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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보련등전전(寶蓮燈前傳, 2009) - 총평
    오덕기(五德記)/中 2013. 11. 21. 15:43

    얼마 전인가 친구가 갑자기 중국어로 된 소설책을 보여주면서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달라고 성화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번역본 연재가 되고 있기는 한데 너무 감질나서 결론이 어떻게 나는지 당장 알아야겠다는 것이다. <보보경심>으로 유명한 동화가 쓴 <장상사(長相思)>라는 소설이었는데 읽다보니 느낌이 싸하다. 이거 중국신화로다. 나는 사실 중국신화를 즐기지 않는다. 중국사 덕후였던 어린 시절에는 어떻게든 친밀해져보려고 책을 여러 권 읽었으나 느껴지는 것은 묘한 이질감뿐이었다. 꾹 참으며 보다가도 매번 <산해경>에서 접곤 했다. <노자>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보고, <장자>는 얼굴 한쪽을 찡그리며 보고, <열자>는 못 견디고 던져버리는 그런 이치이다(나만 이해하는 이치인가). 남들 눈에는 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판타지라도 무협지는 즐겁고(물론 무협지도 무협지 나름이지만), 중국신화는 화난다. <장상사> 결말이 이리이리하다며 친구에게 알려주니, 결말부터 알게 하여 <장상사> 드라마화 후에도 안 보는 거 아니냐며 미안해한다. 그래서 걱정말라고 중국신화를 다루는 것은 그 무엇도 보지 않는다고 안심(을 가장한 중국신화를 왜 안 좋아하는 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시킨 터였다.



    주인공 머리가 이런데 어떻게 보라고...ㅠ.ㅠ

    <칠협오의 인간도>를 보고 하윤동과 조문탁이 나오는 <풍운>을 잠시 보는데 아놔 헤어스타일 때문에 적응이 안 된다 (윤동哥도 윤동哥지만 제발 우리 문탁哥 베이징원인 좀 만들지 말아달라  ㅠ.ㅠ 잘 생겼지만 조심해야 되는 얼굴이라고......ㅠ.ㅠ) <풍운>은 나중에 정신상태가 온전할 때 보겠다고 간직하고, 상처받은 가슴에 필요한 것은 결국 초은준이라며 믿고 쓰는 초은준 카드를 꺼내들었다.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여, 신용카드랄까) <보련등전전>에서 주연을 맡았다고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또 기분이 싸하다. 이거 중국신화 얘기이다. -_-;;;;;;; 내가 <장상사> 소설 보면서도 게거품 물고 욕했던 그 중국신화, 딱 그 중국신화!!! -_-; 봉신방같은 중국신화~!!!!!! -_-;;;;;; 그런데 이거 엄청나게 재미있어, 멈출 수가 없어...... -_-;;;;;;;;





    서론이 길었다. 감사




    <보련등전전>은 초반부터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퀄리티 CG로 사람을 괴롭힌다. 일단 처음에는 CG의 무차별 공격을 이겨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운>의 쥐파먹은 헤어보다는 덜 괴롭다......ㅎㅎ)





    미드  CG의 수준에는 못 따라가도 좋으니




    우리나라 뉴스CG 수준만이라도... 이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가~ 평화



    그런데 CG와 그 싸구려 티 팍팍나는 무대세트만 이겨내면 이야기 자체는 정말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보련등전전>은 2004년에 방영된 <보련등>의 프리퀄이다. 보련등은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전래설화로서, 내용인즉슨, 화산(華山)을 지키는 삼성모(三聖母)라는 여신이 류언창이라는 사람과 결혼해서 침향을 낳았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의 어머니를 가둬버린 외삼촌 이랑신(二郞神)을 무찌르고 산을 도끼로 쪼개어 갇혀있는 어머니를 구한다는 스토리이다. <보련등전전>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보련등의 앞서 있었던 이야기로, 주인공이 침향이 아니고 이랑신 양전이다. 


    중국의 민간 설화에는 도끼로 산을 가르고 어머니를 구하는 두 가지 버전의 이야기가 있는데, 하나가 이랑신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가 침향의 그것이다. <보련등>이 침향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보련등전전>은 이랑신의 일명 '벽산구모(劈山救母, 산을 쪼개어 어머니를 구하다)'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하다 <보련등>의 사태까지 전개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작품이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이랑신, 초은준이라는 것이다. (아직 <보련등>은 보지 않았다. <보련등>에서는 상황상 이랑신 역할을 맡은 초은준이 악역이다. 그러나 악역임에도 멋진 초은준대왕마마의 인기를 업고 나온 작품이 <보련등전전>이다. 이 <보련등> 이야기는 이후 현대물인 <마환수기>로 이어지는데 스틸컷을 보니 초은준이 슈퍼맨 같았다 -_-; 보지말라는 소리다. 완전히 믿는 카드는 아니라고 했잖소......)







    줄거리 대충 설명하자면 옥황상제의 여동생이 범계로 도망간 삼수교를 쫓아왔다가 인간하고 눈이 맞아 결혼을 해서 애가 셋인데, 그 중 둘째가 양전이고 셋째가 양선이다. 이 사실을 안 옥황상제가 아버지와 장남을 죽이고 자신의 여동생인 공주는 산에 가둬버리는데 후에 양전이 법력을 키워서 천계에서 행패 부리고, 치수도 하고, 어머니는 구하려다 실패하고, 옥황상제의 아들들인 아홉 명의 태양도 싹 죽여버리고, 그러다가 옥황상제와 서왕모의 회유로 잠잠해져 여동생인 양선은 화산을 수호하는 삼성모라는 여신이 되고, 양전은 범계에서 생명의 은인이었던 서해의 공주와 결혼을 한다. 그런데 천년 동안 아내의 의부증에 치인 양전은 결국 지긋지긋한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천계의 신이 된다. 사법을 관장하는 신이 된 정의로운 양전은 옥황상제와 서왕모의 폭정으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범계의 사람들을 지켜내다가 결국 사악한 천노의 마수에 걸려 천 년 동안 도닦다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몰래 살림을 차리고 애까지 난 누이 동생인 양선을 화산에 가둬버린다. (이거 대충 설명한 거 맞나? -_-; )


    <보련등전전>은 영웅이 되기까지의 무수한 고난을 겪는 영웅담이자, 어머니대에서 자신의 동생에게로 이어지는 인과의 끈을 끊지 못하는 비극이다. 또한 폐습을 뒤엎으려다 잔챙이의 덫에 걸려 결국 시도도 하지 못한 양전의 혁명담이기도 하다. 정서적으로는 유불선(儒佛仙)이 어우러지고 있고(유교는 바탕깔고, 신선은 배경이고, 여기에 서역에서 온 신흥종교인 불교 얘기가 어우러진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바리데기 공주 설화> 같다고 해야하나) 정치적으로는 구체제에 대한 답습이나 (중국에서 말하는) 봉건적 잔재에 대한 강한 환멸과 비판을 담고 있다. 얘기만 들어보면 엄청 심각해보이지만 심각한 것은 양전과 양선뿐이고, 나머지는 충분히 해학적이어서 몇 번 소리내어 웃은 적도 있다. 그런데 악역인 우거(오형?), 천노, 옥황상제가 늠 짜증나서 눈살을 있는대로 찌푸리다가 마구 넘긴 적도 많다. 


    어쨌든 CG와 싸구려 세트의 압뷁만 견뎌내면 이 드라마는 참 재미있는 드라마~~~~즐거워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는 '신선도 외롭다.' ㅋㅋ



    46편의 장편서사답게 인물도 엄청나게 많이 출연하는데, 그건 캐릭터 편에서 따로 다뤄야할 것 같다. 이 드라마는 동시 녹음이라서 초은준님의 연기를 제대로 볼 수 있어서 좋기는 했는데, 난 더 못 알아들을 뿐이고...-_-;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