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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향악단 튜닝 (Feat.Tuning Up)
    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22. 7. 1. 11:50

    클래식 공연장에 가면 본격적인 연주에 앞서 음을 조율하는 시간이 있다. 굉장히 시끄럽고 제멋대로지만 그 소리가 들리면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설렘에 심장 박동 수가 올라간다. 

    이 조율하는 광경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먼저 오보에가 라(A) 음을 불면 그에 맞춰 다른 악기들이 천둥같이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으리라. 오보에를 기준으로 조율하는 것에는 유구한 전통이 있다. 17세기 처음 오케스트라라고 부를만한 것이 나왔을 때는 주로 현악기의 모임이었는데 여기에 오보에 한 쌍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소리를 강화하기 위해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크 시대에는 음의 높낮이가 통일되지 않았고, 그래서 같은 '라'음을 연주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솔 음부터 시 플랫음까지 모두 '라'음으로 쓰였던 것이다. 혼자 연주할 때야 아무 상관이 없지만 합주를 할 때 음높이가 맞지 않으면 듣기 거북한 화음의 연속이 될 것이다. 

    이때 이 현악기 사이에서 기준을 잡으며 활약한 것이 바로 오보에이다. 현악기는 줄감개 등으로 쉽게 조율할 수 있는데 비해 오보에 등의 관악기는 조율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 소리 전달력이 좋다는 점 등이 모두 고려되어 오보에가 전통적으로 기준음을 잡는 악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다른 관악기들은 무어냐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초기 오케스트라의 역사에서 다른 관악기들과 달리 오보에가 거의 초반부터 항상 존재해왔기 때문에 튜닝의 표준 악기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러나 피아노 등의 건반악기가 있을 경우 오보에는 피아노에게 기준음 맞추는 것을 양보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라(A)라는 개방음에 맞추는 것일까. 개방음이란 현악기의 경우 줄을 누르지 않고 현만 그을 때, 관악기의 경우 키를 누르지 않았을 때 나오는 소리이다. 오보이스트가 개방음으로 기준음을 불 때 나오는 A음은 440hz 정도이지만 이것도 일정하지는 않다. 기준음을 높게 잡으면 오케스트라의 음색이 밝아지고, 낮추면 안정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에 기준음 높이에 따라 악단의 성향도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참고로 독일 악단은 기준음이 높고, 미국은 좀 낮은 편이라고) 

    그래서 오보이스트들은 자기들의 A음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자 측정기로 먼저 튜닝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렇다면 다른 악기들도 다 전자 측정기로 튜닝을 할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사실은 그렇다. 모든 악기들이 오보에에 맞춰 조율하는 루틴은 사실상 요식행위라고 한다. 

    그리고 악단이 이렇게 튜닝하는 행위를 아예 음악으로 형상화한 곡이 있다. 바로 Edgard Varese이 작곡하고 Chou Wen-Chung이 공동작업한 <Tuning up>이 그것이다. 아래의 영상은 카메라 워크와 관중 분위기까지 정말 완벽한 한 편의 작품이다.  사실상 이 곡 얘기하려고 서론이 엄청 길었다.ㅋㅋㅋㅋㅋ

    https://youtu.be/z0z19ZVBy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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