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국이야기 리뷰를 쓰다보니 다시금 십이국기가 보고싶었다. 부담없이 아무때나 꺼내보는 슬레이어즈나 이누야샤와는 달리 십이국기와 카우보이 비밥 같은 애니는 다시 보려면 약간의 각오를 다지곤 한다. 데스노트나 강철의 연금술사도 이런 부류이다. 강력한 서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있고, 추악한 인간군상, 잔혹한 장면, 그리고 괴로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애니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십이국기는 이 조건 중 앞의 세가지가 충족되는데, 특히나 추악한 인간군상... 이거 견디기 어렵다. 설상가상, 초반에는 주인공마저 영 마음에 안 들어서 볼까말까 고민하는데 그 와중에 주인공 성격이 괜찮아지더라. 하핫 ;;
떠나가려는 내 마음을 붙잡았던 부분은 바로 오프닝.
채운국 이야기의 그 하지마리노 카제인지 뭔지 하는 오프닝에 죽도록 시달리던 나는 십이국기 오프닝 보고 온몸에 전율이 돌도록 감동하였다. 불교 탱화같은 독특한 풍취가 있고, 그러면서도 구슬프고 처절해 마음 한켠이 서늘했다.
리뷰는 다 본 다음에 하련다.
다시 한번 점점 각성하는 주인공을 지켜보면서, 마지막쯤에는 "멋있는데" 하고 절로 중얼거리고 싶다.
이번에는 영어 더빙 버전으로 본다. 난 보통 한국어 더빙=>일본어 더빙>>>>>영어 더빙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데, 십이국기만은 한국어 더빙이 음...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마냥 고풍스러운 정취가 마구 묻어나서 좀 그랬다.
지금까지 4편째 보고 있는 영어 더빙은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채운국이야기를 본 후에 뭘 볼까 고민하는 사람은 꼭 십이국기를 시청하시길.
차원이 다른 탄탄한 서사와 세계관을 접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