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퍼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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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충구역의 상실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6. 7. 14. 15:56
한때 디씨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발을 들인 적이 있었다. 익명이라는 방패 덕분에 자유로운 생각과 풍자도 넘치지만 그곳을 지배하는 정서는 양극단의 감정이다. 싫다는 표현을 위해 욕과 벌레로도 부족하여 '극혐'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더하고, 생식기를 더한다. 여기에 온갖 성, 민족, 외모, 지역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언어가 변주되어 하나의 싫어하는 감정을 연주한다. 좋다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종교성을 소환한다. 종교의 거룩함이나 신성함을 띠는 다양한 합성어만이 좋다는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 싶다. 감정의 양극단을 충만하게 표현하기 위해 동원되는 언어의 향연은 마치 자석 양극에 어지럽게 모인 철가루 같다. 평온함이나 일상적인 감정은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그것은 지루할 뿐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