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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프라하 - 교통권 App, 시민회관(오베츠니 둠), 화약탑, 구시가지 광장
    여행/체코-헝가리 2019. 7. 30. 16:47

    버스를 기다리는데 프라하의 햇빛이 심상치 않다. 분명 우산이 잔뜩 그려진 일기예보를 보고 왔는데 마주하는 햇빛은 왜 스페인 안달루시아를 떠오르게 할까.

    프라하에서 교통권은 PID 어플로 해결하였다. 앱스토어/구글플레이 등에서 PID를 검색해서 다운받기만 하면 된다. 교통권을 사고 펀칭할 필요도 없이, 30 분권, 90 분권, 1일권, 3일권, 게다가 친구 티켓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다. 어플 사용법은 직관적이다. 신용카드 번호를 등록하면 필요할 때마다 바로 구입이 가능하다. 오늘은 첫날이니 일단 1일권 두 장을 구입한 후 버스에 타면서 Activate를 눌렀다. 그러면 그때부터 잔여 시간이 나오고,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전과 후에 알림이 온다. 이 어플만 있으면 교통권을 사기 위해 굳이 코루나로 환전할 필요가 없다. 편리한 어플이라며 친구한테 칭찬받았다(데헷).

    버스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프라하 시민회관(오베츠니 둠(obecni dum)이다. 시민회관을 알아보기도 전에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화약탑. 마치 안에서 화약이 폭발하기라도 한 듯 시커먼 탑이 우뚝 솟아 있다. 예전에는 13개의 성문 중 하나로 왕의 즉위 행렬이 이 문을 통해 지나갔다고 한다. 다른 문은 다 사라지고 이 문만 남아 화약창고로 쓰여서 이름이 화약탑. 

    화약탑

    그 옆에 자리잡은 곳은 시민회관. 아르누보 양식 건축으로 1층 프렌치 레스토랑에는 알폰스 무하의 그림이 있다고 하는데 잠깐 들어가 보니 너무 화려해서 구경만 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이 곳에 위치한 스메타나 홀에서 프라하 국제음악축제의 개막식과 폐막식이 진행된다. 오늘 저녁에 바로 이 곳에서 공연을 볼 예정이라 저녁에 다시 와보기로 하고 화약탑을 통과하여 큰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걷다보니 탁 트인 구시가지 광장에 도착했다. 검은 그림자가 너울진 듯한 얀 후스 동상의 뒷모습이 보인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바로 그 종교개혁가 얀 후스이다. 이 시대 종교 공부하다 보면 위클리프와 얀 후스가 쌍으로 나온다. 모두 로마가톨릭 교회에 대항하였다가 한 사람은 부관참시, 다른 사람은 산채로 화형 당했다. 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라틴어 성경을 모국어로 번역했다는 점. 

    얀후스의 뒷모습

    얀 후스의 죽음은 당시 심화되던 민족 및 종교 갈등과 얼키고 설키면서 결국 30년 전쟁을 촉발하였다. 비록 얀 후스의 후예는 패배하였지만 그는 외세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이 동상도 애국심이 한창 고취되던 제1차 세계대전 중에 건립되었다. 이런 위인의 위상은 국내외 정세에 호동하여 변한다. 태평성대에는 그를 찾을 일이 별로 없지만, 외부에서 압력이 들어올 때, 혹은 국내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일부러라도 외부와의 갈등을 조장해야 할 때 얀 후스는 소환되기 마련이다. 얀 후스가 진정 애민애족한다면 자신의 입지가 공고해지기를 바랄 리 만무하다.

    우리가 갔을 때 이 후스 동상 옆에서는 한창 세계 음악제가 진행 중이었다. 아프리카 연주자들은 젬베를 신나게 두드리고, 햇빛은 따갑게 쏟아지고, 관광객은 그득하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사람들이 미처 준비를 못했는지 이곳이 바로 세계 암내의 각축장이다. 유럽의 여름에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는 신체의 일부가 있다면 그 무엇도 아니요, 바로 겨드랑이리라. 이때부터였을까. 우리가 넋을 놓기 시작한 때가. 나와 친구는 정신줄을 놓고 그저 사람들을 피해 발길 닿는 대로 도망을 갔다. 그리고 또다시 엄청난 군중을 만나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구시청사 천문시계 앞이다.

    시간이 마침 55분. 정신 없는 와중에도 조금만 참으면 정각에 벌어지는 천문시계 쇼를 볼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파워풀 암내와 작렬하는 태양을 참으며 시계를 마주하니 곧 지구 상 최고의 격조 높은 천문시계 쇼! 쇼! 쇼! 가 시작된다. 예전에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앙커 시계의 충격으로 기대치가 워낙 낮아서 그런지 의외로 볼만했다. 친구에게 그간 열심히 암기했던 상징을 설명해주려고 했으나 기억이 잘 안 나서 -_- 전설로 전해져 오는 시계 기술자의 말로를 들려줬다. 뭐 그런 얘기 있지 않은가. 다른 도시에서도 또 천문시계 만들까 봐 기술자의 눈을 뽑아버리고, 기술자는 그 원한으로 자신이 만든 시계를 제 손으로 망가뜨리고. 친구는 에구머니나 너무 잔인하다며 기술자 불쌍하다고 혀를 끌끌 차더니 위정자들 정말 못됐다며 성토한다. 그만큼 시계가 우수하다는 일종의 표현이야 라고 말해도 친구는 얘기 자체의 잔혹성에 분노한다. 내 친구지만 가끔 지나친 공감능력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캬캬.

    복잡한 구시가지 광장을 빠져나와 조금 더 걸으니 블타바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스메타나가 노래한 그 블타바이다.

    블타바 저편으로 보이는 프라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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