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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산하령(山河令), 2021> 잡설 intro.
    오덕기(五德記)/中 2021. 11. 11. 13:57

    지치지도 않고 달리는 중드. 

    잡설이 길어져서 잡설도 intro까지. 

    <전문중적진천천>을 달린 후, 예전에 1편 못 박는 부분에서 멈춘 <산하령>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학려화정>으로 입은 내상을 로맨스물로 노곤 노곤하게 풀어놨으니 다시 이런 것을 봐도 되지 않겠는가 싶었다. 포스터가 남자 두 명이라 혹시 BL계열은 아닐까 우려하였는데 바이뚜에 딱히 그런 말이 없다(뭘 본 거니).

    바이뚜 작품 소개에 Priest의 <천애객>이 원작이라고 한다. 순간 약 1년 전에 내 업무를 도와줬던 중국인 학생이 기억났다. 이 친구에게 지나가는 말로 요즘 중국에서 핫한 것이 뭐냐 물었는데 Priest의 소설이 핫하고, 곧 드라마로도 나오니 한번 보라고 한다. 나는 중국인이 중국어에 영어를 섞어 말하면 알파벳조차 못 알아듣는다(나만 그런가). 그래서 중국어인줄 알고 적어달라고 했더니 Priest라고 적어줘서 이게 필명 맞냐, 엄청 신성한 소설을 쓰나 보다고 농담도 했다(부장님 유머 흑흑). 그리고 지금 이 드라마 보면서 계속 흠칫한다. 이게 혹시 그 친구가 말한 프리스트 원작의 드라마일까. 그만큼 이 드라마는 대사가 노골적이다. 드라마 <진정령>은 대사가 은은했다면, <산하령>은 어이 아저씨들 그런 말을 이리 공공연하게 해도 되나요 묻게 된다(지금 10화 정도 보는데 이 정도인데 앞으로는 어찌 될까 벌써 소름이). 

    바이뚜 작품 소개에서 배우 리스트를 보는데 주자서 역 배우 이름이 특이하게도 공란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위키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장철한, <랑야방> 소년 임수라는 필모가 눈에 보인다. 아, 기억났다. 소위 기록말살형을 당한 그 사람이다. 나같이 연예계에 관심 없는 사람도 들어본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 사람이 이런 작품의 주연까지 하는 정도였구나 하면서 처음에는 약간 무감각하게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볼수록 이 배우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그는 언제까지 역용술을 하며 자신의 존재와 자취를 감추고 살아야 할까. 그가 했던 행위가 이토록 철저하게 짓밟힐 정도의 일인가. 난 보통 중국 쪽 영상을 bilibili에서 보는데 여기에서 <산하령>을 검색하면 관련 영상이 잘 안 나온다. 한 인간을 상대로 일국의 정부가 비열하게 겁박한다. 

    배우 장철한에 대한 복잡한 마음은 차치하고서도 <산하령>은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최근 중드를 보면서 이렇게 매편 기대하고 궁금해하면서 다음 편을 보고 싶어 안달하던 작품이 또 있던가 싶다. 어쩌면 김용 스타일의 무협 서사를 현대식으로 풀어나간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김용의 소설도 나온 지 오래되다 보니 아무래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고루한 기운을 감출 수 없다. 현재도 계속 만들어지는 김용의 유명 작품에 대한 재해석본 드라마는 무언가 일그러지고 고식적이고 답답한 점이 부가되는데, <산하령>은 무협 느낌을 제대로 챙기면서도 서사를 누르는 답답한 기운이 없고 소쇄하다. 

    무림 비급, 정파와 사파, 영웅대회, 독과 미향, 귀곡과 독갈의 괴상한 캐릭터, 세외 고수, 살수집단, 강호를 떠나 자유롭게 안빈낙도하고픈 마음, 절절하게 사랑하는 마음, 캐릭터 간의 복잡한 은원, 용연각 원정대, 조정과 권력에 대한 얽매임, 기관, 약인 등 무협에서 다뤄야 할 클리쉐는 모두 나오는데 이 모두를 거스르는 부분 없이 탁월하게 잘 풀어나갔다. 물론 내용을 엄청 꼬지 않으면 재미없을 거라는 듯이 뒤틀어놓았지만, 이것도 캐릭터 간의 관계성으로 이해가 잘 가게 해놓았다. 

    <산하령> 잡설 본론은 다음에 계속... ㅋㅋㅋ

    나는 드라마의 오프닝과 엔딩곡을 모두 스킵해서 몰랐는데, 맨 처음 주자서와 온객행이 싸우는 장면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길래 모던형제의 유우녕인가 하고 찾아보니 이 곡이 오프닝이다(아주 심한 뒷북). 그간 <장가행>을 보고 유우녕의 인터뷰나 노래를 몇 번 들었더니 그의 음색을 바로 알아챌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득의양양했는데 오프닝이었을 줄이야. ㅋㅋㅋ

    https://youtu.be/giPzaAsH7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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