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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랑야방(琅琊榜)> 잡설
    오덕기(五德記)/中 2021. 9. 28. 14:39

    2015년에 이 작품을 처음 접했다. 워낙 명성이 자자했지만, 중극 사극은 예상이 되는지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본 중국 드라마 중에 최고이며, 여타 국가의 드라마를 다 합쳐도 손에 꼽을 정도로 명작이었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보았고, 요즘도 가끔 생각나면 보며, 오디오북을 들을 때도 있다.

    이 글의 제목이 잡설이니 잡설이나 해보고자 한다.

    이 드라마를 처음 보던 당시에는 제목의 표기법에 굉장히 불만이 많았다. 왜 한국 제목을 랑야방이라 했을까. 한글 표준어 기준에 따르면 낭야방이 올바른 표기법이다. 낭야는 유서 깊은 중국의 지명이다. 제갈 공명이나 왕희지가 바로 이 낭야 출신 유명인이다. 낭야각주인 린신이나 집사인 려강도 실상은 인신이나 여강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러다가 별안간 임수는 또 임수이다. 림수라고 해야 하지 않나. 양나라도 량나라라고 해야 하고. 선택적으로 두음법칙을 무시하는 표기법을 사용하여서 보는 내내 굉장히 의아했다. 물론 중문 자막으로만 보게 된 이후에는 이런 불만은 사라졌지만 랑야방이라는 표기법은 아직도 석연치 않다.

    랑야방은 굳이 우리나라 말로 풀자면 <랑야 분야별 탑 텐 차트>랄까.  ~~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열 사람을 선정해놓은 것이 바로 랑야방이다. 놀랍게도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는 제목을 갖고 있는데, 결국 이 랑야방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드라마를 보면서 약간의 오류들이 눈에 띄었다. 이 드라마가 판타지이지만 기본적으로 시대 배경은 위진남북조이다. 남조의 경우 송-제-양-진으로 진행되고, 그중 이 양나라를 배경으로 지어낸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은 주인공인 매장소가 태자와 예왕이 나눠가진 육부 세력을 꺾어 멸문지화를 당한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이 형부, 이부, 공부, 호부, 병부, 예부를 들이민다.

    아쉽게도 이 제도는 위진남북조-수-당의 전개에서 당나라 대에나 완성되며, 호부상서 얘기가 나오지만 실은 도지상서(度支尙書)였다. 게다가 당대 초기에도 호부의 戶 대신 民을 썼다가 당태종 이세민이 황제가 되면서 이름의 民자를 피휘 하기 위하여 戶로 바꾼 것이다. 즉 위진남북조 시대 배경 치고는 너무 미래에서 왔다고 해야 하나.

    잔잔한 옥에 티로는 오른쪽 왼쪽이 헷갈리는 경우도 많고(점을 찾는 팔이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바뀐다거나), 황제한테 맞고 쓰러졌던 정왕이 황제가 똑바로 꿇으라는 말에 무릎을 꿇었는데 다음 장면에서 다시 넘어져있는다거나 하는 장면들이 소소하게 눈에 띄었다. 

    랑야방은 배우 연기가 모두 엄청났다. 예황이 매장소가 임수임을 알아볼 때 둘이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볼 때마다 눈물바다이다. 배우들 콧물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나도 함께 흘리면 된다. 황제와 내관의 연기도 1등이다. 맨 처음 이 드라마를 보고 매일 바이뚜를 뒤졌는데, 당시에 배음 하는 사람 명단을 보고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성우라고 해야 하나. 정왕의 목소리는 성우라고 확신했는데 본인 목소리라 굉장히 놀랐다. 굵고 멋들어진 목소리가 성우급이다. 물론 정왕은 가끔 음양사의 히로마사가 떠오르기도 하고, 일본 야차가 떠오르기도 하고, 스미골 같기도 하고.... 미안...

    제대로된 리뷰를 남기고 싶은데, 소설책을 다 읽고 하려니 이번 생에 힘들 것 같다. 중국어로 독서는 이제 많이 힘들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