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선수 오주원의 은퇴에 부쳐
    My beloved BASEBALL/잡설 2021. 11. 3. 13:23

    KBO도 작년 소형준까지 무려 40명의 신인왕을 배출하였다. 신인왕 출신 중에는 레전드가 된 선수도 있고, 이름 없이 쓸쓸하게 사라진 선수도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선수 중에 내게 유독 임팩트가 강한 선수가 있는데 그가 바로 2004년 신인왕인 오주원이다.

    그에 대한 기억은 신인왕 자체보다는 그 처절했던 2004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씩씩하게 공을 뿌리던 고졸 신인의 모습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이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이 영향을 끼쳐 중고신인 권오준 선수를 누르고 신인왕을 차지하였다. 

    당시 오주원에게 시선이 갔던 이유는 담담한 표정과 팔을 뒤로 빼는 브레이킹에서 초키 코킹 동작이 특유했기 때문이다. 난 원래 투구폼이 예쁘거나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데 오주원이 좌완인 데다가 딜리버리도 특이한데 예쁘기까지 해서 봐도 봐도 좋았다(딱히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

    하여 나름의 덕질(싸이월드 염탐)도 하였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몇 있다. 이를테면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애교심 뿜뿜하며 '大청원학원'(본인 고등학교 전경 사진과 함께)이라고 쓴 게시물, 청대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우승 사진 등등이 그러하다. 게시물도 정도에 어긋남이 없었고, 흑역사를 양산하지 않는 신중한 스타일인 듯싶었다. 댓글이나 방명록에서 선배 선수들이 투코에 대한 험담도 하였던데 오주원은 딱히 반응이 없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듬해 2년차 징크스를 겪으며 1승을 올리고 나오는 경기마다 굉장히 불안했다. 신인 시절의 당찬 모습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2년 차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못내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이후 그가 삶의 변곡점을 겪는 것을 지켜보았다. 2013년부터던가 선발과 불펜을 왔다 갔다 하며 던지던 모습도 기억난다. 다른 경기를 보다가도 오주원이 나오면 히어로즈 경기를 지켜보고는 했다. 고척돔에 놀러 갔는데 오주원이 나오면 실로 계 탄 날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길이 가고 정이 가는 선수였다.

    특히 2014년 포스트시즌 그의 활약이 기억난다. 플레이오프에서 LG를 상대로 선발투수로 등판해서 눈부신 호투를 했었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3차전에 엄청난 관록투를 던졌다. 특히 시리즈가 끝난 후 페북에 선수들 합숙 사진을 올렸는데 훈훈한 사진들 덕분에 힐링류 갑이었다. 프로야구 선수 SNS 사용의 좋은 예로 그를 들어야 한다.

    2016년 초반에 그에 대해 검색하다가 알고 보니 반년이나 병원 침대 생활을 면치 못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병이라고 한다. 주변에 이 병으로 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익히 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오주원은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기적적으로 마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2년차부터 나왔던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다 여기에서 비롯된 것인데, 어찌 보면 보낸 시간이 아쉽고, 또 어찌 보면 그럼에도 계속 프로 선수로 활약한다는 것이 대단하다.

    2019년 마무리로 좋은 활약을 하고, FA 계약도 이루었다. 16년차에 선언한 FA는 너무나도 늦깎이지만 병마를 딛고 일궈낸 성과이기에 누구보다도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2021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신인시절부터 지켜봐 온 원클럽맨이기에 그의 은퇴가 더 아쉽다. 내 기억 속 현대 왕조의 막둥이마저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 오주원은 계속 좋은 활약을 해주기를 바란다. 反正来日方长嘛!

     

     

    문득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옛짤들을 풀어본다. ㅎㅎ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