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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리뷰] 소오강호2001 (2) 인물평
    오덕기(五德記)/中 2009. 3. 1. 20:22

    WARNING: Thar Be Spoilers Ahead!
    스포일러 경계령


    소오강호 리뷰 첫번째 - 스토리 전개


     


     

    소오강호에 줄줄히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역시 중국, 저렇게 다양한 인간이 끊임없이 쏟아지는구나'였다. 얼굴이 대단히 개성넘치는 인간들이 총출동함으로써 김용월드의 환타지스러움을 분장도 별로 하지 않은 채로 구현해 나갔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성우들의 연기는 더욱 훌륭했다. 무엇보다 인상깊은 것은 노인들의 열연이다. 어디 지리산 동굴에서 반 백년 정도 빛도 못 본 듯한 곯고 곯은 노인들을 데려왔는지 신기할 뿐이다. 다만 그 분들 거동하실 때마다 혹시나 넘어져서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심히 걱정스러웠다. -_-;




    막대선생은 정말 막대같았다는 후문이 -_-;




    자자, 잡설 집어치우고 각개격파 들어가본다.
     

    악불군

    좌-악불군, 우-정진영 -_-
    좌-악불군, 우-정진영 -_-

    정진영을 닮은 악불군아저씨부터 시작해보겠다. 화산파 장문인인 이 양반은 군자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알고보면 소오강호 세계 최고의 악역이다. 나쁘게 말하면 악역이지만, 좋게 말하면 후흑(厚黑)의 대가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대가가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사실 운남오선교 남봉황이나 일월신교 임아행 그리고 소림과 무당 장문인인 충허도사, 방증대사 모두 악불군의 위선을 꿰뚫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의 지근에 있는 사람들은 악불군의 진정한 사람됨을 인식하지 못했으니 다시 한번 말하되 후흑의 대가이다.


    영화 소오강호에서 막판에 악역임이 드러났기에, 나는 이제나 저제나 저 놈이 본모습을 드러내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히려 군자랍시고 정사(正邪) 구분 철저히 할 때만 거부감 들 뿐, 끝에 처절하게 죽을 때까지도 그닥 그가 밉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적으로 측은하다고 해야하나. 화산파 내부에서 검종과 기종이 갈리면서 내분이 있은 후에 장문인이 되었으니 그 부담감은 얼마나 컸겠으며, 자신의 제자가 앞으로 치고나가며 뭇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얻어나가니 얼마나 처절하게 질투했겠는가. 그러니 그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벽사검보를 익히게 된 것이 아닐까. 
    게다가 드라마 잘못인지, 내가 이해를 못한건지, 그 사람이 무림 최강이 되기 위해서 이것 저것 안배했고, 영호충을 내친 것 또한 그 과정의 일환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안배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김전일!

    김전일을 불러라. 마지막에 김전일 불러서 그 사람 죽기 전에 과거에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구구절절히 설명할 시간이 필요하다. -_-;


    악불군의 무술하는 모습을 평하자면, 난 악불군이 무공을 할 때가 가장 멋있었다. 무게감이 있다고 해야하나. (다른 넘들은 하나같이 뺑글뺑글 돌면서 공격하는 데에 비해) 기종의 대표주자답게, 가볍게 검을 놀린다기 보다는 몸을 움직일 때마다 절도있다. 특히 영호충이 사매한테 금 타주고, 임영영이 나타나 공격했을 때, 악불군이 가볍게 임영영을 제압하는데 그때의 파워넘치는 밀가루 장권이 소오강호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다. (취향 독특하다 하겠군) 악불군이 비무를 함에 있어 맨 첫발을 디딜 때 약간 뒤뚱하는 느낌을 주는 데 그것이 오히려 무게감을 가져다주는 효과가 있어 아주 마음에 들었다.(돌이킬 수 없는 취향인겐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 쉬면서 고개 흔들 때도, 상대방을 무시하듯 바라보는 눈빛도 매력있다(미쳤다 -_-). 

     


    (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강력한 장권 공격 (밀가루와 CG의 오묘한 조화!)
    (중) 코웃음 치는 악불군
    (우) 한숨 쉬면서 저 부채 드는 것도 예술

     

     

    막판에 거세하고 오악장문인 되면서 머리에 관 쓰는데, 손오공 같았다. (미안) 

     

    monkey king 악불군 

     

    내가 악불군을 초반에 괜찮게 여긴 것은 자신의 아내인 영중칙이 매우 훌륭한 고수라는 것을 (심지어 자기보다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스스럼 없이 인정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너른 마음씀씀이를 가진 양반이 우째 제자는 그리도 질투를 하시는지...

    아내 영중칙의 검법을 칭송하는 장면




    임영영
    소오강호에서 연기의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역할이다. 초반에 키메라 분장하고 나왔을 때는 마흔 정도 먹어보이는 것이, 아 저 양반이 임청하가 맡은 동방불패 역인가 했었다. (집중해서 안 봤다 -_-;) 게다가 열라 잔인하여 교도 목숨을 지 오리 목숨만도 못하게 여긴다. (욕 나왔다.)
    키메라 임영영과, 질투하는 임영영.
    하늘거리는 천 뒤집어 씌운 저 모자는 나의 로망이다. -_-

    그런데 사랑에 빠지고 나서는 화장법도 바꾸더니 귀여움으로 사람을 호린다. 눈이 약간 치켜올라가면서도 가만히 있을 때는 카리스마의 제왕이나, 웃을 때에는 보조개 때문에 매우 어려보였다. 애교도 장난이 아니어서 사람을 살살 녹이더라. 거. (아니 어린 것이 무슨 시간이 그리 많아 무공도 최고수급이고, 금도 잘 타고, 노래도 잘 하고, 퉁소도 잘 부르나 모르겠다. 이 여자 소오강호 세계의 천재이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엄청난 집요함을 가지고 영호충을 사랑하는데, 일이 안 풀리면 미련없이 영호충을 보내버린다. 영호충이 떠나간 뒷자리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임영영 모습이 도대체 몇 번을 나왔었나 모르겠다. 볼때마다, '저 자식, 인사나 제대로 하고 가라 짜샤~!' 하면서 애꿎은 영호충만 욕했다.  

    임영영의 캐릭터 자체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무사'로서의 여성과 '사랑에 빠진 여성'의 이분법적인 측면만 줄창보여서 일까. 무협지나 만화책에서나 나올법한 남자들에게 매력적인 여성상이다. ('바사라'라는 만화책 생각하면 된다. 무사일 때는 강단있다가, 사랑하는 남자랑 있을 때는 수줍어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얻지 못할 바에는 죽여버리겠다는 근성 하나는 인정한다. 그 정도 근성은 있어야 영호충 같은 넘 데리고 살 수 있다. -_-;



    임평지

     

    초반 세상물정 모르는 귀공자로 나올 때의 입술과 눈화장이 심히 거슬렸는데, 막판 거세하고 머리 한 가닥 내리고 붉은 옷 걸치고 나올 때는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다. 그런데-성우인지 본인 목소리인지 모르겠으나-거세한 후에 패악부릴 때의 목소리가 거의 경극 수준이라 조금 거슬렸다. (패왕별희 한국어 더빙판의 김승준님이 생각났다. 김승준님을 매우 좋아하긴 하지만 패왕별희에서는 너무 고음으로 말하는 바람에 말도 잘 못알아듣고 목소리도 괴로웠다. -_-)초반의 대실망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한 원동력은 임평지를 맡은 이해였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너무 존재감이 없다 그래야 하나. 알고보면 신사조영웅전 구양극보다 더 비중있는 역할인데, 초반에 반짝->중반 존재감 제로-> 막판 패악으로 기억에 남을 뿐이다. 

    사실 악불군과 함께 소오강호의 마이너스 남성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조금만 더 비중을 늘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중반에 화산파 사형제와의 관계, 악영산과의 관계도 설명 좀 제대로 해주면 좋겠는데, 당당했던 복위표국 소표두께서 갑자기 얼빵하게 변한다. 또한 갑자기 복수! 복수! 하면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는 감정선도 뜬금없고, 마지막에 죽는 장면도 너무 어이가 없었다. (추락사가 뭐냐 추락사가) 악영산에 대해 회고하는 장면이라도 나왔으면 천하에 쳐죽일 단순한 악역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역인데, 입체적인 캐릭터성이 너무 지 이름마냥 평평해졌다. (더욱 신기한 것은 임평지가 막판에 갑자기 셜록홈즈 뺨치는 추리력을 보인다는 거다. 모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꿰뚫어 보는 신통력을 선보인다.)

     

     
    이 모든 문제는 이 역할을 맡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와 디렉터의 문제이다. (팬심이 아니라규!)



    영중칙과 정일사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다. 강하고 강단있고 자애롭다. 내가 개인적으로 내강외유, 외강내유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 데 (내강외강, 외유내유 이런거 말고), 이 두 여성은 외강내유이면서 주관이 뚜렷하고 곧고 올바르다. 이런 사람들을 '대협'이라 하는 거다. 영중칙이나 정일사태나 성격 상으로는 매우 비슷한데, 특히나 정일 사태의 꼿곳한 모습이 인상깊다.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인물상인 영중칙과 정일사태는 상황에 휘말려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데 그마저도 장렬하기 그지없다. 


    개인적으로 영중칙은 마지막에 남편을 공격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무래도 남성 중심의 세계이니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고 해도 아내가 남편 치는 거를 용납하기 어렵겠지만 (부정한 아내를 죽이는 남편은 많은 데 비해), 자결 대신 마지막 몸부림이라도 거하게 쳤으면 어땠을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물며, 유언으로 남긴 저 인간 다시 보기 싫으니 나를 화산 밖으로 데려가 달라고 영호충에게 한 말이라도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게 크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_-; 

    부드러운 어머니이자 강한 스승인 영중칙의 운명이 슬플 뿐이다. 남편은 거세하고, 금지옥엽 키운 딸도 시집보냈더니 사위 거세하고, 그 딸은 사위한테 죽임 당하고. 아 젠장...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옥녀삼노(玉女三努)' 남편이 잘못하면 검법으로 호되게 다그치니 여걸 중 여걸이다.

    옥녀삼노와 겨루기에 앞서 한숨 한번 쉬고 둔탁하게 발검하는 악불군 멋지지 않은가? (고만 해야겠다)



    동방불패

    동방불패 역을 맡은 사람이 도대체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이 연기자는 흐느적 흐느적 거리는듯 하지만 온 몸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것이 훈련된 경극 배우 같았다. (쿄겐을 하는 노무라 만사이상이 분한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를 보는 듯 하다)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숙련된 손놀림이 인상적이었다. 임청하의 동방불패에게 익숙한 내게는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지만, 아마 진짜 동방불패라면 이쪽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궁금한 것은 이 사람의 성정체성에 관한 문제이다. 이 부분은 총평에서 얘기하겠지만, 약간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 설명이 필요하다고도 느꼈다. (LGBT의 인권 문제다 이건... 갑자기 진지해지는 -_-;)

    동방불패와의 전투 씬은 무술 장면 자체로는 이 드라마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화이불치(華而不侈)라고 했던가,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느낌, 너무 오버하지 않으면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상미학을 보이느라 디렉터 수고 좀 했다.


    악영산

     

    소오강호와 동방불패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나는 악영산과 영호충의 관계를 형과 아우같은 사이라고 계속 오해했다. 거의 중반까지도 영호충이 악영산을 사랑한다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오히려 악영산이 영호충을 일방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지.그래 나 둔하다 -_-; 

     

     

     

     

    어쨌든 금지옥엽에, 사형제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악영산은, 영호충 마냥 시도때도 없이 굴착기 모드 작동하지 않고, 자신을 순수하게 사랑해주는 (은애한다고 해야하나) 임평지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그 누구보다도 강한 마음으로 임평지를 끝까지 지지한다. (하여튼 열녀문 세워줘야 한다고) 이런 굳은 심지는 드라마 안에서도 누군가가 거론했듯이 자신의 어머니를 닮은 것일 게다. 안타깝게도 결과적으로는 그 선택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뭐랄까 여한은 없어보인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영호충, 너무 사매를 오냐오냐 키운 것 같다. 은혜를 입으면 인사는 해야 할거 아니야!

    (이 사진은 옷이 너무 예뻐서 캡쳐했는데, 얼굴이 약간 화요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예쁜 화요비라 치자 -_-)

    남봉황
    예쁘고 간드러지고, 매력이 넘치고 사람 볼 줄 안다. 게다가 교주! 난 이런 권력자 좋아한다. ㅋㅋ

    예뻐서 사진 두 개 올린다. (모자가...)




    여창해
    완전 비중있는 악역인데, 좌냉선보다 훨씬 연기를 잘 한다. 중간 중간 보이는 변검술도 재미있고, 이 여창해로 인해 소오강호는 볼거리가 풍성했다. 게다가 여창해가 장문인으로 있는 청성파는 말투가 다르다. 소오강호2001은 이런 것에 까지 신경을 쓴 듯 싶다.

     



    전백광

    강간범.
    은근히 김용월드에 강간범 많이 나오는데 개과천선해도 강간범은 강간범이다. 완전 짜증!

     

     

    의림

    어벙하다



    향천문

    장비 하면 딱일 듯. 의리 있고, 현명하나 주군 보는 눈이 없다. 쯧쯧
     
    도곡육괴
    시끄러움
     

     

     
    임아행
    시끄러움x2+궁예 포스

    도곡육괴와 임아행 나오면 볼륨 낮출 준비해야한다. 안 그러면 고막 터짐.
    몇마디 더하자면 도곡육괴의 등장에서 김용선생의 기발한 상상력을 보는 듯 싶어 기분이 좋았다.
    혹시나 중국어 공부하려면 도곡육괴의 말을 하나씩 따라해보자.
    paraphrasing의 달인이 될지도... (진짜로 하는 사람은 없겠지 -_-)



     
     
    사족: 아... 끝으로 갈수록 성의없어진다.
    사실 악불군에 대해서 쓰고 싶은 말이 많아서 인물평 쓰기 시작했는데 약간 후회. ㅋㅋ
    영호충은 총평에서나 얘기해야 할 듯 -_-;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