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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bc 대(對) 일본전에 대한 온갖 잡상
    My beloved BASEBALL/잡설 2009. 3. 19. 14:06
        일본에 있는 친구와의 통화  


    일본에 있는 오랜 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분명 일본 시간으로 정오가 지났는데, 이제 잠에서 깬 목소리다. -_-; 
    막 자다 깨나서 내 목소리도 못 알아듣길래,
    "아메리카에서 전화거는 사고전서다 이너마!"
    "오 아메리카 사고전서~~ 엇 야구 시작하지 않나? 텔레비전 켜야겠다."

    아니 도대체 난 미국에 있는데 미국에서 하는 야구를 볼 수가 없다. espn에서는 줄창 농구 경기만 보여준다. (심지어 미국과 푸에리토리코 전도 중계하지 않더라. wbc 넘 찬밥이야 으흑 ㅠ.ㅠ)

    결국 근 한 시간 정도를 그 친구의 중계를 들어야 했다. 야구 경기를 그닥 본 적이 없는 친구지만 H2나 터치 등 만화를 많이 봐서 야구 용어를 능숙하게 구사해서 날 놀래켰다. "엇 지금이 클린업 트리오인가봐" 라길래, 내가 얼~ 했더니 "왜 그래 나 맞춰잡는 투수도 알아." (귀여운 것 ㅋㅋ)

    친구는 그 누구보다도 승부욕에 불타 오르고 있었다.

    "내가 저번에 콜드게임 패를 하고 나서 얼마나 분했는 지 알아? 텔레비전만 키면 김광현 얻어 터지는 것만 보여주고, 계속 지는 장면만 보여준단 말이야. 내가 이 꼴은 못 본다구!!!"

    하긴 그러고보니, 일본에 있으면 일본 이긴 경기를 얼마나 많이 보여주겠는가, 한국이 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결정짓는 마지막 병살타 장면을 인이 배기게 리플레이 해주듯이 ㅋㅋ

    "야 그런데, 왜 한국 선수들은 다 그래?"
    "뭐가"
    "일본 친구들이 한국 선수들은 샐러리맨 같대. 무슨 계장 정도 되어 보이는 퉁퉁한 아저씨들이 야구한다고 다들 놀라워 해"

    하긴, 내가 오랜만에 다시 야구를 보았을 때 엄청나게 불어난 몸집들에 놀랐었고, 이승엽 선수 덕분에 일본 야구를 보면서는 아니 저들은 아직도 저리 날씬한가 하면서 또 한번 놀랐던 기억이 난다.

    "투수가 다르빗슈야~ 나 얘 좋은데~"
    하며 잠시 울상이던 친구는 그래도 질 수 없다며 전의를 다진다.

    친구는 다들 뚱뚱하다며 구박하다가,
    "엇, 지금 나온 Lee J. Y.는 날씬해~" 타선을 생각해보니 이진영이길래
    "음, 얼굴을 봐, 한국에선 별명이 대갈장군이야"
    "아아...역시..."

    얼마 후에 한국 수비에서 내 친구 비명,
    "으아아아아~~!!! 어휴, 야, 대갈장군이 잡았다."
    "오 이진영이?"
    "엥, 그런데 왜 이름이 Kim H. S.지?"
    "음 그건 김현수인데"
    "헉, 얼굴 크기만 보고 이진영인 줄 알았어"

    지못미 현수... -_-; 역시 차세대 대갈장군이다.

    중간에 느닷없는 비명

    "아 또 왜?"
    "아니 왜 쟤는 저렇게 생겼어?"
    "누군데?"
    "몰라 한국 3루수고, Lee B. H야"

    아, 꽃범호를 알아뫼시지 못한 이 불충한 중생을 용서하시라 -_-;



        patriotism, chauvinism, and jingoism  

    무시무시한 봉의 근육


    우리대표팀은 또한번 일본대표팀을 꺾는 기염을 토했고, 4강 진출을 확정지으며 자그마한 태극기도 마운드에 꽂았다.

    난 태극기를 꽂는 세러머니에 대해서는 음, too much라고 생각한다. 우승한 이후에 더 적절해 보이는 행동이라는 점과, 이번 상대가 일본이 아니었어도 과연 태극기를 꽂았을까라는 생각, 즉 과열된 반일 감정의 표출이랄까. 무엇보다도 나는 '국기를 꽂는 행위'가 싫다. 극점이나 산 정상에 다다른 사람이 국기를 꽂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국기를 꽂는 행위에 버무러져 있는'정복'이라는 관념과, 남성중심, 국가중심적 이데올로기 등이 여러모로 불편하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혹여나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서 펄럭이고 있는 태기를 본다면 분명 울컥할 것이다. 이번에 마운드에 꽂혀진 태극기 사진을 보면서도, 아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뭉클해 했다. -_-; 양가감정 때문에 힘들다.

    봉과 대갈. 사진이 너무 귀엽다 ㅋㅋ

    사실, 내 관념적, 정치적 스탠스에서는 이런 엘리트 스포츠나 국가 대항전을 모두 거부하는 데, 어떻게 된 게 야구와는 감정적 연결고리가 너무 공고하여 끊을 수가 없다. 매번 이성과 감성의 괴리에 시달리긴 하지만 뭐 야구 경기만 보면 눈물 바다인지라. -_-;


    일본에 있는 내 친구는 왜 이렇게 한국 방송은 편파애국 방송이냐며 불만이다. 일본은 어떤데? 라고 물으니, 한국 선수가 잘하면 칭찬하고 한국 야구의 놀라운 성취에 대해서 대단히 경외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국가 대항전이니 편파가 없지는 않겠지만 한국처럼 적군과 싸우는 듯 심각하지는 않다고 한다. 이 부분에 백퍼센트 동감한다. 얼마전 한국이 일본을 1:0으로 이긴 경기의 중계를 허구연 위원의 해설로 봤는데, 대단히 불쾌했다.

    상대선수가 본헤드플레이를 하거나, 좋지 않은 볼에 손을 대면 허구연 위원은 일본 선수한테, 고맙다고 난리다. 이거 정말 그 일본 선수한테는 대단한 무례한 언사이다. 우리나라 선수를 칭찬하면 될 것을, 굳이 저렇게 얘기해야할까. 방송을 듣는 내가 기분이 나쁠 정도다. 왜 역지사지가 안 될까. 남의 나라를 무참하게 까는 행위는 방송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왜 해설을 할 때 경기를 보는 시선을 제시한다기 보다는 "들어와 들어와!" "됐어 1루로 던져" 등의 훈수나 상대방 선수를 모욕하는 얘기밖에 못하는 것일까. 뭐 SBS는 이 분야에서는 최강이다. 썩은 방송.

    우리나라 팬들이 일본선수, 특히 이치로를 폄하하는 것도 그닥 유쾌하지는 않다. 견제의 마술사인 봉중근과 일본, 더 나아가 미국 야구의 레전드가 될 만한 이치로가 벌이는 1루에서의 팽팽한 견제 승부에 대해서도 이게 왜 놀림감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기사에서 손민한 선수가 번트와 도루에 대해서 비겁하다고 했던 것에 대해서 전준호 선수가 유감을 표명했던 사건이 있었다. 손의 인터뷰를 보면서-물론 투수 입장에서는 짜증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만-매우 유의미한 공격 루트이자, 발전된 야구 기술을 대투수가 저렇게 폄하해서 되겠는가 하면서 진심으로 분노했었다. 전준호 선수가 만약 이치로 같이 1루에 나갔었다면 그는 도루, 혹은 병살을 면하거나 투수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기 위해서 리드폭을 넓혔을 것이고, 투수가 견제할 때면 몇 번이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것이다. 이건은 아주 정상적인 야구플레이이자, 빠른 발과 센스를 가진 선수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좋은 눈요기이기도 한데, 이치로의 경우는 사육이니 조련이니 하면서 까이는 것이 안타깝다. 그냥 봉중근의 놀라운 견제능력을 칭찬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되었을까? 실력과 야구에 대한 열정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치로에 대한 공박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기껏 말 하고 올리는 사진은, 이치로의 내게 너무 먼 1루. 미안 너무 웃겨서 ㅠ.ㅠ




    보너스 사진!

    별로 좋아하는 분은 아니지만 폭소.



    야구 소년 이용규의 졸업식 사진!

    하하하 귀여운 용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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