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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리뷰] 소오강호2001 (1) 스토리 전개
    오덕기(五德記)/中 2009. 2. 23. 15:31
    WARNING: Thar Be Spoilers Ahead!
    스포일러 경계령

     
    내가 알고 있는 소오강호에 대한 정보는 영화 "소오강호"와 "동방불패"가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을 읽어본 것도 아니고, 다른 소오강호 시리즈를 본 것도 아니다. 그래서 초반에 구질구질한 화질과 역시나 구질구질하게 수염난 인물 (게다가 이 사람이 영호충!)을 봤을 때에는, 문득 대륙에서 만든 삼국지의 공포가 떠올랐다. 어찌나 고증을 철저하게 했는지 모든 인물을 지저분하게 수염난 중장년층으로 총출동시켜서 이 시대를 전공하는 나조차 눈알이 썩어가는 것 같아 결국 통한의 눈물을 머금으며 더이상의 시청을 금하였던 금단의 영상물!!! 이 소오강호도 대륙판이라 하는데 이걸 계속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발견한 사람은 임평지역을 맡은 이해(李解). 졸작이었던 신사조영웅전2008에서 내가 유일하게 마음에 들어했던 구양극을 맡은 인물이지 않은가!!

    신사조영웅전2008에서 폼에 살고 폼에 죽었던 백의의 무림고수 구양극으로 분한 이해.


    초반 한 10편까지는 심드렁하게 보았다. 아직 영화 소오강호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인데, 영화와 드라마가 내용이 많이 달라서 적응도 안 되고, 내용 전개도 되는 둥 마는 둥, 게다가 주인공이라는 양반은 왜 이렇게 시종일관 누렇게 떠있는지. 쯧쯧... 드라마의 주제가 되는 노래인 소오강호를 만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소오강호笑傲江湖"하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영화에서의 절절함도 없고... (사실 집중해서 보지 않아서 유정풍과 곡양의 합주부분은 보지도 못했다. -_-) 게다가 이 드라마의 최대 단점은 편집을 이상하게 했다는 것이다. 내용이 부드럽게 이어지지를 않고 무언가 있을 법한 장면들이 삭제되는 바람에 오잉? 하는 사이에 다음 장면에서, 전 장면에 있었을 법한 사건을 언급해줌으로써 내용을 연결시켰다. 뭔 소린지 모르면 보면 안다. -_-;

    어쨌든 이러한 편집의 문제점은 드라마 시청 내내 어리둥절->아~->어리둥절->아~를 반복케 하였다. (이건 뭐 여백의 미도 아니고) 

    다행히도 내용은 중반으로 갈수록 밀도가 생긴다. 영호충이 독고구검을 시전하고, 오매불망 사랑하던 악영산의 사랑이 임평지에게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사문에서는 따돌림 당하고, 몸은 아퍼서 켁켁 거리면서도 술 퍼마시고, 그리고-가장 중요하게-낙양에서 "할머니"를 만나면서부터 이야기는 아주 흥미진진해지고, 영호충이라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임영영과의 코믹 러브러브 모드는 정말 귀엽고 꽘쮝하다. 영호충을 맡은 이아붕이라는 양반은 표정이 무슨 짐캐리 수준이고 목소리 연기도 일품이라(알고보니 성우 -_-) 보다가 웃음을 터뜨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오장군으로 변장했을 때의 연기는 정말 백미였다. 시종일관 "타나이나이더他奶奶的"라 중얼 거리면서 얼굴을 찌그러뜨리고 오만방자하게 활보하는 모습은 이미 영호충역에게 콩깍지 씌운 사람에게는 매력을 넘어 마성의 영역까지 침범할 정도이니... 거기에다가 임영영은 또 어떠한가, 오장군으로 변장한 영호충과 죽 맞춰서 기생연기할 때의 장군~하는 콧소리는 그야말로 코피 퐝~




    내용을 요약하자면 크게 세 줄기로 나눌 수 있으리라. 첫째, 무림비급인 벽사검보를 향한 무림각계의 야욕. 이 사태에서 벽사검보를 가지고 있던 복위표국(福威鏢局)의 임진남(林震南)과 그의 부인이 살해당했고, 그의 아들인 임평지(林平之)는 부모의 원수를 갚겠다며 절치부심, 결국 화산파의 제자로 들어간다. 둘째, 무림을 통일하려는 무림 오악 맹주이자 숭산파 장문인 좌냉선의 야심. 그는 먼저 5악파인, 화산, 태산, 형산, 항산파를 통일하고, 소림, 무당, 및 아미 등등의 여러 무림 정파, 그리고 마교인 일월신교까지 정복하려는 꿈을 가진 인물이다. 이 부분에서 미스캐스팅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바로 이 숭산파 장문인 좌냉선.


    미안한 말이지만 악의 축이라기 보다는 나쁜 사람 아래에서 힘좀 쓰다가 1회만에 죽을만한 외모를 하고 있다. 이 사람이 좀 더 음험하고 교활했으면 좋았을텐데, 극의 몰입도를 방해할 정도로 머리는 나쁘고 힘만 세 보인다.(미안) 


    셋째, 일월신교 전교주였던 임아행의 동방불패에 대한 복수극. 일월신교의 교주인 동방불패는 전교주인 임아행을 12년동안 서호아래 가둬두고 자신이 대권을 차지하였는데, 후에 탈출한 임아행이 이를 복수하려고 설치는 스토리가 바로 그것이다. 임청하 주연의 동방불패를 매우 감명깊게 봤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동방불패의 비중을 보고 심히 놀랐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우리의 히어로 영호충이 있다. 영호충을 +남자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남자 주인공에는 임평지와 화산파 장문인 악불군이 있는데 인물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떠들어보련다. (이 두 마이너스 남자 주인공들이 모두 종국에는 거세-_-를 했으니 이 무슨... 음...)
     
    이러한 세 줄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또한 세 줄기의 주요한 러브 라인이 있으니, 그 첫번째가 영호충과 임영영이다. 정파와 사파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거의 로미오와 줄리엣 수준의 상황에 처한 그들이나, 둘의 사랑 이야기는 닭털 푸드득에 코믹 요소 가미여서 시종일관 귀엽구나~를 외칠 수 있다. 그러나 정파와 사파의 간극은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영호충의 사매 악영산에 대한 사랑은 또한 얼마나 지극한지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요원하여 보는 이의 가슴을 쥐어짠다.

    지루한 5악파 장문회의에서 하품 쩍쩍거리다 사랑하는 임영영을 발견한 영호충은 체통없이 헤벌레 하시고...


    세트임이 확실한 곳에서의 기기묘묘한 동작들

    닭살 돋는 러브러브 모드와 소오강호 합주장면

    두번째 러브라인은 악영산과 임평지이다. 본디 화산파 장문인의 딸인 악영산은 어렸을 때부터 대사형인 영호충과 함께 자라 마치 친남매와 같은 두터운 우애와 남녀간의 에로틱한 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이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면서 영호충과 멀어지고, 대신 그 사이를 치고 들어온 성질 까칠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임평지와 역시나 닭털 푸드득 날리는 사랑을 하니 이것은 비극의 전조인가. 그녀의 임평지에 대한 사랑은 얼마나 깊은지 신혼 첫날에 거세하여 자신을 생과부로 만든 임평지를 끝까지 보호하며 결국 죽임을 당해서까지도 그를 변호하니 열녀문 하나 지어줘야겠다. (보는 이는 답답해서 죽고...) 하여튼 무협지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외면한 전무후무한 여자캐릭터이니 그 희소성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영호충이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 사랑은 영원히 변하지 않네~하며 닭살 놀이를 하던 철없는 악영산 임평지와 아직도 악영산을 잊지 못하는 영호충은 화풀이를 엄한 곳에 하고...


    그리고 마지막 러브라인은 무림 최고의 파워!!! 두구두구두구두구~

    바로 무당파 장문인 충허도사와 소림파 장문인 방증대사!


    두 양반의 불교와 도교라는 종파를 뛰어넘는 숭고한 사랑, 오랜세월 지켜왔을 그들의 변하지 않는 깊은 사랑. 서로에 대한 믿음! 바쁜 시간 쪼개서 바둑을 두는 서로에 대한 세심한 배려!

    소림사에 문제가 생기자 바로 충허도사를 부르는 소림파 장문인 방증대사. 그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충허도사.
    무림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서로의 옆을 지키는 충허도사와 방증대사.
     



    둘은 무림의 위급한 상황에서도 소림사 기둥을 훼손해가며 필담을 나누기까지 하니(쿨럭) 젊은 것들은 감히 범접하지 못할 아름다운 사랑의 진수를 몸소 체현하고 있다!

    이 두분의 사랑은 이 땅의 많은 부녀자(腐女子)에게 무한한 망상의 씨앗을 제시하리라 믿는다.

    자자, 인물 평과 총평은 다음 리뷰에서 떠들어 보련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