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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갔다 왔어요~
    What am I doing? 2009. 12. 1. 00:03
    나와 동생은 대학 동문인데, 지금은 동생이 같은 대학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동생은 일 때문에 자료 열람 시간에 맞춰 갈 수 없으니 자료를 자기 대신 찾아주면 돈 10만원을 주겠댄다. (그러나 정작 파일 사이에 끼어있던 돈은 7만원 -_-) 
    그래서 무지 귀찮아 하며 결국 학교에 갔다.

    약 4년만이다. 
    나오자마자 잡아대는 삐끼 아주머니들은 여전한데, 학교에 다가갈수록 주변 풍경이, 그리고 교정이 너무 심하게 변해 있어서 어리둥절한 채로 둘러보게 된다. 변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변해 있어서 이 곳이 내가 그 오랜 시간 동안 뒹굴고 자빠졌던 그 곳이 맞나...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나 선생님들을 뵙게 될까봐 고개 푹 숙이고 전진. 
    자료들을 복사하고, 마이크로폼 보면서 하나씩 다 프린트 하고 집에 오는 길...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내가 얼마나 학교 오기를 싫어 했는지.
    그 공간이, 그 학생들이 싫어서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내게 있어 나의 모교는-사실 어떤 대학이건-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베버가 보여준 오만함과 한국적 배금주의가 점철되어 있는 자본주의의 표상이다. 썩어 문드러져서 악취가 나는 우리나라 학계의 상징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옛 생각이 많이 났다.
    날 괘씸해 하고 미워하면서도 곁에 두고 싶어했던 지도교수가 생각났다. 졸업하는 마지막 날까지 내게 헛똑똑이라며 혀를 끌끌 찼지만 언제건 돌아오라고 했었는데... 그렇게 말해야 했던 선생님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할 말 다 한다고 재수없어했던 선배들도 생각났다. 
    사실 좋은 추억들이 더 많을텐데... 오랜만에 간 학교는, 그 바뀌어 있는 교정은, 여전히 불도져로 밀고 싶은 교문 바깥은 그곳에서 겪은 갈등만 골라서 기억나게 한다. 

    그래도, 저 학교 갔다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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