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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코) 쿠트나 호라 - 바르바라 대성당(Saint Barbara’s Church, Chrám svaté Barbory)
    여행/체코-헝가리 2020. 5. 13. 15:59

     

    쿠트나 호라는 크게 성 바르바라 성당이 있는 쿠트나 호라 역사 지구 중심과 납골당과 성모 마리아 성당이 있는 근교의 세들레츠로 나뉜다. 두 곳의 거리는 약 3km에 달하고, 기차역도 역사 지구 중심은 쿠트나호라 메스토(Kutná Hora město)역과 가깝고 세들레츠는 쿠트나 호라 중앙역(Kutná Hora hl.n.)과 가깝다. 프라하에서는 쿠트나 호라 중앙역으로만 열차를 운영한다. 사람들은 성 바르바라 성당과 세들레츠의 납골당을 모두 구경하기 위하여 쿠트나 호라 중앙역과 메스토 역을 운영하는 열차권을 사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행 안내소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버스만으로도 두 곳을 잘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굉장히 노심초사하며 세들레츠 해골성당에서 승차.

     

    세들레츠 납골당에서 나와 무사히 바르바라 대성당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중간에 쿠트나 호라 버스역을 한 바퀴 돌더니 성 바르바라 대성당 근처에서 내려준다. 기차역에서 내려 이곳까지 올라왔으면 나지막한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왔어야 할 것 같다. 

    조금 걷다보니 눈 앞에 성당의 전경이 펼쳐지는데 확 밝아지는 느낌. 지금껏 꽤 여러 성당에 가봤지만, 성 바르바라 대성당처럼 배경이 초록색인 성당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도심 속 대성당만 봐서 그럴까. 성당까지 가는 길도 그렇고, 가톨릭 교회보다는 깊은 산 거대 가람이 떠오른다. 

    성 바르바라 대성당은 14세기부터 짓기 시작해서 20세기 초에 완성되었다. 성녀 바르바라(St. Barbara)는 중세시대 가장 핫한 성인 중 하나였다. 기독교가 박해받던 시절 배교를 거부하다 결국 순교하였는데, 그녀의 생명을 앗아간 사람이 바로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딸을 참수하고 번개에 맞아 죽었다. 이후 성녀 바르바라는 번개나 포탄, 광산 매몰 등 갑작스레 죽는 이들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이 쿠트나 호라가 은광으로 흥한 도시였기에 자연스레 성녀 바르바라는 이 도시의 주요 성인이 되었고, 이 성당 역시 광부의 손에 의해 건설되어 그들의 수호성인에게 봉헌되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니 장중한 열주가 보이고, 모던한 느낌의 채색유리창이 화려하다. 조각 유리를 모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니고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유리 위에 그림을 그린 창문이라 색채도 독특하고 자유분방하고 선도 부드럽다. 친구와 한참 동안 창문을 하나하나 보며 감상을 나누었다. 지금까지 본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중에 가장 맘에 들었다.

    벽면은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 있는데, 벽화의 주제는 꼭 성화만은 아니고 쿠트나 호라의 은광과 속민의 삶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이 제단 후면의 장소가 이 성당의 백미가 아닌 듯싶다. 천장까지 가득 채운 아름다운 프레스코화가 굉장히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교차궁륭이 중첩된 것이 마치 켜켜이 쌓인 나뭇잎 같다. 한 곳도 안 빼고 열심히 채색한 것은 물론이다.

    천장에는 또한 성스러운 천장화 대신 길드와 가문의 문장이 가득 그려져있다. 우리는 위층에도 올라가서 바깥으로 보이는 버트레스의 복잡한 양상도 구경하고, 발코니에 서서 바깥의 풍광도 즐겼다(즉,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마침 성당에서는 피아노를 조율하고 있었는데 아니 피아노 조율사가 왜 이렇게 피아노를 잘 치는 건지 귀호강까지 더불어 했다.

    이 성당은 내가 지금껏 구경한 성당 중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아름다운 성당이다. 그 아름다운 다섯 성당이 어디냐고 물으면 열 군데 정도 꼽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성당을 나와 우측으로 걸으니 미술관과 마치 발코니 같은 회랑이 이어진다. 회랑에는 조각도 많고 그 틈으로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인다.이 곳은 지대가 높아 쿠트나 호라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어떤 이는 이 전경을 자기만 보기 아쉬운지 집채만 한 개를 힘겹게 안아 들어 밖을 구경시켜준다. 개는 마땅히 의지할 데가 없으니 다리를 버둥거리고. 나와 친구는 그 박애주의에 감탄하였다. 이들의 반려견 사랑이란. 이 미술관은 원래 예수회 대학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미술관 카페에서 요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https://www.amazingczechia.com/destinations/kutna-hora/

     

    헤매다가 2층에서 카페를 찾았다. 운영하지 않는 듯한 카페에, 일하지 않는 듯한 점원 둘이 있었다. 카페 이름이 치명적인 카페(Café Fatal)인데 맛도 치명적이다. 그래도 우리는 배가 고프다. 커피도 키슈도 아주 잘 먹었다.

    여기에서부터 마을을 통과하여 기차역으로 내려오는데 이 길이 참 아름답다. 쿠트나 호라는 프라하와는 다른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느낌의 평화로운 동네이다. 사진을 수백 장 찍으면서 내려오다가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기차를 놓칠 것 같아 친구를 채근하며 서둘러 기차역에 도착하였다. 체코에서 자주 있는 일이긴 한데, 서두르면 너무 일찍 도착해버린다. 잠시 쿠트나 호라 중앙역에 가려면 어느 쪽에서 타야 하는지 헤맸다. 모두가 초행길인 관광객들끼리 심정적으로만 의지하며 플랫폼을 넘어 다녔다. 

    무사히 노란색 기차를 타고 역방향으로 쿠트나호라 중앙역에 도착하여 그곳에서도 무사히 프라하 중앙역까지 왔다. 이제 프라하에서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우리는 기차역을 나서 바츨라프 광장으로 향하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이것은 가는 날이 장날 수준이 아니다.

    이날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에서는 벨벳 혁명 이후 가장 많은 인파인 약 12만명이 모여 반정부 시위를 하고 있었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