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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장안12시진(长安十二时辰)> 잡설(feat. 차수례)
    오덕기(五德記)/中 2022. 11. 18. 17:43

     


    <장안12시진>은 나름 입소문을 많이 탄 중드이다. 중드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사극 중에서는 아마 <랑야방> 다음으로 추천이 많이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도 한번 봐야지 굳게 마음먹다가 들어가게 되었고, 끝맺지 못하고 26편에서 탈주하였다.

    한 시진은 2시간이다. 즉 12시진은 24시간인데 드라마 플롯 상으로도 미드 24와 대테러전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하다. 계속 집중을 못하고 딴짓을 하면서 봐서 1편만 세 번을 재탕하면서 시청을 시작했다. 드라마와 낯가림을 심하게 하는 편이라 다른 드라마 시청도 이런 식이긴 하다. 어떻게든 보려고 노력은 했다는 뜻이다.

    오프닝은 화면이나 음악이 95년 판 <공각기동대>를 떠오르게 한다.

    상원절(정월대보름)을 맞이하여 당나라의 수도 장안은 단 하루 동안 성문을 개방하고, 이때를 틈타서 돌궐의 테러 집단인 랑위가 장안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성 안으로 침투해 들어온다. 이 계획을 알게 된 정안사의 수장인 이필은 전직 군인(?)이자 현직 사형수인 장소경을 이용해 테러를 막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의 압박 속에서 첩보전과 여러 세력의 충돌과 명멸, 그리고 숨겨진 속사정과 등장인물의 과거사가 씨줄 날줄로 엮이어 펼쳐진다. 

    그래서 10편 정도까지는 꽤 재밌게 보았다. 일단 화려한 영상미로 눈이 꽤 즐겁다. 큰 명절을 맞이한 당대 세계 최고의 도시인 장안의 화려한 풍광과 이에 대별되는 어두운 뒷골목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등이 말이다. 핍진성을 꽤 높였기 때문에 여기에서 경공이라니요 할 때도 가끔 있긴 하지만 육탄전이나 추격전도 굉장히 볼만하다. 쇠뇌를 권총처럼 사용하는 장면은 꽤 멋있기도 하고 뭔가 웃음이 나기도 하는 그 어드메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중반부로 가면서부터 긴장감이 느슨해지고 특히나 24편부터는 보기 힘든 장면이 연속된다. 나는 저렇게 개연성 없는 인물이, 견디기 힘든 분장을 하고 패악을 부리는 것에 흥미가 전연 없다. 가뜩이나 흑막이 계속 나와서 피로감이 커지던 차였는데 뭔가 메스꺼움까지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계속되면서 볼 만큼 봤다며 미련 없이 '나오기'를 눌렀다. 

    이렇게 드라마를 잘 만들었는데, 이 정도로 흡인력이 없다니! 감독은 천재인데 원작을 각색한 작가가 범재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품었다. 찾아보니 꽈즈공작실(爪子工作室)에서 각본을 썼다는데 이 작품상으로 금응상(金鹰奖) 최고 각본상도 받았다고. 할많하않. 그리고 동시녹음 위주라 음향이 너무 들쑥날쑥이라 대사가 지독하게 안 들린다(본인 중국어 듣기 탓은 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마치 연기를 굉장히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출을 하였는데 그 와중에 최기를 맡은 배우가 너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렇게 연기 못해도 되는 건가. 내 친구는 별안간 이 사람 웃상이야 울상이야 라고 물었다. 표정이 모호해서 감정 파악이 너무 어렵다.    

    제작비를 천억을 들였고, 영상에서 돈 냄새가 풀풀 나는데 내가 이토록 집중을 못 한 것은 아마도 너무 미국 드라마 흉내를 많이 내서가 아닐까 싶었다. 한때 한국 영화 같지 않다며 한국 영화사의 분기점을 이루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가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고 이 무슨 헐리우드 짝퉁인가 하면서 아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아메리카나이즈드' 중국 드라마의 냄새가 강해서 더 힘들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시간 투자해서 중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중국 사극의 탈을 쓴 미국 정서를 보려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끔찍한 혼종을 본 기분이랄까.

    주인공 중 장소경은 뇌가음이라는 연기파 배우여야 할 것 같은 외모를 가진 배우가 맡았다. 이필 역은 이양천새(이양치엔시易烊千玺)라는 아이돌 그룹에 속한 배우가 맡았다. 아이돌 출신이라는데 연기력이 전문 배우 느낌이었다고 할까나. 특히 2화에서 침 팍팍 튀기면서 말다툼하는 장면을 보면서 외모는 신경쓰지 않나보다고 생각했는데, 후에 아이돌 출신임을 알게 되고 괴리감을 크게 느꼈다. 이름이 특이해서 소수민족인가 했는데 찾아보니 한족. 성이 이(易)씨인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성 씨라 역씨라 읽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양(烊)은 그의 고향에서 환영한다는 뜻이고, 천새(千玺)는 밀레니엄을 뜻하는 천희(千禧)와 중국어 발음이 같아서 새천년을 환영하며 지은 것이라고 한다. 마침 2000년생이라 말이다.  양천새씨 부모님 트...특이...

    끝까지 보지도 않은 이 드라마를 이렇게 자세하게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인사법(경례법)을 얘기하고 싶어서이다. 

    차수례


    이는 차수례(叉手礼) 혹은 교수례(交手礼)라고 한다. 원래 페르시아에서 한 손을 가슴에 얹는 인사법이었는데 두 손을 모두 사용하는 중국식으로 변형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 <관무량수경>에서 합장은 차수(손을 깍지끼다)로 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어찌 되었건 (불교가 유행한) 남조 시대에 등장해서 당대에 보편화되었고 이후, 송, 요, 금, 원, 명대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남자는 오른손 엄지를, 여자는 왼손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렸는데, 이후 오대에서 송으로 넘어가면서 양손의 엄지를 모두 위로 올렸다고 한다. 남자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는 방식으로 하였고,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인사할 경우 무릎을 꿇고 차수례로 인사했다.

    응답할 때도 차수례를 행하면서 납(喏)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가끔 중드를 보면 흔히 듣는 '시(是, 싈!)' 대신 '납(喏)'으로 대답하는 경우도 있는데 (발음은 nuò 로 한국어로 발음하면 누어! 눠! 정도이다) 킹리적 갓심이지만 한국어의 대답인 '네'는 저 누어에서 온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얘기 하면 싫어하는 사람 있을랑가. 물론 대충 찾아봤지만 이것과 관련된 논문은 없었다.

    이상 <장안12시진>에 대한 혹평에 이양천새 이름 뜻의 괴이함을 버무리고 차수례로 마무리한 똥망글 추가.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