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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장야> 열정적인 잡설
    오덕기(五德記)/中 2022. 4. 20. 16:33

    작년에 2편 정도까지만 보고 그만뒀는데, 친구가 보겠다고 해서 그럼 나도 진도를 맞추마 하여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계 원년 나오고 몇 명 소개 뜨자마자 껐다. 다시금 끼쳐오는 지루함의 냄새.

    친구가 6화의 전투 장면이 압권이라며 꼭 보라고 성화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로 6화를 보는데 아무리 봐도 전투가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바이두 백과의 각 회차별 줄거리를 찾아보니 내용이 뭔가 다르다. 바이뚜 백과는 60회 차이고, 넷플릭스는 61회 차, 왓챠는 60편+특별 편이다. 친구는 왓챠로 봤다고 하는데, 난 넷플릭스로 봤고, 두 OTT 서비스의 편집이 다르다. 넷플릭스는 초반 과거 장면이 지루하게 진행되는데 왓챠는 이 부분을 다 걷어내고 61편에서 특별 편으로 보내준다. 이 초반이 워낙 재미가 없어서 왓챠 방식이 훨씬 나은 듯. 

    하여, 왓챠로 이동하여 녕결과 일본 낭인 느낌 나는 조소수의 전투 장면을 먼저 시청. 보면서 저 동네 배수 엄청 안 되네 혀를 끌끌. 센 놈 뒤에 센 놈 나오고 그 뒤에 더 센 놈이 나오는 전투가 숨 쉴 틈 없이 진행된다. 자꾸 밤에 비 올 때 싸워서 하품을 매우 크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흥미 끄는 데 성공했다. 하여 왓챠 버전으로 처음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다리를 풋레스트에 놓고 덜덜 떨면서 보고 있는데, 1편에서 녕결과 마 장군도 같이 떨고 있어서 뻘하게 동질감을 느꼈다. 

    친구에게 낚여서 6편부터 보니 홍수초(红袖招)라는 기루가 나온다. 마침 랑야방에서도 본 기억이 나서 왜 저런 이름을 가지게 된 건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오대 십국 시절 위장(韦庄)이 지은 보살만이라는 사패에 나오는 구절이더라. "骑马倚斜桥, 满楼红袖招(말을 타고 무지개다리에 기대니, 청루 한가득 소녀들이 손짓한다)." 원래 홍수(붉은 소매)는 그저 소녀를 일컫는 말이고, 초는 부르다를 의미한다. 일식집 가면 있는 팔을 열심히 흔드는 마네키네코를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 시에서 손짓하는 붉은 소매의 소녀들이 기녀임을 대놓고 표현했더라. 여염집 소녀가 함부로 손을 흔들어 초대하지는 않을 테니 홍수초는 자연스레 기녀/기방을 대표하는 용어가 된 듯.

    그건 그렇고,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이토록 내용이 궁금하지도 않고 캐릭터들에게 관심이 안 생긴 채 60편을 달린 드라마가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다른 일 하면서 보기 참 좋았다. 컴퓨터 작업한다고 아예 화면을 등진 채 보다가 뭔가 이야기가 급전개 되는 것 같으면 잠깐 고개를 돌려서 내용을 파악했다. 가끔 상황이 왜 저렇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해서 멍 때릴 때마다 친구가 받아적으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주인공은 복수를 하려는 거야." 수첩공주 마냥 '복수'라고 받아 적었었다. 

    약 42편 정도 보면서, 잡스런 내용 다 편집하고 40편 정도로 끝냈어도 되었을 것 같다라고 하니 친구는 "그럼 네가 이미 다 봤을 텐데"하며 맞장구. 친구는 도대체 제작비 800억이 어디 간 거 같냐며 물었고, 나는 장치와 미술에 돈이 들어갔을 거라고 얘기했다. 어쩌면 각종 괴상한 인사법을 만드는 데에도 돈이 꽤 들어가지 않았을까. 호천을 부르짖는 인사법이나, 서원에서 웃전을 만날 때 하는 강아지 손 인사법 볼 때마다 부끄러움에 어깨를 흠칫 떤 사람 나뿐인가.

    몇 가지 OST를 돌려막는데(OST 자체는 좋다), 화면 돌아가는 상황은 그렇지 않은데 OST로 억지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너무 심하다. 뜨르르 뜨뜨뜨뜨 뜨르뜨뜨뜨 라는 노래가 나오면 안 봐도 된다. 코믹 장면이니 즐겨라는 신호를 보내는 OST인데 어쩜 나오는 장면마다 저렇게 재미가 하나도 없는지. 기계적으로 나오는 사형제 에피소드가 노잼에 큰 역할을 했다. 두 명씩 짝을 이루는 사형제도 있긴 하지만 12명의 사형제를 매번 하나씩 훑어주니 나만 지쳐갔다. 녕결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오지라퍼 사형제 총출동. 그중에서도 가장 극에 달한 장면은 녕결에게 어떤 여자가 배필로 좋은지 대사형과 2 사형이 충돌하는 장면. 하아.

    음향문제는 초반에 넷플릭스로 시청했을 때 가장 거슬렸던 부분이었다. 소리가 너무 둔탁하고 공간이 커지면 쩡쩡 울려서 듣기가 싫었다. 저 정도면 그냥 전체 후시녹음하는 게 좋겠다 싶었으나 뒤로 갈수록 음향문제는 이질감이 없어졌다. 그럼에도 공간이 커지면 소리가 엄청 울리긴 했다. 녕결과 상상이 집에 가네 마네 싸울 때 공간이 커서 소리가 엄청 울리는데 소리까지 지르니 뭐라 그러는지 답답했다. 물론 자막 보면 된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녕결이 멸문당한 복수도 하고 자신의 경지를 올리며 사랑도 찾는 이야기이다. 찾았다는 사랑은 알고 보니 파랑새 수준이긴 했지만 말이다. 세계관은 정치, 종교, 민족이 맞물려 들어간다. 세상의 종교들을 약간씩 짜깁기한 느낌. 보다 보면 쉽게 이해된다. 수행자의 등급이나 기술이 나뉘는 것도 엄청 길게 설명해줘서 좀 지겹다.

    주인공을 맡은 진비우는 그 유명한 진개가(첸카이거) 감독의 아들로 천만다행으로 외탁하였다. 그가 10대 때 촬영한 작품이라는데, 그가 키운 하녀인 상상 역을 맡은 송이인은 실제 나이가 진비우보다 7세 많다. 드라마 상 나이가 아마 8세 정도 차이가 나니 도합 15년의 세월을 넘어서는 연기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이인은 최강희와 공효진이 떠오르는 마스크이다. 녕결 역은 딱히 연기력이 필요 없고 허우대와 입을 앙 다문 얼굴만 있음 되긴 하는데 꽤 거슬리지 않게 연기했다. 일단 본인 목소리로 연기했으니까. 다만 명필 역할인데 붓 잡는 모양새가 영 틀려먹어서 살짝 짜증이 났다. 중국에서는 고장극을 한다는 배우들이 서예를 하면서 집필법을 모르고, 피리를 불면서 취구도 못 찾는다. 

    이 세계관에서는 경지가 오르는 것이 꽤 중요한 것 같은데, 녕결은 뭔가 우가우가 하더니 동현이 된다. 친구가 이미 경고했음에도 너무 별안간 레벨업 해서 어리둥절해졌다. 게다가 녕결은 모든 재능을 몰빵 했는데(문무를 두루 갖추지 않았는가), 아이템도 엄청 많다. 거의 템빨로 전투를 치르는 기분. 사부들과 사형제의 사랑이 과하다. 보다가 전형적인 귀종유리담인가 해서 이미 시청을 완료한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뭔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적어도 이 건 허를 찌른 듯. 어쨌든 녕결 커플은 이 세계관에서 가장 강하고 존귀한 커플이 아닌가 싶었다. 녕결은 아무리 봐도 장무기st.

    막선선이 나오면서 갑자기 장르가 애정물로 변해서 당황했다. 그전까지는 필승거 PPL을 위한 드라마였다. 친구와 훗날 중국 여행 가면 필승거의 피자의 탈을 쓴 전병을 먹어보기로 했다. 맛없어 보였지만 샘플러도 먹어 보고 싶다. 막선선 역을 맡은 원빙연은 <유리>에서 보고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예쁘게 나온 듯. 관심 없는 커플이었지만, 당왕의 마종 성녀 출신인 황후에 대한 사랑이 그야말로 찐사랑이라 놀랐다. 그러다가 약 30편 넘어서 배우 명단 찾아보다가 당왕이 여명이라 그래서 네?????? 를 수백 번 했다. 여명임을 알고 봐도 끝까지 안 여명 같았다. 어쩐지 황제인 형은 수염이 없는데, 동생은 수염이 있어서 더 나이 들어 보인다 했는데, 여명 얼굴에 감히 수염을 붙이지 못한 건가.

    공주는 장쯔이를 닮았는데, 중국 위키 소개란 처음에 장쯔이 닮았다고 쓰여있는 걸 보고, 저걸 보는 배우 기분은 어떨까 싶기는 했다. 얼굴도 닮고 목소리도 비슷하고 발음은 다르다. 참고로 난 장쯔이의 목소리와 발음을 무척 좋아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공주야 부족한 동생 치워버리고 네가 그냥 나라를 잡수시오라고 하고 싶었다. 공주와 잠시 핑크빛의 ㅍ까지만 돌던 숭명은 넷플릭스판만 보고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 될 줄 알았는데 네. 뭐 그랬어요. 한참 보다가 정소추는 알아봤다. 어찌나 목소리가 가느시던지. 그가 맡은 부자 역은 제자 착취 갑이다. 대사형 만만이 데리고 다니는데 약간 박사과정 착취하는 교수 같아서 묘하게 반발감 ㅋㅋㅋㅋ 니들이 우리나라 대학원을 알아? 교수 집에서 미역국 끓이던 박사과정 선배가 생각났다. 

    9 사형과 10 사형(발음을 조심해야 함)은 쌍둥이다. 중국의 량현량하 같은 쌍둥이 그룹. 황자인 이혼연은 김남길 닮은 듯한데 성격 진짜. 그 와중에 2 사형 군맥과 융경 황자가 비슷하게 생겨서 초반에 헷갈린다 했더니 친구가 나만 그럴 거라고. 화치에게 융경이 긴고아(손오공 머리띠)를 쓰고 우아하게 등장해서 닭살 돋게 프러포즈하는 모습을 보고 힘겨워하며 친구에게 얘기하니 그게 이후에 거지꼴 되는 융경을 더 빛나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란다. 비유적 표현인 줄 알았는데 진정 거지꼴이 되어서 대경실색. + 주인공 녕결과 대별되는 - 주인공 융경은 너무 극한 역할 같다. 막판에 비키니 패션 입고 돌아다니는데 보기 거북살스러웠다. 몸은 엄청 좋아서 드라마에 임하는 배우의 노력은 느껴졌다. 연기 하기 참 어려운 캐릭터인 것 같다. 뭘 하든 코믹스러워 보이는 동작들. 그러다가 흡성대법이 나왔다. 용어가 따로 있지만 내 눈에는 흡성대법.

    거의 딴짓을 하면서 봐서 자막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보면서 왜 번역을 저렇게 했지하며 고개를 갸우뚱한 적은 많긴 하다), 녕결이 융경에게 경국경성을 줘도 상상과 안 바꾸겠다는 장면을 나라를 통째로 줘도 안 바꾼다고 번역한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겼다. 경국경성은 경국지색, 즉 엄청난 미인을 말하는 건데 말이다. 아무리 미인 갖다 줘도 상상이랑은 안 바꾸겠다고 한 건데 갑자기 나라를 바쳐댄다. 

    배우들 생김새가 굉장히 개성이 넘쳐서 은근 안 헷갈리고 잘 봤다(물론 투구를 썼다 벗으면 못 알아본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러나 개성이 넘친다는 뜻이 꼭 긍정적인 의미를 품지 않음은 모두 알 것이다. 보다가 가끔 <여의방비>나 <산하령> 보면서 눈을 맑게 해줘야 했다. 그러다가 저 사람이 인물이 제일 낫네라고 했던 사람이 있는데, 한참을 보다가 알아봤다. 이미 배우들 이름 보고 <산하령>에서 진왕 역을 맡은 왕동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알아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된 유구한 집착. 엽씨 아니고 섭씨 아닌가요. ㅋㅋㅋㅋㅋ 중국 엽씨는 엽씨로 표기하기로 정해진 건가.

     

    결론은 <장야> 재미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재미가 없어서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장안12시진> 보려니 다시금 집중해야 해서 공사가 다망한 내가 볼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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