 세그웨이를 타고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 올라오는 할아버지 여행 부대도 보았다. 나이 들면 저렇게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잠시, 버스가 너무 안 와서 심장이 쫄깃해진다. 걸어서 내려가야 하나 엄청 고민을 할 때쯤 드디어 C1이 나타났다. 하루에 그라나다 구경을 다 하려니 생기는 폐해이다.




    플라멩코 공연(La Alborea Flamenco)
    서둘러 공연장에 들어가 자리잡았다. 우리가 선택한 플라멩코 공연은 La Alborea Flamenco(http://www.liveflamencoshow.com/)이다. 그라나다는 동굴 플라멩코로 유명하지만 공연의 피날레에 모두 일어나서 춤도 춰야하고, 댄서의 옷 휘날림과 땀 튀는 것까지 고스란히 받을 우려가 있다는 말에 망설여졌다. La Alborea Flamenco 는 Tablao, 즉 무대가 있는 플라멩코 공연장이다.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접했지만 이번에는 아주 소규모 극장이다. 앞에는 드링크 하나 들고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고 뒤쪽 더 높은 곳에는 식사를 하면서 구경하는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다.

    공연 수준은 여러모로 바르셀로나가 앞섰지만, 이곳은 여성 댄서가 다 했다. 처음에는 그녀의 육중한 몸매 때문에 과연 춤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몸이 크니 몸짓이 강렬하고 힘이 넘친다. 남성 댄서는 약간 풋내가 나는 춤꾼이었지만 정말 이 여성 댄서의 카리스마와 박력에 넋을 잃었던 것 같다. Antonia Heredia라는 댄서였는데, 나와 친구는 이 댄서의 흡인력에 반해 아직도 그녀의 춤과 뱃살-_-;을 얘기하곤 한다. 


    엄청난 감동을 느끼며 공연을 구경한 후 이제 늦은 저녁을 먹으러 레스토랑을 찾아 헤맸다. 누에바 광장의 먹자 골목에 있는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점이라면 난 아직도 스페인에 와서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지 못했다(친구는 내가 오기 전 첫날 미슐렝 1스타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ㅜㅜ)

    짜디 짜고 겉이 메마른 저녁 27.2유로


    참고로 팁이 하나 있다면 이 누에바 광장 극장 쪽에 중국 슈퍼마켓이 하나 있는데, 여기 물은 정말 저렴하다. 

    내일은 아침 일찍 꼬르도바로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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