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가끔은 천당이 있었으면 좋겠다(天道是耶非耶!)
    What am I doing? 2014. 4. 25. 16:19

    나는 사후세계를 믿지 않는다. 지옥, 천국 모두 상상 속에서나 나오는 봉황과도 같은 것이고 굳이 이런 천국이나 지옥이니 하는 당근과 채찍이 없어도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윤리도덕법칙(즉 정언명령)에 따라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식의 사유방식과는 상관 없이 천당이나 지옥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다보면 논리이고 이성이고 다 필요 없으니 진심으로 천국이라도 있어서 옳은 일을 한 자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서 가장 처음에 나오는 것이 백이열전이다. 수양산에서 주려죽던 바로 그 백이 숙제의 이야기이다. 다른 열전과는 달리 사마천은 이 열전에서 유독 자신의 울분과 회한을 강하게 용출시킨다. 그는 흔히 의로운 사람이라 불리우는 백이 숙제는 왜 저렇게 굶어 죽어야 하고 도척같은 희대의 도적놈은 떵떵거리며 천수를 누리냐며 과연 하늘의 도라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혹은 있는가 없는가)라며 울부짖는다. 


    或曰:「天道無親,常與善人。」若伯夷、叔齊,可謂善人者非邪?積仁絜行如此而餓死!且七十子之徒,仲尼獨薦顏淵為好學,然回也屢空,糟穅不厭,而卒蚤夭——天之報施善人,其何如哉?盜蹠日殺不辜,肝人之肉,暴戾恣睢,聚黨數千人橫行天下,竟以壽終,是遵何德哉?此其尤大彰明較著者也。若至近世,操行不軌,專犯忌諱,而終身逸樂,富厚累世不絕。或擇地而蹈之,時然後出言,行不由徑,非公正不發憤,而遇禍災者,不可勝數也。余甚惑焉,儻所謂天道,是邪?非邪?

    혹자는 말하기를 하늘의 도는 사사롭지 않아 늘 선인과 더불어 있다 하는데 백이와 숙제는 가히 선인이라 할 수 있지 않는가. 인을 쌓고 깨끗하게 행함이 이와 같거늘 그들은 결국 굶어 죽어버렸다. 공자의 70제자 중 오직 안연만이 학문을 좋아하는 제자라 하였는데 그는 먹을 것이 없어 거친 음식만 먹다 요절하였으니 하늘이 선인에게 보답함이 어찌 이와 같단 말인가. 도척은 매일같이 사람을 죽여도 벌 받지 않고 인육을 먹는 극악무도한 짓을 하면서도 수천의 도당을 모아 천하를 횡행하였는데 결국 천수를 누리니 이는 무슨 덕을 따라서 인가. 이는 확실한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행동이 정도에서 벗어나고, 사람들이 꺼리는 일만 범하면서도 평생토록 향락을 누리고 부귀함이 여러 대에 이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길도 가려 밟고, 때가 되어야 말하며, 올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 않고, 공정한 것이 아니면 힘쓰지 아니하는데도 재앙을 당하는 자가 수없이 많으니 이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는 심히 의문스럽다. 만약에 이것이 흔히 말하는 하늘의 도라고 한다면 그 하늘의 도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史記 伯夷列傳]

    (급히 하는 발번역이라 오역이 있습니다)


    청해진해운 세월호의 안타까운 희생을 보면서 뇌리에서 사마천의 울분이 떠나지를 않는다. 죄없이 죽어간 사람들, 아직 바다 안에 갇혀 있는 생명들, 그리고 남을 구하다가 소중한 목숨을 잃은 의로운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과연 하늘의 도라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그게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에 비견되는 간악한 자들의 무책임한 행태를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억울하기까지 하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 무력하고 슬프기만 하다. 세상이 이런데 그 분들이 쉬실 천당조차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질 것 같다. 의로운 이들을 먼저 거둬가는 눈 먼 하늘의 도이니, 세상 돌아가는 이치이니 하는 것들은 야속하고 또 야속하다. 내 생각 속의 사후세계라는 빗장이라도 잠시 풀어드릴테니 의로운 자들은 현생의 고통을 이생에서라도 푸셨으면 좋겠다. 설령 정말 그 분들 가실 천당이 없다면 내 마음 속에라도 자그마한 천당을 만들어 드릴테니 부디 그 안에서 고통없이 영면하셨으면 좋겠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