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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드] <길모어걸스(Gilmore Girls)>
    오덕기(五德記)/美 2022. 3. 24. 15:52

    작년에 추천받은 드라마. 무려 2000년에 처음 시작된 드라마인데 넷플릭스에 있다며 추천 받음.

    그리하여 2021년 7월 17일부터 시작하여 2022년 2월 16일에 시청 완료. 총 7시즌이고, 2016년에 그들의 뒷얘기가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시청 완료 후에 자동 재생되었지만 그냥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서 복습하여 지금도 다시 시즌 3까지 시청 중. 약간 부담 없이 영어공부 용으로 틀어놓기 좋은 작품이다. 중간에 중드 입덕기가 있어 손을 놓은 적이 있어 시청 완료까지 꽤 오래 걸렸지만, 영어를 위해 억지로라도 끈을 놓지는 않았다. 영자막으로 봤는데 어떤 시즌은 자막이 다 통째로 대문자여서 대문자를 빨리 읽는 능력을 배양했다. 예전에 미국 애들 중에 손글씨 써서 제출하라고 하면 모든 글자를 다 대문자로 써서 읽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잘 읽는다(그러나 이제는 필요하지 않은 능력).

    드라마 전체를 보면서 크게 감정 이입하거나 눈물 날만큼 감동적인 부분은 없었는데, 로렐라이가 루크의 양육권 관련해서 법정 투쟁할 때 보낸 레퍼런스 메일 내용을 듣다가 갑자기 우엥 하고 울기는 했다. 뭐랄까, 두 사람의 관계가 이미 결혼이 어그러지기는 했지만, 엄청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영혼의 친구같아서 더 그랬나 보다. 다시 보니 S2E01에서 루크가 로렐라이와 맥스의 결혼선물로 만들어준 Chuppah 아래에 둘이 같이 서있는 장면이 시즌 전체의 복선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건 그렇다 치고 로렐라이가 너무 루크를 아랫사람 부리듯 부린다. 그런 장면 나올 때마다, 로렐라이 양심 무엇하고 놀라기 일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작은 동네에서 사생활에 대한 보호 없이 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예전에 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긴한데, 시즌 7까지 달리고 보니, 그냥 무뎌지긴 했다. 우리로 치면 동네 망신이라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네 수준의 행위가 뻔뻔스럽게 자행되지만, 뒷담화 한번 쎄게 지나가면 끝이니 말이다. 그렇게 삶은 계속되는 거고.

    초반에는 약간 전형적인 미드라고 생각해서, 로리가 칠튼의 나쁜 애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부분에 스트레스를 있는대로 받으며 보기 힘들었는데 두 번째 보려니 아무렇지 않아졌다. 그들이 종국에 어찌 되는지 아니까 말이다. 나는 가끔 '사람이 어떻게 엄청난 고난을 견뎌내며 살아내는가'에 대한 질문에, 장이모가 영화 <인생>에서 그려냈듯이 사람은 살아가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대답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어떤 (나쁜) 일이 있을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비로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길모어 걸즈>는 그들이 어떻게 될지 알고도 다시 복습할 수 있으니 굳이 코미디 장르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고. 

    책임감 없고, 제멋대로 일단 지르고 보는 로렐라이에, 소통 안 되는 반항아 제스에, 중간이 없는 패리스에, 강압적이고 속물같은 에밀리와 리처드에, 무례한 로건에, 우유부단한 딘과 로리에, 위생관리가 잘 안 되는 수키에, 독재적 군림형 테일러에, 대충 스테레오 타입으로 어설프게 오려 넣은 한국계 가정 설정에 눈살 찌푸린 적도 있지만 아주 심각하게 그려지지는 않아서 다 저게 사람 사는 것이지 하면서 넘어가기도 또한 쉬웠다.

    나도 책 여러 권을 한꺼번에 읽는 스타일이라 엄청난 독서광인 로리가 책을 이고지고 다니는 것을 보며 이북 리더면 많은 것이 해결되는 요즘 세상이 참 좋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