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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프라하 도착 - 바르샤바 공항 라운지, 개인 셔틀 택시, 라임 아파트
    여행/체코-헝가리 2019. 7. 26. 15:00

    조식을 간단하게 먹은 후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을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탑승 수속을 마친 후 우리의 발걸음은 라운지로 향하였다.

    간단한 조식

    바르샤바 공항에는 프렐류드(Preludium) 라운지와 볼레로(Bolero) 라운지가 있는데 어느 라운지를 이용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EU 국가 출발 편 게이트에는 프렐류드가, 그 외 국가 출발 편 게이트에는 볼레로가 있다. 두 라운지로 가려면 그 근처 게이트에 가서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

    바르샤바 프레드릭 쇼팽 국제 공항에 있는 라운지 이름이 프렐류드와 볼레로라니 재미있다. 보통 프렐류드(전주곡)라고 하면 바흐나 쇼팽이 떠오르지만, 볼레로는 프랑스 작곡가인 라벨이 생각나는데 왜 폴란드의 공항 라운지 이름으로 정했을까. 그러고 보니 한 때 볼레로에 꽂혔던 적이 있다. 세상에 탁월한 작곡가는 많고 많지만, 이 작곡가 천재인데?라는 생각을 들게 한 곡은 볼레로가 거의 유일한 듯. 같은 몽환 계열이지만 드뷔시의 음악이 구름 위로 온 몸이 부유하는 느낌을 준다면, 라벨의 음악은 땅을 굳건히 발로 딛고 있는 거인의 얼굴 옆으로 구름이 떠다니는 감상을 갖게 한다(나만 알아들을 소리 하는 중). 현실 감각을 지닌 극강의 서정성이 내가 느끼는 라벨의 음악이다. 그리고 드뷔시가 더 좋다. 캬캬캬.

    하여튼 볼레로 라운지 이름이 라벨의 곡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면 대략 난감할 소리를 주절거려 본다. 그러나 바르샤바의 프레드릭 쇼팽 공항이나 부다페스트의 리스트 페렌츠 공항을 보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이라면 공항이나, 라운지 이름도 이렇게 짓는게 맞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음주가무라면 빠지지 않는 민족이니 공항 이름은 난계로 하고 라운지 이름은 중중모리, 대취타, 아리랑 이런 식으로 짓는 것은 어떨까. 아님 우륵, 아님 왕산악. 아님 조용필, 아님 BTS. 공항이니 송골매.

    이거슨 자연

     

    잡소리가 길어서 아직 공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프렐류드 라운지는 친자연주의 디자인을 갖춘 적절한 수준의 라운지이다. 주류가 다양하고, 음식도 대부분 술안주로 치즈, 햄 등은 무려 냉장 보관이다. 우리는 바르샤바를 거닐면서 계속 눈에 들어왔지만 한번도 마셔보지 못했던 맥주, 바로 지비에츠(zywiec)를 (아침부터) 꺼내 들었다. 맛은 뭐 천상의 맛은 아니었던 걸로. (이후 프라하에서 천상의 맥주를 맛보게 되는데)

     

    엔진 소리가 큰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날아 프라하에 도착.

     

    짐을 찾아 나오니 미리 신청했던 셔틀 택시 기사님이 반갑게 맞이한다. 공항에서 시내로 갈 때는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럽의 돌길에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것만은 피하고 싶어 방법을 강구하다가 선택한 것이 바로 이 개인 셔틀 서비스였다. 친구에게 어떻냐고 물어보니 바로 오케이에 예약까지 해버렸다(budget은 싫다며 private transfer로). 우리에겐 재력에 마음의 여유까지 있는 걸로. 다행히 서비스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기사님도 친절하고, 가는 길에 보이는 관광 스팟도 설명해준다. 우리는 그때까지도 갈지 말지 정하지 못했던 쿠트나 호라가 어떤지 물어봤다. 그곳의 세들레츠 해골 성당이 중국에서 방송을 탔는지 요즘 관광객의 80%가 중국인이라고 하더라.

    공항 개인 셔틀 예약은 이곳에서. https://www.prague-airport-transfers.co.uk/

     

    Prague Airport Transfers | Taxi, Limo, Shuttle Tran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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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는 라임 아파트(Limes Apartments). 시내에서는 좀 떨어졌지만 가격도 저렴하고 교통도 편리하다. 시설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셔틀 택시는 문 앞에 도착해서 짐까지 내려주고 빠빠이. 오는 길에 베트남 음식점이 몇 군데 보인다. 친구는 견물생심의 대가. 베트남 음식이 먹고싶단다. 프라하에서의 첫끼를 베트남 음식으로?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일단 짐을 맡긴 후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접객원이 내 여권을 보다가 카자흐스탄 비자를 보고 반색을 한다. 고국이 카자흐스탄이란다. 참 아름다운 나라라고 립서비스를 했다. 내 블로그 글을 찾아보진 않겠지. 체코가 한 때 공산주의 국가였다 보니 지금도 CIS나 베트남 같은 나라들과 더 친밀한 듯하다. 이 접객원은 매우 친절했다. 지도를 펴 들고 유명 관광지, 주위 마트, 교통편 등을 하나하나 체크해준다. 친구가 주변에 맛있는 베트남 음식점이 있냐고 물어본다. 친절한 접객원도 갑분베트남에 당황한 듯 어버버하며 다 맛이 괜찮다고 한다.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친구는 아까 봐뒀던 베트남 음식점으로 가잔다. 체크인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서 일단 리셉션에 짐을 맡기고 그 베트남 음식점을 찾아갔다.

    음식점 내부는 베트남 현지. 가본 적은 없지만 베트남이 이럴 것 같다.

    음식점 이름은 Pho Viet. 거대 식탁 두 개에, 수저통 안에 들어있는 플라스틱 숟가락에는 먼지가 땟국물이 되어 아로새겨져있다. 역시나 땟국물이 흐르는 휴지로 수저를 잘 닦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귓속에서는 고독한 미식가의 주제곡이 메아리친다. 지깡야 샤카이니 토라와레즈 코-후쿠니 쿠-후쿠오 미타스 토끼...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프라하의 한 작은 베트남 음식점이 아니다. 내 뱃속으로 쏟아져들어오는 쌀국수를 레일로 삼아 나는 지금 호치민, 아니 하노이로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간다(덕내는 여기까지만). 위생 상태는 아쉽지만 음식은 참 맛있다. 고수를 더 달라고 하고 싶은데 코리앤더, 실란트로, 샹차이, 팍치까지 말했지만 안 통한다. 베트남어로 고수를 몰라서 실패. 냠냠 맛있게 식사한 후 마트에 들려서 생수를 사 왔다.

    다레니모 자마사레즈 키오츠카와즈 모노오 타베루토유우 코코-노 코-이 (계속 고독한 미식가 놀이 중)

     

    호텔에는 엘리베이터도 있어서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된다. 공간은 세 군데로 분리되어 있다. 현관 앞에는 화장실이 있고, 그다음 문을 열면 부엌과 식탁이, 그 다음 문을 열면 침실이 나오는데 넓고 쾌적하다. 세탁기는 있고 에어컨은 없다. 침대는 하나인데 둘이 써도 충분하고 굉장히 편하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 채로 쿨쿨 잘 수 있었다. 

    이제 다시 밖으로 나가려는데 프라하의 태양은 찌는 듯 덥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