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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칠협오의 인간도(七俠五義人間道, 2011) - 총평
    오덕기(五德記)/中 2013. 11. 19. 16:41

    약 1년간 보겠다고 벼르던 <칠협오의 인간도>를 이제야 봤다. 딱히 포청천 시리즈(이하 포실즈)에 애정이 넘치거나 해서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 시리즈를 보려고 했던 것은 오로지 '조문탁 전조'가 궁금해서였다.






    너의 사랑 나의 사랑 은준전조

    전조역에는 소싯적에 봤던 가경전조나 은준전조를 넘어서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 중론일 것이다. 그간 전조역은 수많은 배우들이(유덕화와 정소추까지) 거쳐갔지만 가경전조와 은준전조의 아성을 넘볼 자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또한, 은준옥당을 보겠다고 꺼내들었던 2005년판 신포청천의 <심어묘>와 <추지무>의 여량위전조(일명 도시락 전조, 뱃살 전조라고 불리는 자로서 이곳에 사진조차 쌔우기 싫구나)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사실 어제 또 봤다. -_-; 화살표 ->>>자판을 미친듯이 두들기다가 은준옥당님이 뙇!하고 강림하시니 그야말로 광명이도다. 동굴의 비유에 나오는 죄수가 석방되었을 때 보는 이, 이데아가, 바로 이런 느낌이었을까. 은준님 미모찬양은 나중에 보련등전전 리뷰에서 하자) 그런데 조문탁은 다르다. 역대 그 어느 전조와 비교해도 이름값에서, 이미지에서, 무술실력에서, 젊음에서, 코평수(?)에서 밀리지 않는다. 그리고 다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다. -_-; 전조와의 이미지도 잘 매치가 될 것 같아서 문탁전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것이 칠협오의 인간도를 오매불망 보고싶어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칠협오의 인간도>는 지금까지의 포실즈와는 좀 다른 면이 있다. 포청천 캐릭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두가지인데 하나는 검은 얼굴, 그리고 이마의 달문양이다. 그런데 이번 포청천은 과감하게 이 달문양을 떼어버렸다. 그래서 그런가 이번 포청천은 추상같고 냉철하고 강직하기 보다는 자애롭고 인간적이고 때로는 정치적이기까지 하다. 관복을 입은 모습보다 평복을 입은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우리 시대의 옆집 아저씨의 인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포청천의 철면무사(鐵面無私,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고 공정하게 판결하는)함이 여실하게 드러나던 법정에서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다. 심지어 함공도 오의와 작당하여 상대방이 방심했을 때 급습하여 뒤통수를, 아니 작두형을 뙇! 두번째 에피소드인 상부현 사건에서는 범죄자를 잡기만 하고 심리도 없이 그냥 흐지부지. -_-; 



    달 어디갔어!



    법정에서의 카타르시스를 포기한 <칠협오의 인간도>는 대신 정치와 사람 이야기에 천착한다. 그래서 함공도 오의는 1부인 마천령 사건이 끝난 후에는 거의 들러리 상태로 전락한다. 예전 칠협오의 속 오서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운 대목. 특히 칠협오의 드라마에 감칠맛을 더했던 은준전조와 손흥옥당의 알콩달콩 티격태격 우당탕탕 케미스트리는 실종되었고, 이번 전조와 백옥당은 너무 내외하십디다그려. 칠협 중 쌍협과 흑요호가 나오기는 하는데 이름을 듣기까지는 (사실 이름을 듣고나서도) 누구인지 감도 못 잡는 수준. 결국 <칠협오의 인간도>는 <칠협오의> 보다는 <인간도>에 방점을 찍었다고 해야하겠다. 



    함공도 오서,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래서 그 방점의 수혜자는 진림에게 돌아간다. 환관인 진림의 카리스마는 실로 대단하다. 지략이면 지략, 정치면 정치, 무공이면 무공, 충성심이면 충성심, 뒷바라지면 뒷바라지, 거기에 상관으로서의 카리스마까지 (거시기 그거 하나 빼고 -_-; ) 모든 것을 갖춘 진림은 그 나름의 시시비비에 대한 명철한 분간을 가지고 충성스레 황제를 보필한다. 이 진림과 방태사, 황제, 그리고 포증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이 꽤나 흥미롭다. 초반부에서는 포증보다 진림의 방식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더 적절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아이디어도 설득력이 있다. 포증이 법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면, 진림은 정치로 해결한다고 해야 하나. 열거나 예시밖에 할 수 없는 법의 테두리보다 정치의 외연은 훨씬 크고 그래서 진림이 더욱 유연성이 있어 보인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부분이 진림과 포증이 방태사의 허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장면이었다. 진림은 자신의 취미가 서적을 보면서 틀린 글자를 잡아내는 것인데, 알고보니 틀린 글자라고 생각했던 그 글자가 통가자(通假글자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뜻으로 통용되는 글자)여서, 옛사람(선황)도 이것은 틀린 글자가 아니라며 그대로 사용하고, 지금 사람(금상)도 틀린 글자가 아니라고 하니 받아들여 함께 쓸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포증에게 말을 건다. 이야기인즉슨, 방태사도 결국 다양한 모습을 한 관리로서 비록 허물은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틀렸다고 하지 않고 아울러 쓰고 있는데, 굳이 틀렸다며 축출할 필요까지 있겠는가라는 말이다. 또한 포증의 됨됨이에 대해서 황제에게 전할 때도 진림은 포증이 너무 우직해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다보면 답답해서 화가 나니, 차라리 포증에게 상소문을 쓰라 하고 그것의 사본을 여러 장 만들어서 상소문 읽다가 화나면 그냥 찢어버리라고 얘기한다. 화가 난다고 사람은 내칠 수 없지만 종이는 찢을 수 있지 않냐는 의미이니 유연함과 도량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근 한 달전에 본 것이라 내용이 가물가물하기는 하다. 내용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1부 마천령 사건에서는 진림의 노회한 정치력이나, 신하를 아끼는 황제의 모습 덕분에 그들이 나누는 격조있는 대화를 보며 즐길 수 있었는데, 진림은 뒤로 갈수록 (제 나름의 정당성을 가지기는 했으나) 잔인함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정나미가 떨어졌고, 황제는 백치미 폭발해서 귀여워졌지만(응?) 이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인상을 준 사람은 누가 뭐래도 진림이었다. (게다가 진림을 맡은 진염이라는 배우, 연기를 정말 잘한다. 보다가 크하~한 적이 몇 번 있을 정도. 그에 비해서 우리 포증 만자량 아저씨...... 연기가 말로 하는 건 괜찮은 데 행동 부분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그 분 동작이나 표정보다가 달아나려는 손발을 그러쥐고 있어야 했다. 특히 황제 앞에서 자기 상처 괜찮다며 스스로 몸을 때리는 장면에서는 그 말도 못할 어색함에 내 입에서 절로 끄아악하는 비명소리가 났을 정도 -_-; )



    드라마는 크게 1부 마천령 사건(혹은 방태사편), 2부 상부현 사건(음적 사건?), 3부 요나라 간첩 사건, 4부 이묘환태자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는데 이야기가 뚝뚝 끊기는 것은 아니고 나름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의 관계성에 의미를 부여한 작품이라 하겠다. 명작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힘차게 주억거리기 어렵지만 볼만 하냐고 묻는다면 끄덕끄덕. 이혜민 감독 특유의 어설픈 진지함에 낯이 간지러워 지더라도 철면으로 이겨낼 수 있기만 하면 된다. 아, 그런데 우리말 자막이 없구나. -_-; 나같은 경우도 사극은 어려운지라(사극만 어렵냐 현대극도 어렵다. 다만 현대극을 안 볼 뿐) 중문자막에 의지하다가 모르는 말 나오면 사전 찾아가면서 봤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대충 넘기면서 보다가 조문탁이랑 황제 나오는 장면만 챙겨봤다는 것......중국어 공부고 나발이고 난 어쩔 수 없는 얼빠)





    쓰면서도 지겨워서 더 이상 못 쓰겠......여기까지 읽어주신 분 감사합니다.

    제일 중요한 전조 얘기를 빼먹었네. 그것은 다음 캐릭터 얘기에서.(지겹다며 뭘 또 더 쓰겠다는 거냐!)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