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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존에서 온 메일을 보다가...한국을 대표하는 소프라노와 뜬금없는 조감독 이야기
    What am I doing? 2009. 10. 16. 02:05

    비교종교 분야 등 불교 뿐만 아니라 종교 전반에 대해서 좋은 자료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바로 '세존'이다. (혹은 불교경전총론 사이트라 불리기도 한다.http://www.sejon.or.kr)  

    메일링 리스트에 가입했더니 가끔씩 메일이 날아오는 데 재미있는 글들도 많아서 사적인 메일을 제외하고는 가장 자주 읽는 편이다. 며칠 전 온 '업業'에 대한 메일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원래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긴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3인의 소프라노에 대한 글을 보니, '아 이 스님 오페라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그런데 스님과 오페라라니 뭔가 안 어울려. 게다가 마지막에 조안 서덜랜드까지 ㅋㅋㅋ' 웃음이 절로 난다.

    업業

    업이란 말부터 해설을 시작합니다.....아마 여러분도 십중팔구 ‘’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업은 선악을 구별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단지 내가 일으킨 모든 말과 행동 심지어는 생각까지도 포함하여, 그 얻어진 결과를 일컫는 말입니다.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다시 그 결과(
    )가 다른 과정을 거쳐, 또 다른 결과()를 만드는 것이 업의 작용이며 업의 본질인 것입니다......그런데 이 업은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작용이 결코 아닙니다. 실제로 업의 대부분은 내 의지에 의해 언제든 바뀌거나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기적 명지휘자인 카랴얀이 ‘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극찬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성대를 의학적, 물리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그 남다른 소리의 원인을 규명한 적이 있습니다. 역시 다른 사람과는 달리 선천적으로 그 목소리를 내기 적합한 성대의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조수미는 창법은 콜로라투라(coloratura:18∼19세기 오페라의 아리아 등에 즐겨 쓰인 선율 또는 그 양식, 빠른 연속음이나 떨리는 음 등 고도의 기교를 통해 노래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장르의 음악) 소프라노 라고 하는데, 화려하고 변화무쌍하며 기교가 절묘한 발성법입니다.
    조수미를 우리에게 친근하게 만들어준 모짜르트의 오페라 <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은 콜로라투라의 음악적 성격과 이 창법의 아찔한 고음과 기교를 만끽하게 합니다.
    말하자면 조수미는 콜로라투라 발성에 딱 좋은 성대 구조의 업을 타고난 셈입니다. 물론 거기에 후천적 노력이라는 업이 더해져서 오늘의 조수미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조수미와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또 있습니다. 바로 홍혜경과 신영옥입니다. 그런데, 이 두 소프라노의 창법은 조수미와 달리 리릭(lyric:서정적인 소프라노. 보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빠른 기교보다는 길게 이어지는 가락을 부르기에 적합한 음악의 장르) 소프라노 쪽입니다. 리릭 소프라노의 음악적 특징은 아주 서정적이고 편안하며, 고음이 콜로라투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끈하고 떨림의 기교를 자제하여 우아한 분위기가 일품입니다. 이 둘은 역시 리릭 창법에 맞는 목소리를 타고난 업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조수미와는 다른 업을 타고 난 셈입니다.

    또, 이들의 대비되는 업은 홍혜경과 신영옥은 미국 줄리어드 음악학교 출신이고, 조수미는 이태리 산타체칠리아 음악학교 출신입니다. 그 업의 작용으로 홍혜경과 신영옥은 미국의 오페라 극장인 메트로폴리탄이 주무대이고, 조수미는 이태리 라 스칼라 극장에서 활약 했었습니다.
    후천적인 인연의 결과로 결국 세계정상의 소프라노들이 메트로폴리탄과 라 스칼라라는 음악의 양대 산맥에 서게 된 업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음악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사족을 붙이자면, 콜로라투라와 리릭을 다 소화해 낸 현존의 소프라노로는 마리아 칼라스 이후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라고 불리우는 호주 출신의 조안 서덜랜드가 있습니다.

    이렇듯 업은 어떤 결과뿐만 아니라, 또 다른 결과를 잉태하고 있는 현재 진행의 내가 책임져야 할 모든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업이란 결국 인위적으로는 결정되어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무엇[因]에, 그럼에도 현재에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말과 행동[緣]의 결과[果]라는, 우리 삶의 연속적 단면의 하나인 것입니다.



    ※ 성법스님 저서인 '초보 천수경박사되다' 의 내용

     

    나는 다양한 음악장르를 좋아하긴 하지만 오페라/성악 등은 여타 클래식에 비해 가장 관심이 없는 편이다. 성악 장르 중에서 그나마 좋아하는 것이 오라토리오oratorio... 더 좋아하는 건 무반주로 하는 모테트motet... 특히 바흐 것. -_-;   

    아니 내가 이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여러 공연을 가봤지만 그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공연은 바로 조수미씨의 독창 무대와 Ted Neeley가 주연을 했던 Jesus Christ Superstar 뮤지컬 공연이었다. 특히 조수미씨 공연은 거의 공연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을 닦느라 고생했던 감동의 무대였다. (목소리의 아름다움으로는 가히 세계최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조수미씨보다 홍혜경씨를 더 좋아한다. 그 안정적이고 힘있는 목소리로 연기하는 오페라를 한 번 본 후 계속 언니 짱~을 외쳤다.(지금이야 공연 본지 너무 오래라 어떻게 지내시는지 잘 모르지만 -_-) 오랜만에 조수미/홍혜경/신영옥의 트리오에 대한 글이 있기에 생각나서 써본다. 신영옥씨는 상기의 두 분과 비교하기에는 좀 많이 차이나고...-_-;

    그건 그렇고, '업'의 개념 특히 '삼세유전'은 한 때 화두로 삼았었는데 난 아직도 그 화두를 풀지 못했다. 날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1년 반동안 觀한 후에 결국 그 문제를 풀었다고 하던데... -_-; 화두로 삼은지 어언 6년째다. 물론 제대로 관하지도 않았지만... 에이씨 걍 현명하고 착하게 살자. 



    뻘사족:

    오늘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조감독님. 아 진짜 잘생기셨다. 난 역시 얼빠? ㅋㅋ 김성근 감독이 '조감독 어렸을 적' 드립 하는데 귀여운 마음이 마구마구 들었다. 게다가 울 감독님! 어찌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이리도 겸손하신지. 

    감독님! SK감독 시절에도 성적 좋았어요! 비록 경기장에서 8연패의 시작-중간-끝을 지켜봐야했지만 그래도 4년동안 한국시리즈도 가보고, 쭉 2위도 해봤는데(그러다가 마지막 날 3위로 ㅠ.ㅠ) 성적 나빴다 그러면 섭섭하죠. ㅋㅋ 하여튼 겸손하고 선비같으신 우리 조감독님. 그~대~ 사랑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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