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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산조(`23.6.23) @해오름극장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24. 11. 9. 21:54
어느 순간부터 공연은 잘도 혼자 보러 간다. 티켓 값도 만만치 않고, 성향도 다르고, 표 한 장 구하는 것이 두 장 구하는 것보다 좋은 자리 구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 것을 조율하는 마찰적 조정의 시간을 갖느니 그냥 혼자 보러 가는 것이 마음 편하달까.
그래서 이번에도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공연을 질렀다. 예매는 몇 달전에 했는데, 너무나도 바쁜 일상 속에 과연 공연 날이 올까 싶었지만 세월은 참으로 빨랐고 나는 그 날을 마주하게 되었다.나는 이날 오후 반차를 쓰고, 조카를 보러 갔다가 조카와 조카 친구와 열심히 놀아준 후에 밥도 안 먹고 바로 공연장에 갔다. 해오름 극장은 이후에 두어 번 더 갔는데 꽤 마음에 드는 위치와 공간이었다. 거의 정중앙에 무대에 가까운 자리를 잡았기에 착석하고 굉장히 만족하였다.
총 3막으로 구성되고, 고수의 북소리와 풍성한 옷을 입은 여성무용수의 몸동작으로 시작한다.봉은 다양한 형태로 변한다. 비녀였다가 창이였다가 얽매인다.
1막에서는 그냥 한국적인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남성무용수들이 등장해서 춤을 추는데 마치 이집트의 벽화가 현현한 듯하다.2막의 강한 비트음악에서는 너무나도 압도당해서 정말 팡펑 울기 시작했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클래식 공연에서도 쉽게 감동해서 잘 우는 편이긴 한데, 무용 공연에서 울기 시작하니 감당이 안 된다. 공연을 볼 수가 없어 눈을 껌뻑껌뻑 해야 했다. 발레 공연을 보면서는 운 적이 없는데 국립무용단의 춤사위는 달랐다.
3막에서는 한국적인 것들을 들이붓는다. 북고춤, 부채춤, 탈춤, 남사당패 등등. 3막에서는 좀 과하게 클리셰가 넘쳤다. 흥겹기는 하만 약간 외국인 대상으로 이게 한국 전통 문화야라면서 퍼붓는 그런 느낌. 그래도 이 정도의 퀄리티면 클리셰에 외국인 취급이어도 괜찮다.
무용은 당연히 훌륭하고 음악과 무대미술, 그리고 의상까지 모두 감동이다.
거기에 사운드스케이프라고 해야 하나. 무용수들이 내는 다양한 소리가 아름답게 들렸다. 옷을 젖히거나, 빠른 춤사위에서 나는 바람 부는 소리, 발을 무대에 턱턱 내리는 소리.
이번 산조는 2년만에 재공연한 것이었는데, 이후에 또 기회가 있다면 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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