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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utting a price tag on life
    사람 사는 느낌으로다가/의미 2010. 6. 25. 02:59
    최근 경제학 개론서를 읽다가 인간의 목숨은 얼마일까(How much is a life worth?)...라는 파트를 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곳에서 경제학자들은 (감히)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있었다. 비용-편익 분석에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계산해내는 것은 경제학자에게는 일종의 사명과도 같으니 인간의 목숨은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식의 낭만적인 소리는 하지 말라면서. 그래서 약 100억. 

    그러고 보면 예전에 법원에서 생명을 빼앗은 행위에 대해 배상액을 결정하는 것을 보면서도 한동안 충격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난다. 그 사람이 살아있다면 평생 얼마를 벌지를 계산해서 그 가격만큼 배상/보상하는 것 말이다. 이렇게 되면 은퇴한 사람이나, 현재 일을 할 능력이 안 되는 사람 등의 가치는 형편 없어진다. (많은 경제학자들도 이런 식의 접근법에 대해 비판한다고 한다. 대신 경제학자들은 사람의 목숨을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공적/사적으로 제공하고자하는 (기회) 비용으로 계산하기를 선호한다. 이를테면,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거나 타기 위해서 투입되는 투자액이나 지불되는 돈 말이다. 더욱 직접적인 계산 방법으로는 자신의 생명의 위험을 걸고 어떤 일을 자발적으로 할 경우 받고 싶은 돈 액수로 생명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 있다)  

    그러다가 어제 미루고 미루던 마이클 샌들 교수의 두 번째 강의를 들었다. 그 주제 중 하나에 인간의 목숨이 얼마짜리인지에 대한 것이었다.(혹시 강의를 듣고 싶다면 클릭 -> 여기! 어제 알았는데 이 사람의 강의록이 얼마 전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더라) 여기에서 샌들은 내 생각과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생명의 값어치를 정하고 나면, 그 생명의 값어치 이상의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면 한 사람의 목숨을 포기하는 것을 과연 저어하겠는가. 그것이 비록 정말로 중요한 일이 아니더라도 위에서 말한대로 한 사람의 목숨을 100억이라고 한다면, 한 사람을 죽임으로써 100억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사람 하나의 목숨과 맞바꾸지 않겠냐는 말이다.(이 이야기를 샌들교수는 흥미있는 예를 들어 설명했다. 콜로세움에서 사자의 밥이 될 기독교인을 구경하는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만족감으로)  
     
    더불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서 한 사람의 목숨을 쉽게 포기하는 이야기들도 생각난다. 
    얼마전 봤던 타이탄이라는 온갖 신화를 짬뽕한 영화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신의 분노를 풀기 위해서 신은 한 나라를 통째로 멸망시키려고 하고, 그 백성들의 목숨을 지키려면 공주의 목숨을 바쳐야 한다. 이런 얘기 사실 진부하지 않은가. 일리아드에서 트로이로의 출정에 앞서 아가멤논 장군이 자신의 딸의 목숨을 바쳐야 하는 상황같은 거. 

    이런 예 중에 가장 교묘한 예를 최근 '충사'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봤다. 
    흉년일 때, 신체적으로 가장 약해서 곧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목숨과 풍년을 맞바꾼다는 이야기이다. 위에서 말했듯 '희생'이라는 제의를 통해 직접적으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아니고, 풍년이 들면 그 사람은 천천히 죽어가는 식이다. 어차피 오래 살지도 못할 사람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지 않을 경우, 그래서 사실상 양심의 가책으로부터 자유로울 경우 사람들은 얼마나 거리낌 없이 잔인하게(그리고 회피의 방식으로) 일을 저지르는가를 이 애니메이션은 상당한 집중력을 가지고 주도면밀하게 이야기한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유도하는 방식으를 문제를 해결했다만... 당신이라면 어떻겠는가. 한 사람의 곧 죽을지도 모르는 목숨은 흉년으로 죽어갈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보다 저렴한가. 한 사람의 목숨은 무한하기 때문에 여러 무한함으로 대적해봤자 천칭은 기울지 않는다고 말하면 지나치게 비효율적인건가) 

    그냥, 경제학 책 읽고... 그것과 최근에 본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이 생각나서 주절거려본다. 아무래도 경제학은 나랑 케미스트리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런데 그러고보면 나도 자살을 생각할 때면 내 목숨의 값어치를 계산하곤 한다. 난 주로 지금까지 나에게 사회적으로/사적으로 투자되었던 돈을 계산한다. (물론 사회적 투자는 쉽게 무시한다. 부가가치세 등으로 세금도 많이 냈다고 생각하고, 그것보다 계산이 어려워서...-_-; ) 이 정도로 부모님께 돈이 돌아간다면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라고. 알고보면 난 정말 웃긴 놈이다. 오늘 친구가 가르쳐 준 표현에 따르면 にんげんごみ. 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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