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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드레스덴-구시가지(Altstadt), 그리고 프라하 야경
    여행/체코-헝가리 2020. 1. 20. 14:30

    아우구스트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가니 마치 시간을 거슬로 과거에 온 것 같다. 사람의 신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웅장한 건물들이 검게 변한 채 즐비하다. 우리는 궁정교회를 돌아 잠깐 옆을 보았다. 그곳에는 군주의 행렬이 있다.

    다리를 건너면 뙇!

     

    대공습에도 살아남은 벽화인데 굳이 비교하자면 드레스덴 판 반차도랄까. 정조의 화성 능행길을 그린 그 그림 말이다. 사진으로는 별 감흥없던 반차도를 실제로 봤을 때 그 규모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군주의 행렬'도 TV에서 봤을 때는 대공습을 피한 벽화로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거대하고 화려하여 볼만하다.

    군주의 행렬

     

    이 벽화를 가운데에 두고 소위 말하는 관광지가 양쪽으로 분포되어 있다. 어느 쪽부터 돌아볼까 하다가 일단 츠빙거 궁전과 젬퍼 오페라 극장 쪽으로 향하였다. 이 때가 오후 3시 정도였는데 아직도 햇빛이 어마어마하다. 

    웅장한 궁정 교회를 지나 츠빙거 궁전(Dresdner Zwinger)으로 향하였다. 유럽에서는 매달 첫 번째 일요일에 전시실 등을 무료로 개방하는 행사를 많이 하는데, 츠빙거 궁전의 도자기 박물관이 바로 그 대상이라고 한다.

    문을 통과하니 엄청난 규모의 중정이 펼쳐진다. 도저히 저 땡볕으로 걸어나갈 자신이 없다. 우리는 급 우회하여 도자기를 보자며 룰루랄라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사람도 없고 문도 닫힌 기분이다. 무료로 보려니 뭔가 자신감이 사라진다.

    츠빙거의 중정(땡볕)

     

    급 쫄보가 되어 앞을 서성이다가 결국 도자기 박물관 입장은 포기.  대신 땡볕에서 온갖 설정을 하며 사진 찍기에 몰두했다. 우리는 사진기만 있으면 뒤에서 화산이 폭발해도 잘 놀 것 같다. 옥상에도 올라갈 수 있도록 개방이 되어 있다. 이 곳에서 보는 츠빙거 궁전의 경관도 볼만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이 떠오른다. 햇빛 때문인지, 건축물 때문인지.

    츠빙거 궁전을 나와 레지덴츠 궁전을 지나 방향을 틀어 브륄의 테라스(Brühl's Terrace)로 걸어갔다. 그런데 기대했던 풍광은 잘 안 나온다. 이미 엘베성(Elbschlösser)에서 탁 트인 공간을, 다리 맞은 편에서 압도적인 장엄을 목격해서 그럴까. 이 곳은 당시 공사판이었다. 지도에서는 내가 있는 곳이 분명 브륄의 테라스라고 하는데, 사진에서 봤던 경관이 어떤 각도로도 나오지 않는다. 

    다시금 더위와 햇빛과 싸우며 성모교회(Frauenkirche Dresden)로 향하였다. 이 곳은 거대한 돔 건축물로 드레스덴의 상징이기도 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의 공습으로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파편 하나하나도 소중히 그러모아 시민의 성금으로 복원을 했다고 한다. 이런 스토리에 감동을 잘 하는지라 이 교회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드디어 교회 앞에 당도하니 너른 광장 위에 거대한 돔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다. 이토록 고색창연하다는데 새로 지어진 거라니 놀랍다. 안에 들어가려고하는데 입장 가능 시간이 복잡하게 적혀있다. 우리가 갔던 시간은 입장 불가능 시간. 다시금 주변을 서성이는데 프라하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이 신경 쓰인다. 우린 결국 성모교회를 포기하고 성십자교회(Kreuzkirche)로 향하였다.

    성십자교회는 겉은 웅장한 검은색으로 일반적인 유럽 교회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안에 들어가니 전혀 새롭다. 이 교회는 원래 12세기에 지어졌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후 화재와 전란에 의해 붕괴와 재건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드레스덴 대공습의 날에 붕괴되고 이후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내부는 여느 성당과는 달리 굉장히 담백한 양식이며 2층부터 재건된 흔적이 있다. 안에 들어가면 한국어 설명서도 있어 교회의 역사와 의미를 알기에 도움 된다. 개인적으로 현대적 아름다움을 품은 이 내부가 마음에 들었었다. 

    드레스덴 성십자 교회

     

    여기까지 본 후 우리는 프라거 길(Prager Strasse)이라는 번화가를 지나 중앙역으로 향하였다. 고색창연한 구시가지와는 달리 패션몰과 백화점 등이 즐비한 현대적 분위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 스페인 코르도바가 생각났다. 유네스코 역사지구를 지나서 중앙역으로 가면서 중세에서 현대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곳도 그랬다. 우리는 잠시 스타벅스에 들려서 갈증도 풀고 아픈 다리도 잠시 쉬어줬다.

    이러고 놀았다.

    중앙역에는 플릭스 버스 사무소가 있었지만 매번 그렇듯이 어디에서 차를 타야 할지 알기 어려웠다. 친구와 돌아가며 불침번을 선 끝에 무사히 플릭스 버스를 탔는데, 뒷 자리에 앉으니 미국에서 온 듯한 한 무리의 여행자가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살짝 졸며 어느 덧 프라하에 도착.

    8시가 넘어가는 블타바 강의 저편으로 해가 지는 게 보이는데 석양 때문인지 하늘이 분홍색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놓았다. 아침 일찍부터 달린지라 엄청 피곤할만도 한데, 우리는 그 경관에 취해 또다시 프라하 전망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래서 가게 된 곳이 바로 레트나 공원. 이곳에 바로 프라하 메트로놈(Prague Metronome)이라는 조형물이 있다. 트램에서 내려 체흐 다리를 건너는데 하루살이가 엄청나다. 하루살이의 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을 허우적 거리며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프라하 젊은이들은 이 곳에 다 모여있다. 클럽 음악이 시끄럽게 쿵쿵 울리고 다들 술에 취해 신이나서 몸을 흔들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술 취한 젊은이가 떼로 몰려있는 곳은 무섭다. 우리는 이런 곳과는 어울리지 않아 하면서도 꽤 야경이 아름다워 난간에 걸터앉았다. 친구는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용기를 내어 내 옆에 안착. 여기에서 떨어지면 죽겠다는 얘기를 나누며 잠시 젊은이들 틈에 앉아 야경 구경. 꽤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여기까지 본 후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었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