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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국립신미술관] 타나미 케이치(田名網敬一) 전시회오덕기(五德記)/음악_공연 2024. 11. 21. 21:41
도쿄에 사는 베프를 방문했다. 나의 지독한 무계획에 친구는 불안해했고, 친구의 불안함에 떠밀려 결정한 곳은 국립신미술관이었다.
어떤 전시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지만, 현대카드 혜택이 국립신미술관 입장권을 무료로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카드를 챙겨갔는데, 그런 것은 필요 없고 앱카드로 인증을 하면 되었다. 티켓이 2천엔(약 18000원) 정도였는데 돈 내고 봤어도 아깝지 않을 어마어마한 전시회였다. 국립서양미술관 표도 무료로 제공했는데 여기에서도 꽤 재미있는 전시 중이라 못 간 것이 후회되었고.
표를 받은 후 친구와 나는 누가 봐도 너무나도 화려한 전시관으로 향했다. 전시회명은 '타나미 케이치: 기억의 모험'이었다. 둘 다 누군지 모르는 작가였는데, 전시관에 입장하자마자 압도되었다. 시작은 미디어아트와 병풍이었다. 이게 뭐지 하면서 두리번거렸는데, 초기작품이 있는 정말 그림이 엄청나게 많은 전시관으로 들어가자 일본과 미국적 요소가 팝아트, 키치, 만화의 형태로 뒤범벅되어 독특하고 강렬한 색채로 가득했다.
그의 작품은 여성의 성기와 가슴, 그리고 입술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가득했고, 기괴하고, 강렬한 색채와 기하학적 패턴, 스트라이프와 소용돌이 등 동적 요소로 사이키델릭한 느낌을 풍겼다.
보다가 작품이 시대별로 끝없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심지어 올해 만든 작품까지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작가가 1936.7.21에 태어나서, 2024.8.9에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작품 전시회가 2024.8.7에 시작해서 같은 해 11.11에 끝났다. 즉, 이 대규모 전시회는 그의 살아생전에 큐레이팅이 된 건데, 이 전시회가 시작되고 이틀 만에 거의 90년의 삶을 정리하는 회고전이 된 것이다.
'기억의 모험'이라는 전시회 부제답게, 이 작품은 그의 전생애 작품이 담겨있었는데, 그가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폭격과 공습을 이미지화 한 것이라던가, 60~70년대 미국의 문화가 혼재된 싸이키델릭 아트, 그가 45세에 결핵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서면서 집착하게 된 일본의 소나무와 탑과 같은 신화 이미지들, 그리고 인도의 코끼리 신화에 대한 집착, 광고와 애니메이션으로의 전환까지 그의 기억을 정말 모험적으로 함께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여성의 성기에 대한 집착은 좀 변태적이었고.
정말 전시회 내내 이렇게 놀라움으로 가득했던 전시회도 드물지 않나 싶었다. 규모도 어마어마했고, 그의 작품을 집대성했으며, 그의 애니메이션과 이 미술전을 큐레이션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상영까지 정말 꽉꽉 채운 전시회였다. 다 보고 나니 약간 현기증이 날 것 같은 기분.
나와 친구는 시종일관 감탄했고, 변태적이라 생각했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천재를 보며 게으른 범재로서 부끄러워했고, 늙어서도 지치지 않고 작업하며 변화하면서도 초지일관하는 작가에게 감동했다. 그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물이 났을 정도.
- 국립 신미술관 전시 정보 : https://www.nact.jp/exhibition_special/2024/keiichitanaami/
전시가 끝나고 나와보니 는개비가 살짝 흩뿌리고 있었다. 이 미술관 건축도 꽤 흥미로운데 다음에 또 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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