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學而時習之不亦悅乎/기타등등 2016. 9. 19. 14:11


    지금까지 건축물을 대할 때에는 주로 종교적 입장에서의 상징에 치중하거나 역사적 의미, 혹은 예술적 측면과 주변 경관과의 관계성에서 바라보았다. 어쩌면 건축보다는 건축물의 공간이 품고 있는 세세한 것들에 더 신경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을 준비하다보니 평소 즐기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다 빠지고 건축물만 일정에 빼곡하다. 의미있는 건축물에 방점을 찍다 보니 결국 도시의, 도시에 의한, 도시를 위한 여행이 되어버렸다. 바르셀로나 - 가우디 건축물, 그라나다 - 알함브라 궁전, 코르도바 - 메스키타, 세비야 - 세비야 대성당처럼 말이다.

    그러다보니 건축이 도시 경관을 뛰어넘어 도시 자체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해졌다. 매번 접하던 사회학, 지리학, 역사학에서 말하는 도시가 아닌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도시가 말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도시에 관한 연관 학분 분과의 수혜를 굉장히 많이 받은 책이다. 그래서 인접 학문을 자주 접한 사람에게는 별달리 새로울 게 없는 교양 서적에 더 가까운 책이다. 그럼에도 건축가이기에 가질 수 있었던 독특한 관점도 산재해 있었다.

    이를 테면,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고찰, 골목-복도, 마당-테라스의 비교, 베트남 기념관에 대한 미학적인 설명, 교회의 폐쇄성과 절의 개방성, 마당이 없기에 더 보게 되는 TV, 미국 건축과 일본 건축 공간의 시간 사용법의 차이점, 주거 공간 마련을 위하여 허물어지는 콜로세움에 의한 도시 경관의 변화, 서울 잠수교의 의미 등이 그것이다. 결국 건축은 건축물이라는 물리적 존재에 그치지 않고 기억과 삶을 담고 있는 공간이 아닌가.

    하여, 속독으로 읽는 가운데 어떤 부분에서는 완보하듯 음미하며 읽고 심지어 받아 적기까지 하였다. 그만큼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다만, 편집 상의 몇 가지 단점이 눈에 띈다. 여러 매체에 기고를 한 글을 모은 책인지, 글쓴이의 평소 (잘못된) 언어습관이 여과되지 않은 채로 나온다. 존댓말의 용법이 틀린 것은 물론이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읽었는데도 걸리적거리는 오타가 상당하다. ㅔ와 ㅐ구분을 잘못한 것은 부지기수이고, 외소는 덤이다. 게다가 무려 2015년 출판책인데 계속 고수부지 운운한다. 부정확한 역사/과학 지식을 사실인냥 쓴 부분, 차별적인 편견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도 꽤 눈에 띈다는 점이 아쉽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