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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드] 멘탈리스트 (The Mentalist)
    오덕기(五德記)/美 2009. 8. 1. 16:11

    "내겐 관심법(觀心法)이 있나니." 
    몇년 전 사극 '태조 왕건'을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기억할 것이다.
    궁예는 왕좌에 오른 후에 점차 방약무인해진다. 그는 스스로를 미륵이라고 칭하며 시도때도 없이 저 말을 던졌다. 관심법이 무엇인가. 바로 '마음을 보는 힘'이다. 궁예는 이 관심법으로 툭하면 왕건을 비롯한 신하의 마음을, 자기 처자식의 마음을 읽는다고 주장했으나, 사실 지나친 의심병의 발로였다.

    불교에서는 부처에게 여섯가지 신통력이 있다고 한다. 육신통(六神通)이라고 부르는 이 신통력 중에 타심통(他心通)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남의 마음을 읽는 힘으로 관심법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타심통은 티끌 없이 맑은 내 마음의 거울로 상대방의 본성을 비추어 아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고, 무심(無心)의 경지에 이르러 네 마음이 곧 내 마음이고,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더 나아가 조절할 수 있는 경계라고도 할 수 있다. (난 타심통이 없어서 잘 모른다 -_-) 멋들어지게 말해서 관심법이니 타심통이지 다른 말로 하면 독심술이고, 이 독심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영어로는 멘탈리스트(mentalist)라고 한다. (이제야 이 글의 소재가 나왔다. ㄷㄷㄷ)  불교에서는 이 타심통 같은 능력은 부처가 아닌 사람들도 수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이며, 이걸 과용하면 여래의 경지를 증득할 수 없다 한다.

    불교의 독심술이 무(無)와 공(空)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이라면, 드라마 멘탈리스트의 주인공은 실제로 마음을 읽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직관력과 최면술 등을 통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억지로) 파악하고 있다. (전자가 빈 것을 통해서 읽는 거라면 후자는 꽉찬 것을 통해서 읽는 거라 하겠다. 이러한 차이점은 여백이라던가 진공의 존재를 참지 못해서 우주 공간도 에테르라는 물질로 가득 찼다고 묘사하는 서양 철학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 같은데 이쯤에서 잡설은 접어야겠다.)


    서론이 길었는데 본론에서 할 말이 별로 없...ㅋㅋ
    드라마 멘탈리스트는 심령술사(psychic)나 영매(medium)와 같이 초자연적인 능력이 아닌 훈련을 통해서 직감을 발달시킨 의뭉스럽고 잘난척하는 귀염둥이 카리스마 천재 사기꾼 양반이 경찰(CBI)을 도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멘탈리스트 양반 혼자 사방천지 휘젓고 다니며, 일당백의 역할을 하는 원맨쇼 드라마이다. (나 사실 원맨쇼 드라마 안 좋아하는데 최근에 본 몽크, 라이투미, 멘탈리스트가 모두 원맨쇼이다. -_-) 


    레드존. 무서워...

    멘탈리스트를 본 첫 느낌은, 데자부. 주인공 캐릭터만 좀 다를 뿐이지 전체적인 플롯이나 몇몇 에피소드 등이 드라마 몽크를 떠올리게 했다. (자신의 처자식을 죽인 살인범을 쫓고 있다는 스토리 라인, 경찰 고문인 두 사람의 위치, 뛰어난 관찰력과 직감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초반부터 범인 감 잡고 궁지로 몰아서 자백하게 하는 점 등. 에피소드로는 일시적으로 눈이 멀게 되는 스토리가 비슷) 게다가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그닥 잔인하지 않다는 점도 몽크와 비슷했다. 주인공 패트릭 제인의 능력은 라이투미의 주인공과 비슷해 보였고. 

    몽크, 라이투미와 비교했을 때 멘탈리스트가 가진 미덕은 다음과 같다. 멘탈리스트는 몽크에 비해 범죄 뒤에는 복잡한 배후 상황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살인이라는 것이 쉽게 일어나는 게 아니고, 사람이 죽어나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그리고 극적인 생각, 고통, 갈등, 물리적 충돌이 씨줄 날줄로 교차했겠는가. 멘탈리스트의 몇몇 에피소드는 이런 점들을 꽤 심도있게 잘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몇몇 에피소드만).  또한 멘탈리스트는 라이투미에 비해 좀 더 이야기의 얼개가 촘촘하고 스릴이 넘친다. 이때문에 라이투미와 멘탈리스트 중 무엇이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난형난제이지만 무엇이 더 재밌냐고 물어본다면 멘탈리스트가 더 재미있다고 대답하겠다.

    그러나 몽크와 라이투미와 비교했을 때 멘탈리스트가 가진 치명적인 단점은 멘탈리스트는 주인공의 뛰어난 추리를 뒷받침하는 '이해할만한' 설명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계속 자신의 능력은 영적인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바탕을 둔다고 주장하지만 드라마 내에서 그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따라서 "과학적 추리"라는 주인공의 주장은 실없는 공염불에 그친다. 멘탈리스트에 대해 맨 첫 화면에서 뜻풀이 한다고 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있을까 -_-;
    글이 너무 길어지고 있으니 간단하게 캐릭터 소개하고 끝내겠다.

    Patrick Jane (Simon Baker): 주인공. 원래 사기꾼 심령술사였으나 TV에서의 경솔한 행동이 연쇄살인범 레드존을 화나게했고, 자신의 아내와 딸을 레드존의 손에 잃은 이후 경찰을 도와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Teresa Lisbon (Robin Tunney): CBI 팀장. 프리즌브레이크에서 시즌1에 나오는 베로니카 변호사 아줌마. 그러니까 패트릭 제인이 멀더면 테레사 리즈본은 스컬리스럽다. 합리적, 합법적을 추구하나 은근히 패트릭 제인의 원맨쇼를 묵과한다. 

    Kimball Cho (Tim Kang): CBI 경찰. 과묵하지만 말 꺼내면 약간 웃긴 스타일. 소년원 재소와 군복무 경험이 있다. 배우 이름을 한국식으로 읽으면 강팀 -_-; 한국계 미국인으로 나 이 아저씨 통신사 광고에서 봤는데 드라마에서 나오니 반갑더라. 몸이 무지 좋음.

    Wayne Rigsby (Owain Yeoman): 덩치 큰 CBI 경찰(화재전문가이기도 함). 식탐이 장난 아니고 Grace를 좋아하는 착해보이는 아저씨.

    Grace Van Pelt (Amanda Righetti): CBI 막둥이. 예쁘고 단아한데 덩치는 무지 크다. 개인적으로 배우가 마음에 드는데 비중이 넘 작으...ㅋ



    시즌 1 23편. 쪼끔 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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