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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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를 굳이 한자로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3. 5. 23. 23:55
시작은 단순했다. 누군가 점심에 복요리를 먹었다고 했고, 나는 점심부터 복어가 웬말이냐며 일단 저항했다. 생선을 굳이 돈을 내고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회 제외) 비린내에 취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복어의 한자가 궁금했다. 국어사전에는 복어의 복이 순수한글임을 표현했다. 일본어나 중국어 한자를 보니 하돈(河豚), 즉 하천의 돼지라고 불렀고, 일본어에서는 후구, 중국어로는 하돈을 그대로 쓰는 듯 싶었다. 그러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위키에 나오는 아래의 복어(鰒魚). 그런데 저 복자는 전복을 뜻한다. 전복은 한자로는 전복(全鰒)이라 하고, 자산어보에는 복어(鰒魚), 포어(鮑魚)라고 썼다. 중국 북송의 소동파는 전복을 좋아해서 이라는 시를 썼는데, 이것은 한국어로 보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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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김연수 <이토록 평범한 미래>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3. 5. 8. 17:25
나는 좀처럼 소설은 읽지 않고 한국 소설은 더욱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 소설을 줄줄이 읽게 되었다. 즉 나의 의지에 반해서 읽게 된 책이라는 뜻이다. 김연수 김지연 정지아 최은영 2023.05.08 -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 [책] 김지연의 , 정지아의 , 최은영 김연수의 일전에 김연수가 쓴 이라는 책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블로그에 포스팅도 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이 사람의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 단편집이었다. 2017.04.04 -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 [책] 소설가의 일 꽤 좋게 읽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은 복잡했다. 그가 소설 속에서 그려낸 철학이 충분히 정제되지 않은 채 날 것 그대로의 꼴을 갖춘 채 내게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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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김지연 <마음에 없는 소리>,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최은영 <밝은 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3. 5. 8. 17:19
나는 좀처럼 소설은 읽지 않고 한국 소설은 더욱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 소설을 줄줄이 읽게 되었다. 즉 나의 의지에 반해서 읽게 된 책이라는 뜻이다. 김지연 정지아 최은영 김연수 2023.05.08 -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 [책] 김연수 김지연의 단편집 모음이었다. 현실성과 생활감이 돋보여서 마치 홍상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거기가 끝인. 나빴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류의 소설을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오히려 이질감도 느꼈다. 그 나이 또래, 혹은 그보다 젊은 여성들의 감성을 그득 담고 있었다. 다만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어휘를 반성적인 느낌도 없이 중립적으로 사용했는데, 굳이 이런 거 넣었어야 했나 싶다. 책에서 얘기된 라는 책에 꽂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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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국축제자랑> 울다 웃다 뇌내 축제의 현장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11. 3. 12:31
책은 그냥 언제나 그렇듯 닥치는 대로 읽고 있다. 그다지 가까이하지 않는 문학 분야에서조차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나,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한 소설책도 읽어봤다. 그런데 요즘 날 감동과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책은 이렇게 굵직굵직한 상을 받은 책이 아니다. 바로 이름도 거룩한 이다. 그냥 평이한 억양으로 제목을 읽으면 맛이 안 산다. 전국-, 축제 자라앙! 뭐 이 정도로 읽어야 되지 않을까. 글쟁이 부부인 김혼비 씨와 박태하 씨가 손 잡고 만들어 낸 한국의 축제 탐방기이다. 그야말로 얻어걸린 책이었다. 도서관 반납을 앞두고 카페에서 읽었다. 가끔 엄청 웃긴 것을 밖에서 보면 소리는 못 내고 몸에 진동만 일으킬 때 있지 않은가. 지하철에서 나와 어깨를 맞댄 채 영상을 보다가 몸을 엄청 떨며 웃는 이에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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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8. 25. 17:10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결론부터 세 줄 요약 1. 내 모토가 죽은 사람만 덕질하자였는데, 죽은 사람 덕질도 위험할 수 있다는 엄중 경고. 2. 듀이의 십진법으로 생물과학에 분류되어 있지만 생물과학책은 아니다. 3. 같은 것을 접해도 입장 차에 따라 지독하게 분기한다. 청교도와 진화론의 끔찍한 혼종 이 책은 요동친다. 마치 진자가 오가듯 한 사람의 삶 자체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최고점에 오르다 나락으로 가기를 번갈아 한다. 그 변곡점마다 책이 서술하고자 하는 인물이 아닌 작가의 삶이 아로새겨진다. 전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곁가지가 따라붙어서 내가 지금 무슨 장르의 책을 읽는 거지라고 의심을 품을 때쯤 거대한 흑막을 열어준다. 어찌 한 사람의 평가가 하나뿐이겠는가만은 한 사람의 삶이 가져오는 다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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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十个词汇里的中国)>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6. 20. 13:53
엄청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닌데, 포스팅할 때마다 언급을 꽤 한 듯 싶다. 원제는 이다. 작가는 그가 고심 끝에 고른 10개의 단어로 그가 겪어온 중국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가 자신이 살아온 중국을 묘사하기 위해 고른 10개의 단어는 다음과 같다. 인민(人民), 영수(領袖), 독서(閱讀), 글쓰기(寫作), 루쉰(魯迅), 차이(差距), 혁명(革命), 풀뿌리(草根), 산채(山寨), 홀유(忽悠)가 그것이다. 책은 이렇게 번역했지만, 내게 번역하라고 하면 조금 다르게 할 것 같다. 민중, 지도자, 읽기, 쓰기, 루쉰, 격차, 혁명, 서민, 짝퉁, 낚기(뻥카) 정도로. 나는 중국어를 하는 사람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현대중국에 무심한 편이다. 피상적이고, 앎도 부족한데, 부정적인 감정까지 가지고 있다. 다만 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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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의 역효과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5. 18. 13:43
숀케 아렌스의 이라는 책을 읽었다. 분절된 글쓰기 방식과 기계적 번역에 고통당하면서(영어 번역본이라도 있기를 바라며 손을 떨며 찾아 헤맸건만)도 방법론 자체에 대한 심도를 높이겠다며 꾸역꾸역 읽다가, 특정 부분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직관적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벼락치기에 의존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결국 학습에는 실패하지만 계속해서 읽기를 반복한다는 뜻이다. 다시 읽기는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인정하듯, 우리는 벼락치기 공부로 필요한 정보를 머릿속에 단기간 저장할 수 있으며 대개 그런 식으로 시험을 치러서 합격할 정도는 된다. 그러나 벼락치기는 진정한 학습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테리 도일과 토드 자크라젝의 표현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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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여화余華)의 에세이를 읽다가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22. 5. 13. 14:07
약 한 두 달 전, 음악에 관한 책들을 찾으며 전자도서관을 둘러보다가 위화의 음악에 관한 수필집과 마주쳤다. 현대 중국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이 사람의 를 풍문으로 알고 있는 정도였다. 그의 음악에 관한 수필을 읽다가 그냥 원문으로 읽어볼까 하고 전집을 구했는데 목차에서 을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혹시 영화 인가 하며 내용을 살펴보니 맞다. 수업 시간에 억지로 봤던 영화인데 꽤 인상이 깊었다. 사람이 이토록 힘든 삶을 놓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다만 견뎌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약간 중국판 같기도 하였고. 인생이라는 우리나라 제목보다 '살아가기'라는 원제가 더 마음 아프게 와닿았던 이 영화의 원작자가 바로 위화였다. 전집의 목차를 보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