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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드] <장가행 长歌行> 잡설
    오덕기(五德記)/中 2021. 10. 18. 12:17

    <진정령>을 본 후 오랜만에 중드의 세계로 돌아왔다. 진정령 스핀오프 영화 두 편 빨리 스킵하면서 보고, <미자무강>, <투라대륙>, <베니도세계지전>, <유비>, 그리고 영화 <주선> 등을 보았으나 다들 한 편, 혹은 20분을 견디지 못하고 하차했다. 그러다가 <진정령>과 같이 시작했지만 역시 1편을 끝내고 멈췄던 <장가행>이 생각났다. 처음 이 드라마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시작했다. 조조 덕후 시절 그의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덕질의 대상이 되었던 조식의 악부시 중에 <장가행>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시대 배경은 당태종이고 주인공 이름이 장가이다.

    별안간 조식의 장가행을 드리워본다.

    <长歌行> 曹植 
    墨出青松之烟,笔出狡兔之翰。
    古人感鸟迹,文字有改判。
    尺蠖知屈伸,体道识穷达。

    이야기는 현무문의 변에서 시작한다. 당고조의 태자인 이건성의 여식이 바로 주인공인 이장가이고, 이 이장가의 사부이자 작은 아빠가 이세민이다. 아빠보다 작은 아빠와 더 사이가 좋은 이장가이지만 현무문의 변으로 이세민이 자신의 부모와 형제를 모두 죽이자 복수를 다짐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장안을 가까스로 탈출하여 이건성의 남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하여 유주로 떠나고, 삭주로 떠나고, 그곳에서 아시륵부와의 전쟁에도 휘말리며 포로로 아시륵부에도 가고, 그곳에서도 온갖 고초를 겪고, 위수의 전투에서 이세민을 돕기도 하고, 다시 낙양으로 돌아오고 낙양에서 도를 깨달은 후, 아시륵부를 도우러 가서 초원의 세력과 동맹을 맺어 당나라와 화친을 맺기 위해 노력하고, 최종 보스였던 수나라 잔당의 반란을 막고 급 최연소 빠이어족이 되어 20대에 은퇴하고 초야에 은거하는 내용이다. 그 와중에 자신을 계속 도와줬던 아시륵부의 대칸의 양자이자 응사의 장군인 아시륵준과 연을 맺게 된다.

    실제 역사 속 인물과 실제 있었던 사건을 이장가 중심으로 잘 풀어나가긴 했는데, 주인공 몰빵이 지나쳐서 나는 어느새 그 이야기에 지쳐버렸다. 그래서 주인공 커플 얘기는 대충 내용 파악만 하였다. 주인공이 주로 나오는 편은 거의 한 편을 통째로 스킵할 정도였다. 내가 관심을 준 사람들은 이세민, 사도랑랑, 그리고 메인 서브 커플인 호도와 낙언이었다. 이세민을 맡은 경락(耿乐)은 지금까지 본 이세민 역을 맡은 배우 중 가장 이세민 같았다. 메이킹 필름이나 인터뷰 목소리를 들으니 본인 목소리인 것 같았다. 정말 모든 게 완벽했다. 사도랑랑은 유해관(류하이콴) 맡았는데 진정령에서 고소 남씨의 종주 역을 맡은 사람이라 반가웠다. 역시 유해관은 앞머리를 조금 내려야 미모가 더 사는 듯. 

    장가행을 끝까지 보게 한 힘은 바로 호도와 낙언 커플의 존재였다. 주인공 커플인 아시륵준이나 이장가는 처음부터 문무를 겸비하고 이성이나 감성적으로 최강의 인물들이었다. 쉽게 말하면 발전의 여지가 거의 없는 인물들. 그래서 에너지가 고갈되어 빠이어족이 된 듯싶다. 그에 비해 호도와 낙언은 어딘가 부족했다. 비천한 신분의 호도는 두여회에 의해 무공이 고강한 꼭두각시로 키워졌다. 낙언은 지나치게 유약한 공주여서 이장가와 비교되는 인물이었고. 그러나 훗날 여러 가지 경험, 특히 낙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개고생을 하면서 크게 성장한다. 호도 역을 맡은 유우녕(刘宇宁)의 인터뷰를 보니 자신이 맡은 역은 이야기를 다채롭게 하는 배경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이렇게 많이 받을 줄 몰랐다고 하더라. 모르겠지만 나 말고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나 보다. 장가행을 봤다는 친구는 호도 역이 모래시계의 이정재 분과 같아서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해서 도대체 어느 적 얘기를 하냐고 내게 타박을 듣기도 했다. 

    온갖 유치한 장면의 향연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에 호도가 엄청 쳐맞는 장면이 있는데, 보면서 저 정도 맞으면 이가 다 나갈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흔히 말하는 강냉이 털리는 격투씬이었다. <진정령>의 왕이보도 은근 사시가 있어서 눈을 자꾸 보게 되던데, <장가행>의 호도 역을 맡은 류우녕도 사시가 약간 있어서 눈동자에 시선이 간다. 격투씬의 분장도 그렇고 이세민의 수염도 그렇고 중드 보면서 오랜만에 분장이 거슬렸다. 적국이 당나라를 자꾸 대당이라고 부르는 것도 거슬렸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무술 장면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절도 있게 관절을 꺾으면서 육박해오는 무술 장면인데 군더더기가 거의 없고 빠르고 박력 있다(무술감독 맹소규(孟少奎)).

    유치해도 끝까지 보게 만들면 잘 만든 드라마이다. 

    이제 <학려화정>을 시작해볼까 한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