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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좋아하는 문화재 두 점
    오덕기(五德記)/등등 2009. 12. 3. 17:40
    전공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다양한 문화재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는 가끔 정신을 다 빨아먹힌 듯이 푹 빠져버리는 유물이 있다. 정신적으로 아득해지는 기분, 벅찬 감흥과 매료감, 때때로 진리와 합일 되는 느낌. 
    한낱 사람이 만든 피사체일 뿐인데 이 거대한 감정의 흐름에 넋을 잃는다.


    맨 처음 이 기분을 느꼈던 것은 석굴암의 석불을 마주했을 때였다.
    5학년 때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간 경주 여행이었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그 묘한 표정과 두툼한 몸체가 주는 안정감에 정말 오랫동안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당시에는 우연히 유리벽 없이 봤었던 것 같은데, 그 후에 다시 갔을 때에는 나와 그 사이에 있는 유리벽 때문에 감흥이 예전만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인상깊게 기억하는 첫 유물이다.

    경상북도 경주시 진현동 토함산. 통일신라시대. 국보 제24호.





    내가 사랑하는 문화재

    대학 2학년 때던가, 백제 문화권으로 답사를 갔었다. 
    그리고 그 때 갔던 무령왕릉의 유물들은 날 한동안 문화재 덕후 짓을 하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한 가장 아름다운 유물이고,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국보이다.

    무령왕릉 금제뒤꽂이/ 충청남도 공주시 금성동에 있는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의 머리꾸미개. 국보 159호.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제 뒤꽂이 장식이다. 
    머리 위에 꽂혀 있는 날아오를 듯한 새 모양이라니 저 유려하게 뽑아낸 곡선미가 탄성을 자아낸다.
    근 1년도 넘게 노트북 바탕화면으로 새겨놓고, 보고 또 보았다.
    머리 위에 꽂혀 있을 상상은 또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예쁘고 또 예쁘다.


    금제뒤꽂이 장식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재라면, 다른 나라에서 좋아하는 문화재는 바로 이것이다.

    Guanyin of the Southern Sea (Nanhai Guanyin), 11th-12th century/95 x 65 inches (241.3 x 165.1 cm)/Nelson-Atkins Museum, Kansas City, Missouri


    한번도 실물로 본 적은 없다. 아서라이트가 쓴 '중국사와 불교'라는 책 도면에 포함되어 있었던 유물이다. 오직 그림 한 장 때문에 책을 샀었다. 목재 위에 다채롭게 색을 입히고, 너무나도 요염하게, 그러나 편안하고, 부드럽고, 잔잔하게 표현된 이 목조채색관음보살상은 지금까지 본 가장 아름다운 조상이었다. 이 하늘 하늘 흐느적거림 속에 꼿꼿함이라니!
    요나라 시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요나라 때나 금나라 때의 작품을 보면 기존의 송나라 시대와는 다른 화려함과 유연함이 보인다. 그리고 이 작품은 아마도 그 것의 대표일 듯. 뭐랄까. 이민족의, 혹은 오랑캐라고 업신여겨지는 사람들의 자유로움이랄까.


    과문하여 내가 꼽을 수 있는 것은 이 둘 뿐이다.
    기대가 된다. 내가 최후의 만찬을 볼 때는 어떤 기분이 들까. 시스티나 성당 천장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꺄하하하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