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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르투갈 Day 2(2) - 페냐 성, 무어 성
    여행/스페인-포르투갈 2017. 4. 21. 22:18

    신트라에 도착하니 날씨가 엄청 좋다. 신트라 여행은 날씨가 좌우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일단 434번 버스를 타고 무어 성에서 내리기로 했다. 434번은 신트라역 -> 시내 -> 무어 성 -> 페냐 성 -> 시내 -> 신트라 역의 일방향으로 가는 지라 먼저 무어 성을 구경한 후, 다시 버스를 타고 페냐 성으로 갈 생각이었다. 버스 이용 1일권은 버스 기사에게 구입(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_- ).

    만원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무어 성에서 내렸다. 무어 성에는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 매표소는 있는데 무어 성 입구를 못 찾겠다. 우리는 입구스러운 곳을 찾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걷고 걷고 걷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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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냐 성 입구가 뙇!

    입구를 못 찾아서 한 정거장 더 걸어온 것이다. 가끔 미련스럽기가 곰한테 비유하기도 미안할 때가 있다.

     

    페냐 성(Palácio da Pena)

    우리는 표를 미리 준비해 온 인터넷 사용할 수 있는 현대인. 표를 사기 위하여 길게 줄 선 사람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스마트폰에 받아온 티켓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직원이 이것은 영수증이지 티켓이 아니라며 계속 티켓을 내놓으라고 한다. 친구는 다시 이메일로 들어가서 첨부된 표를 열어보려고 하는데 이곳이 나름 산이다보니 데이터 접속이 너무 어렵다. 페냐 성 입구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도 잘 안 들어 한참을 인터넷과 씨름 하였다. 그 사이에 길게 서 있던 줄도 다 사라졌고, 겨우 표를 다운 받아서 바코드를 찍고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친구는 이러려고 표를 샀나 자괴감 든다 하였으나 이게 더 저렴하다고 하니 곧 기분이 좋아진 듯 싶었다.  

     

    페냐 성 입구에서 성까지는 또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때문에 셔틀버스(왕복 3유로)가 운행한다. 오늘의 첫 여정이기에 우리는 아직 쌩쌩하다. 천천히 올라가니 페냐 성이 수풀 사이로 조금씩 얼굴을 드러낸다. 공원 숲 길도 참 좋고 페냐 성은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신기하고 깜찍하다.  

    페냐 성은 성 입장권이 아닌 공원 입장권을 구입하였다. 공원 입장권만으로도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성 왼쪽에 기념품 가게와 카페가 있는데 그곳을 통해 올라가면 테라스와 연결되는 통로가 있다. 이 길을 통해서 성의 실내를 제외한 성 건축은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페냐 성은 미로 같고 방향을 틀 때마다 새로운 색감의 건물이 나타난다. 엄청난 바람을 맞으며 페냐 성에서 바라보는 전경도 아름답다. 땅의 끝에 닿아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내가 위정자라도 이런 전망 좋은 곳에 자신의 거처를 짓고 싶으리라. 

    밖으로는 무어 성이 보인다. 꽤 멀고 험해 보인다. 

     

    우리는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였다. 스낵과 딱딱한 샌드위치이지만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과 싸우며 먹으니 꿀맛이다. 

    페냐 성 구경을 마치고 무어 성이라는 팻말을 따라 내려갔더니 다시 아까의 그 매표소가 나온다. 지름길로 온 것 같아 기쁘다(단-순). 다시 보니 한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무어 성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무어 성(Castelo dos Mouros)

    매표소에서 무어 성 입구까지는 약 10분 정도 돌 길을 걸어가면 된다. 가는 길에는 무덤도 있고 발굴 중인 유적지도 있다. 돌 길을 걷다보니 발이 아프다. 무어 성 힘들다는데 괜찮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표를 끊고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니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아 난다. 전생에 무어인 병사이기라도 하듯 나는 엄청난 경사의 돌길을 마구 달려갔다. 친구는 발 아프다고 찡찡 거리던 애가 성벽에 오르더니 갑자기 정줄을 놓고 고삐 풀린 말 마냥 달리더라고 회고 한다.ㅋㅋㅋㅋ 성벽이 높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친구는 약간 힘들어 했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좋고, 멀리 보이는 페냐 성도 좋고, 바다도 좋고, 끊임없이 연결되는 성벽도 좋고, 엄청나게 부는 바람도 좋았다. 시쳇말로 좋아서 환장할 정도였다. 신트라의 페냐 성과 무어 성은 놀이동산과 같은 느낌이었다. 흥미롭고, 재미있고, 신나고, 기분전환이 된다. 그간의 피로가 이곳에서 다 풀렸던 것 같다.   

     

     

    페냐 성과 무어 성을 다 보고 만원 버스를 타고 다시 신트라 역으로 내려왔다. 5시가 넘었었나. 호시우 행 기차는 방금 떠났다고 한다. 조금 더 기다릴까 하면서 역 주변을 보는데 딱히 쉴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일단 리스본으로 가자라는 마음으로 호시우 역이 아닌 리스본의 다른 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가다보니 아까 오면서 지나쳤던 역이 나온다. 기차 시간을 확인하니 그곳으로 호시우 행 기차가 곧 온다. 우리는 이곳에서 기차를 갈아타서 호시우 역에 도착하였다. 

    반나절이 조금 넘는 짧은 신트라 행이었지만, 이번 여정에서 거쳐온 공간과는 다른 일탈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