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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헨리5세 (1989) Henry V, St. Crispin's Day Speech
    오덕기(五德記)/등등 2009. 2. 28. 17:51

    칠협오의 "태사환궁"편을 보다가 아래의 장면을 보고 문득 예전에 본 헨리 5세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방태사를 통해서 자신의 숙부인 양양왕이 모반을 꾀하려한다는 사실을 안 황제(송 인종)의 반응은 수치스러움이었다.
    동양적 '왕도'에서는 통치자에게 반란을 꾀하려는 자가 (그것도 지근에) 있다는 사실은 황제의 부덕함을 드러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동양에서는 '덕치'를 중시했고, 순리에 따라 덕치를 행하면 반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서양사 수업을 들었을 때였다, 선생님이 헨리5세라는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자고 했을 때, 내가 헨리5세에서 가장 이상하다고 지적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영화는 방탕한 헨리 5세의 왕자시절을 보여주더니, 프랑스로 원정을 떠나기 직전에는 프랑스에 매수되어 그를 배신하려던 귀족들을 처벌하는 사건을 묘사한다. 항상 '덕치' '인화'를 중시하던 동양적 관점에 따르면, 초장부터 왕에게 반역하는 무리가 있다는 것은 헨리 5세가 부적절한 왕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러한 에피소드는 헨리 5세가 부덕한 왕임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영화의 전체적인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서양적 관점에서는 반란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보다도 이 반란을 색출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보여줌으로써 헨리 5세가 위대한 왕임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였다.

    같은 에피소드에 대한 선생님과의 관점 차이에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영화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바탕으로 영화화한 것인데, 영화 중간 중간 연극적 장치를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아래 헨리 5세가 혈전을 치르기 전에 군사들을 향해 하는 감동적인 연설. (이것이 그 유명한 성 크리스핀 데이 연설)


    이 분(Kenneth Branagh) 연기 참 잘 한다.

     


    St. Crispin's Day Speech
    WESTMORELAND. O that we now had here
        But one ten thousand of those men in England
        That do no work today!
     
    KING. What's he that wishes so?
        My cousin Westmoreland? No, my fair cousin;
        If we are mark'd to die, we are enow
        To do our country loss; and if to live,
        The fewer men, the greater share of honour.
        God's will! I pray thee, wish not one man more.
        By Jove, I am not covetous for gold,
        Nor care I who doth feed upon my cost;
        It yearns me not if men my garments wear;
        Such outward things dwell not in my desires.
        But if it be a sin to covet honour,
        I am the most offending soul alive.
        No, faith, my coz, wish not a man from England.
        God's peace! I would not lose so great an honour
        As one man more methinks would share from me
        For the best hope I have. O, do not wish one more!
        Rather proclaim it, Westmoreland, through my host,
        That he which hath no stomach to this fight,
        Let him depart; his passport shall be made,
        And crowns for convoy put into his purse;
        We would not die in that man's company
        That fears his fellowship to die with us.
        This day is call'd the feast of Crispian.
        He that outlives this day, and comes safe home,
        Will stand a tip-toe when this day is nam'd,
        And rouse him at the name of Crispian.
        He that shall live this day, and see old age,
        Will yearly on the vigil feast his neighbours,
        And say 'To-morrow is Saint Crispian.'
        Then will he strip his sleeve and show his scars,
        And say 'These wounds I had on Crispian's day.'
        Old men forget; yet all shall be forgot,
        But he'll remember, with advantages,
        What feats he did that day. Then shall our names,
        Familiar in his mouth as household words-
        Harry the King, Bedford and Exeter,
        Warwick and Talbot, Salisbury and Gloucester-
        Be in their flowing cups freshly rememb'red.
        This story shall the good man teach his son;
        And Crispin Crispian shall ne'er go by,
        From this day to the ending of the world,
        But we in it shall be remembered-
        We few, we happy few, we band of brothers;
        For he to-day that sheds his blood with me
        Shall be my brother; be he ne'er so vile,
        This day shall gentle his condition;
        And gentlemen in England now-a-bed
        Shall think themselves accurs'd they were not here,
        And hold their manhoods cheap whiles any speaks
        That fought with us upon Saint Crispin's day.[각주:1]

    성 크리스핀 데이 연설

    웨스트모어랜드
    : 본국에 남아서 오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병사들 중에서 10,000명이라도 여기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누군가? 내 사촌인 웨스트모어랜드인가? 아닐세, 사촌이여, 만일 우리가 모두 전사해야 할 지경이라면, 조국에 끼치는 손실은 우리만으로도 족하네.
    만일 승리하여 살아남게 된다면 우리 군대의 인원수가 적을수록 우리들이 차지할 영예의 몫은 크게 마련이네. 신에게 맹세컨대, 한 사람의 병사도 더 바라지 말아 주게. 맹세코, 난 절대 황금을 탐내지 않네. 그리고 누가 나의 비용으로 먹고 마시더라도 나는 상관치 않네. 또한 사람들이 나의 옷을 입더라도 상관없네. 그런 외면적인 것은 일체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네. 하지만 명예를 탐내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이라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죄인이네. 아닐세, 정녕, 사촌이여, 본국으로부터 한 사람도 증원을 바라지 말게.
    신에게 맹세컨대, 내 바라기는 한 명이라도 인원이 많아져 내가 차지할 몫이 줄어들어 이 위대한 영광을 잃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네. 오, 제발 한 사람도 더 바라지 말게. 오히려, 웨스트모어랜드여, 내 군대에게 이렇게 포고하게.
    이 전투에 참가할 용기가 없는 자는 떠나가라. 그런 자들에게는 허가증을 발급해 주고 여비도 지급될 것이다. 우린 우리와 같이 죽기를 두려워하는 자들과 같이 죽고 싶지 않노라.
    오늘은 크리스핀의 축일이라 불리는 날이다. 이 날 살아남아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가는 자는 이 날의 이름이 선포되고 크리스핀 성자의 이름을 들으며 깨어날 때 설레이며 일어나리라. 그리고 오늘 살아남아 노년이 되는 자는 해마다 그 전야제에 이웃사람들을 초대하여 이렇게 말하리라, "내일은 성 크리스핀 축일이요" 라고. 그리고 옷소매를 걷어올려 상처자국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하리라, "이 상처는 성 크리스핀 축일에 입은 상처요" 라고.
    노인은 건망증이 심하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은 잊을지라도 그날 세웠던 공훈은 유리한 점들과 함께 반드시 기억해 내리라. 그때엔 우리들의 이름이 매일 쓰는 말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게 되어 헨리 왕, 베드포드, 엑스터, 워윅, 탤버트, 샐리베리, 그리고 글루세스터 같은 이름들은 그들이 주고받는 술잔 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전달될 것이고, 크리스핀 축일은 오늘부터 세상의 종말까지 영원히 그날 우리를 기억하지 않고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소수 인원인 우리들, 다행히도 소수인 우리들은 모두 한 형제이다. 왜냐하면 오늘 나와 같이 피를 흘리는 사람은 나의 형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천한 신분도, 오늘부터는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 고국 영국에서 침대에서 편히 쉬고 있는 귀족들은 이곳에 있지 않았던 것을 저주라고 생각하고 성 크리스핀 축일에 우리와 같이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자신들의 체면이 몹시 깎여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 노래

     

    아쟁쿠르 전투를 마치고 흘러나오는 이 노래는 장중하고 숙연하다.
    제목은 Non nobis, Domine (Not to us, O Lord)

    Non nobis, Domine, Domine, non nobis, Domine Sed nomini 

    Sed nomini tuo da gloriam.
    (Not to us, O Lord, not to us, But to your name give glory)

    우리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오 주여, 우리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주의 이름에 그 영광을 돌리소서
    (뭐 해석하자면 이 정도? -_-;)

    내가 이 영화를 온 몸을 사시나무 떨면서 감동해서 봐서 수업시간에도 이용해 먹고 싶은데 100년 전쟁 다룰 시간이 빠듯해서 집어치웠다. (십자군 전쟁 가지고도 10분 떠들까 말까이다)

    전쟁은 싫어하지만, 전쟁사는 좀 재밌어 하는데 (-_-;), 이 영화는 프랑스의 진흙탕에 빠진 기마부대와 장궁을 이용해 그들을 학살하는 영국 보병부대를 통해 당시의 전쟁 장면도 충실히 재연해서 중세 시대의 전쟁에 관심있는 자들에게도 대단히 흥미로운 볼거리가 되리라 본다.

    아, 또 보고 싶은데 미국 온 이후로 비위가 더욱 약해져서 전쟁 장면 이런거 못 본다~ (약한척 하기 ㅋㅋ)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