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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는 사촌지간 :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와 케텔비의 <페르시아 시장에서>
    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17. 4. 26. 14:01

    1.

    친구가 2월 24일 공연을 보러 가잔다. 

    제 동기(同氣)로부터 갈취한 그런 귀한 표 되시겠다. 공연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하는 서울시향과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의 협연이다. 

    프로그램도 확인하지 않은 채 신나서 갔다. 알고보니 내가 있는 곳의 높은 사람 A도 같은 공연을 간다해서 마주치지 않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러나 A는 돈이 많은 사람이고 친구에게 표를 준 이는 음악 듣는 귀는 예민하지만 부유하지 않은 인텔리겐챠인지라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긴 했다.

    세계적인 클라리네스트인 자비네 마이어가 협연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는 의외로 평이했다. 나는 모차르트의 재기발랄함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이게 그의 모든 곡을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다. 곡 선정 때문인가. 자비네 마이어의 연주도 특출난 느낌이 없었다(막귀라서 미안).

    쟈비네 마이어를 보내고 2부의 시작을 메시앙의 <미소>라는 곡으로 아주 산뜻하게 끊더니 스트라빈스키의 <불새(1919년 버전)>를 아주 재미지게 연주한다. 나는 언제부턴가 교향곡 공연을 피하고 실내악이나 이중주, 독주 쪽으로 빠졌었는데 오랜만의 교향악의 장쾌하고 존재감 있는 연주를 들어서 엄청 신이 났다. 굉장히 집중력 있는 연주를 보여준 서울시향과 재미난 해석을 해 준 지휘자 텅취창에게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앵콜로 얹었었는데 공연을 깔끔하게 매조지하는 곡 선정이었다고 생각한다.



    2.

    이후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곡이라는 <페트로슈카>, <봄의 제전>, <불새> 발레곡 버전으로 계속 들었는데 불새의 '공주의 윤무'에서 나오는 테마를 들으면 자꾸 다른 노래가 연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다른 노래의 음률을 들려줬더니 다들 곧잘 따라하는데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단다(또다시 모든 어플과 인터넷 사이트 동원하였으나 실패. 허밍으로 관현악곡을 흉내내는 것은 역시 무리인가). 

    이럴 때 쓰는 엄마 찬스. 엄마한테 허밍으로 들려줬더니 갑자기 가사를 부르신다. "낙타 등에 해가 지니 보금자리 찾는다." 그러더니 제목이 무슨 아라비아 시장인가란다. 가사로 검색하니 바로 나오는데 케텔비의 <페르시아 시장에서>. 와우 대박. 믿고 쓰는 엄마 찬스.


    아래 악보는 <불새> 공주의 윤무 부분


    이 악보는 <페르시아 시장에서> 예쁜 공주가 나타나는 부분

     

    스트라빈스키가 인용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스트라빈스키가 케텔비의 공주 테마를 인용했다고 생각했는데, 작곡 연도가 케텔비가 더 후인 것을 봐서 케텔비가 불새 부분을 인용한 듯. 

    이에 대해 찾다가 케텔비의 낭만적인 테마가 묘사한 공주는 스트라빈스키 <불새>의 공주들과 사촌지간 이라는 글을 찾기도 ㅋㅋㅋㅋ.(https://goo.gl/80JWxV)

    그 동안 <페르시아 시장에서>라는 노래 찾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의외로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기쁜마음에 신이 나서 쌔우는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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