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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채운국 이야기 1
    오덕기(五德記)/日 2009. 1. 15. 13:53
    WARNING: Thar Be Spoilers Ahead! 스포일러 경계령

    엘프를 사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리뷰 같지도 않은 리뷰를 써놓고 전혀 양심에 거리끼지 않았지만 그래도 채운국 이야기에 대해서는 정성 좀 들어간 리뷰 하나 쓰고 싶던 차였다. 잠 좀 자려고 하는데 채운국 이야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아서 대충 감상 한번 써보련다.




    1. 안면 인식 장애

    일본 애니메이션을 꽤 오랜만에 본다. 근 반년만에. 문득 제목이 무쟈게 끌린다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역사물!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보는 순정만화 틱한 미형의 남자캐릭터들이 주렁 주렁 나오는 애니여서 그런지 나의 고질적인 병이 다시금 발동했다. 인간들 얼굴 구분은 물론이요, 이름조차 무쟈게 헷갈린다는 것.



    남자 주인공들이 이렇게 생겨서 머리 색이나 헤어 스타일로 겨우 구분이 가능했고, 이름은 코우 슈레-, 시 류우키, 시 세-란, 코우 쇼우카, 리 코우유-, 란 슈-에-, 로우 엔세-, 란 류우렌, 코우 키진, 코우 레-신. 이 난리다. 슈레이랑 슈에이 구분 잘 못했고, 애들이 엔세이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 엔세이가 누구였더라... 도저히 안되겠다 한글자막을 보니 연청이 어쩌구, 용연이 어쩌구, 추영이 어쩌구, 겨우 겨우 일본 이름 익혀놨더니 한글 독음이 난무해서 또다시 어지러웠다. 오랜만에 도전하는 일본 만화로는 배드 초이스였단 거다.


    2. 잠시 환상게임의 공포가...

    눈 동그랗고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신 여자주인공 등장이후, 남성 미인들이 총출동하자 나는 잠시 이거 환상게임의 재림 아니야 하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여성을 위한 하렘물이라고나 할까. 그리 잘나지 않은 여성이 주위를 층층히 둘러싼 남성들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으며 수동적이고 눈물만 찔찔짜는 모습만 보이는 건 아닐까 걱정한 것이다. 미형의 남성캐러를 보는 재미는 좋지만 바보 여자 주인공을 보는 마음은 그만큼이나 답답하고 불편하다. 그러나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여자 주인공인 홍수려는 그렇게 무력한 여성이 아니었다. 채운국 이야기는 적어도 피상적으로나마 여자 주인공이 어떻게 역경을 딛고 자신의 노력으로 성장하는지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아마 대장금이 이런 느낌일까? (대장금 안 봐서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 드라마인 측천무후가 생각났다. 차라리 이야기 진행 속도를 빨리해서 나중에 나이든 홍수려가 재상이 되어 천하에 군림하는 장면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만화를 보는 도중에도 여러 번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빨간색으로 강조한 장면이 있다. 나, 이 주인공에 불만 많다는 뜻이다. 일견 홍수려의 성공기, 영웅담을 다룬듯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여자, 여타의 무력한 여주인공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 매력 없고, 존재감 없다는 거다. (비록 서사가 홍수려를 중심으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예전 샵이라는 그룹에서 이지혜와 서지영과 함께 팀을 이룬 남성 멤버 수준의 존재감이다 -_-;)



    3. 미움받지 않는 주인공을 만들고 싶은 작가의 욕심?

    홍수려는 설정상 억척스럽고 강한 여성이다. 채운국에서 두번째로 명문가인 홍씨 집안의 여식이나 가사를 돌보지 않는 아버지를 둔 덕에 어렸을 때부터 온갖 허드렛일로 돈을 벌었다. 뿐만 아니라 집안 일을 돌보면서도 학문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서당에서 선생을 할 정도로 학식까지 쌓은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만화는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홍수려, 청소하고 요리하는 홍수려, 그리고 금500냥에 혹해 후궁으로 들어갈 계약을 하는 홍수려의 모습을 1편에서 쉴새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초반에 보여준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을까. 점차 작가는 홍수려가 열심히 공부하고, 관리가 된 후에는 공무에 매진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요리면 요리, 학식이면 학식, 인물이면 인물, 집안이면 집안, 게다가 최초의 여성 과거 급제자.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무르고 겸손하기만 하다 (이쯤되면 한번쯤 천재 미소녀 마도사라고 잘난척 할만도 한데).  잠시, 아주 잠시 출세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강유와의 대화를 통해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야심만만한 모습보다는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훌륭히 맡은 바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착실한 모습이 더 강조된다. 이런거 주인공으로서는 매력적이지 않다. 다른 만화에서는 얼마나 많은 (남자) 주인공들이 눈빛을 번뜩이며 기세 등등하게 "내 앞을 가로막는 자는 다 죽이겠다." "내가 널 쓰러뜨리겠다."고 부르짖는가. "최선을 다하겠어요!" "좋은 나라를 만들거에요!" "원하신다면 내 자리를 내놓을게요!" 이딴 소리만 하는 착해빠진 개성 없는 주인공이라니 혀를 찰 노릇이다.



    그런데 작가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필시 작가는 이 홍수려라는 인물을 매우 사랑하여, 홍수려가 혹시나 팬들에게 미움을 받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무색무취의 열심히 노력하고, '성'적인 측면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흠 잡을 데 없는 순결하고 착한 여성으로 만들었으리라. 그런데 이러한 작가의 분투노력이 매력 없는 주인공에 대한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결국 채운국 이야기는 홍수려를 둘러싼 수많은 실력 있는 남성들이 홍수려라는 일종의 원석을 어떻게 다듬을 지에 대해서 고심하는 내용이고, 이는 도구적이고 타자화된 여성이라는 기성 관념의 동어반복이다. 물론 작가는 홍수려의 "관계지향적"인 여성성을 "성취지향적"인 남성성의 대항마로 삼았을 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관계지향적"인 여성성을 무기로 삼은 홍수려가 우리 모두를 다 잘 살게 한다는 이상향을 성취하는 것을 보이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남자 캐릭터들도 모두 "관계지향성"을 마구 드러내고 있고, 맹목적으로 홍수려를 보호한다. 차라리 내가 이 나라의 재상이 되겠다는 야망을 드러내는 홍수려라면 어땠을까. 자류휘의 애정공세에 대해 난 너랑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다, 꿈도 꾸지말고 꺼져라 멍청한 왕아 라고 모질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다삭순에게 오히려 강하게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건 어땠을까. 관계지향적 여성성으로 무장한 남성 캐릭터와 성취지향적 남성성으로 무장한 여자주인공 홍수려가 기존의 성관념을 깰 수 있는 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었을까?  (이런 측면에서 여자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으로 슬레이어즈의 리나를 따라가는 인물이 드물다 껄껄) 하여튼 주인공인 홍수려가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십삼희 보다 몰개성적이라는 점이 아쉽다. 무공이라도 했으면 참 좋았을텐데-_-; (이건 개인적인 희망)



    4. 손발이 오그라드는 중국적 설정
    5. 매력이 좔좔흐르는 캐릭터와 성우
    6. 결론 편은 다음에 쓰겠다 -_-;;;



    카드캡터 체리 찬조 출연 -_- 



    링크: 채운국 이야기 리뷰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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