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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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천당이 있었으면 좋겠다(天道是耶非耶!)What am I doing? 2014. 4. 25. 16:19
나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 지옥, 천국 모두 상상 속에서나 나오는 봉황과도 같은 것이고 굳이 이런 천국이나 지옥이니 하는 당근과 채찍이 없어도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윤리도덕법칙(즉 정언명령)에 따라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식의 사유방식과는 상관 없이 천당이나 지옥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다보면 논리이고 이성이고 다 필요 없으니 진심으로 천국이라도 있어서 옳은 일을 한 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서 가장 처음에 나오는 것이 백이열전이다. 수양산에서 주려죽던 바로 그 백이 숙제의 이야기이다. 다른 열전과는 달리 사마천은 이 열전에서 유독 자신의 울분과 회한을 강하게 용출시킨다. 그는 흔히 의로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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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을 좁혀야 하겠습니다 - 1What am I doing? 2014. 4. 25. 14:40
1. 요즘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박근혜정부"식 화법으로 제목을 정해본다. 생각해 보면 정말 놀랍다. 이전 정부의 '주어 생략'을 뛰어넘는 '주어 회피' 라니 창조경제를 부르짖는 정부가 아니고서는 생각해 낼 수 없는 창조적인 화법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새겨진 아래의 글을 보자. "무엇보다도 가장 힘든 분들이 가족들이실텐데...... 단 한 명이라도, 어딘가 생존자가 있을 것 같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누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인지 아무리 읽어도 갸우뚱 하게 된다. 굳이 해석하자면 이와 같다. - 곤히 잠들어 정부가 되는 꿈을 꾸다 일어나니 이 꿈이 너무 생생하여 내가 정부가 된 것인지 정부가 내가 된 것인지 모르겠으니 정부가 최선을 다하면 그러한 연유에 내가 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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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사이코패스 (Psycho-pass, サイコパス, 2012)오덕기(五德記)/日 2014. 4. 14. 16:21
본 지 겨우 2주일밖에 안 되었는데, 그 사이에 넘버스라는 미드를 달렸더니 내용이고 감흥이고 아득하기만 하다. 아래는 줄거리 따위 없는 사이코패스 감상문. 사이코패스. 꽤 호평을 받던 작품이라 궁금해하던 차에 우연히 접한 초반 장면의 잔인함에 아연실색하여 포기. 그러나 을 보면서 안면인식장애가 극에 달해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엄혹한 현실에 지쳐버렸다. 중드 보면서 이렇게 고통 받을 바에 차라리 잔인한 애니메이션을 보겠다며 다시 싸이코패스를 꺼내들었는데, 아뿔싸 이거 재미있어서 그대로 이틀만에 정주행 완료. 애니메이션 고를 때, 보통 만화나 소설(라이트 노벨 포함) 원작이 있는 작품을 최우선으로 하고, 아무리 원작이 있어도 게임 원작은 피하는 편이며, 순수 창작물도 후순위로 밀어버리는데 이는 200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