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유나의 보드게임 (셈셈수놀이, 셈셈피자가게, 코잉스)
내가 보드게임을 시작하면서 5살 조카인 유나가 할만한 보드게임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당시 유나는 아이패드로 하는 다니엘 타이거와 관련된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눈이 나빠지고 디지털기기에 중독이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아날로그적인 것을 찾게 되었다. 더불어 마냥 오락적인 요소에 치우치기보다는 두뇌발달이니 하는 것도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알아본 것이 바로 셈셈수놀이이다. 유나는 막 손가락으로 더하기 놀이를 시작하였다. 어린이집에서 배웠는지, 1에 1을 더하면 2가 되고요. 뭐 이런 식의 노래를 우렁차게 불러 젖히면서 손가락을 꼬무락 폈다 접다 하기에 매진하였다. 칸 아카데미 키즈에서도 더하기를 가르쳐주던데 유나가 도움을 받으면서 곧잘 해나갔다. 그래서 연산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것이 무얼까 알아보다가 걸려든 것이 바로 이 셈셈수놀이다.
셈셈수놀이
셈셈수놀이는 1부터 10까지 이루어진 카드 세 벌로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유나는 큰 수-작은 수 놀이와 사다리 게임을 좋아했고, 나는 메모리 게임을 좋아했다. 사다리 게임도 그저 주사위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칸에 말이 이동하면 숫자 카드를 받을 수 있고, 이 모아놓은 숫자 카드의 합이 열이 되면 주사위를 또 한 번 굴릴 기회를 받게 된다. 유나는 자기가 모은 카드 중 합이 열이 되는 조합을 기똥차게 찾았고, 안 되면 카드 세 개를 모아서라도 합이 열이 되도록 하였다. 어른들이 승부를 양보하려고 본인 카드가 열이 되어도 넘어갈라치면, 자신이 막으면서 할아버지 카드가 열이 된다는 둥 계산 오지랖도 떨었다. 물론 처음에는 매번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하며 계산하였지만, 어느새 10을 만드는 숫자 조합은 암기하게 되었다. 내가 괜히 4+7이 10이라며 우길라치면, 아니야 그건 11이야 하며 엄중 경고를 하기도 하였다. 유나는 게임에서 꼭 1등을 해야 했고, 1등을 하면 "내가 이겼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었다. 다만 자기가 질 것 같으면 고개를 푹 숙이고 방으로 들어가 한동안 삐쳐있기도 했다. 한동안 온 가족이 셈셈수놀이 지옥에 빠져있어야 했다. 아침부터 가족들은 머리에 까치집을 하고 모여 앉아 주사위를 굴려야 했다.
코잉스
두뇌발달류 게임으로 구입한 것이 코잉스이다. 셈셈수놀이와 같은 <행복한 바오밥>이라는 곳에서 나왔는데, 이곳의 노예가 될 것 같다. 코잉스는 공간지각력을 키우는 용도로 구입하였다. 약간 변형된 용도의 칠교놀이와 같다. 총 38가지 미션이 있고, 유나는 한 28 정도 하고 나서는 어려운지 자꾸 앞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나는 바로 36부터 38까지 해봤는데, 어른이 하기에도 꽤 재미있다. 한 판의 코잉스가 완성될 때마다 꼬잉~스~ 이러면서 같이 외쳐주니 엄청 좋아한다. 중독성이 강한 게임은 아니고 가끔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임이다.
셈셈 피자가게
셈셈수놀이의 대히트에 힘입어 구매한 것이 바로 셈셈 피자가게이다. 만 6세 이상 기준이라 이제 만 4세가 된 유나에게는 좀 어려운 게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 열까지의 연산은 제법 도가 텄으며, 두 자릿수의 경우도 어느 정도 진행할 수 있었다. 셈셈 피자가게는 게임판이 앞뒤로 이루어져 있어, 한쪽은 100까지, 다른 한 쪽은 20까지로 되어 있고, 카드나 연산의 난이도도 조절이 가능했다. 게다가 유나는 요리에 관심이 많다. 피자를 만드는 요리사 놀이라면 꽤 좋아할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어하기는 했으나 룰이 약간 어려운지 셈셈수놀이 만큼 좋아하지는 않았다. 룰을 나만 알고 있고, 어른들도 룰을 숙지하는데 시간이 꽤 걸려서, 셈셈수놀이 사다리처럼 아무나 쉽게 놀아주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조금 시간이 더 필요할 듯싶다.
셈셈수놀이는 6월 말에 구입하고, 코잉스와 셈셈 피자가게는 7월 말에 구입하였다. 셈셈수놀이 덕분인지 칸 아카데미 키즈 덕분인지, 아니면 본인의 노력 덕분인지 연산능력이 꽤 많이 발달하였고, 본인도 연산을 즐긴다. 종종 가족들에게 "뭐에서 6을 빼면 2가 되게?", 혹은 "7에서 뭐를 빼면 4가 되게?", "여든에서 열을 빼면 뭐가 되게?" 등의 퀴즈를 낸다. 나름 방정식도 하고 두 자릿 수 덧셈 뺄셈도 가능하니 신기하다. 나는 조만간 고대 메소포타미아 관료들보다는 셈을 잘 하겠군 하며 기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