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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환상마전 최유기 (幻想魔伝 最遊記, saiyuki)
    오덕기(五德記)/日 2009. 3. 8. 18:58

    ※ 경고: 정신건강을 위해서, 최유기 팬은 이 글을 스킵해주세요.

    3주간의 짧은 겨울 방학 동안 봤던 수많은 애니 중에서 중도에 보다가 만 것이 세 가지 있는데, 엘프를 사냥하는 사람들, 건담 W, 그리고 최유기가 그것이다. (적어도 5편 이상씩은 본 것)

    건담 W은, 대학교 1학년 때에도 봤다가 (너무너무 재밌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심, 군국주의 등 여러가지 병맛 설정 때문에 '정치적 이유로' 보다가 멈춘 것이었는데. 이제는 확실히 내 취향에서는 벗어났다는 생각에 재시도도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엘프를 사냥하는 사람들은 다른 글에서 이야기 했고, 이번에 말하고 싶은 것은 환상마전 최유기이다.

    진짜 웬만하면 최유기는 시리즈 1이라도 끝까지 보고싶었다. 영어와 일본어 dual 오디오로 구한데다가, 서유기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서유기>, <대당서역기>, 현장법사에 대한

    영어로 된 흥미있는 애니메이션

    수업 자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꾹 참았다. 꾹. 꾹. 결국 한 17편 정도에서 멈춘 듯 싶다. 불굴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왜 시청을 멈추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분명 경고했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내가 예상했던 서유기 내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당나라 장안이 나오긴 하는데, 서역에 가는 이유는 불법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서유기에서 캐릭터와 서쪽으로 가는 길에 요괴를 만난다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같은 게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고전과 현대극의 퓨전이라 삼장법사는 담배를 뻑뻑 피우고, 총을 쏴댄다. 뭐 이 부분이야 내 필요에 부합하지 못했을 뿐이기 때문에 최유기를 보았고, 보고있고, 보려는 사람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둘째, 삼장법사 영어판 성우를 맡은 David Matranga가 끊임없이 서부의 무법자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총 쏜다고 건맨 목소리를 내면 어떡하냐. (<카우보이 비밥> 영어 더빙에서 스파이크를 맡았던 Steven Blum도 그저 카우보이일 뿐인 목소리를 내서 날 괴롭혔었다. -_- 스파이크가 그런 목소리일리는 없다구!!!)  삼장법사의 대사가 많을 때마다 일본어 dual audio로 세키 토시히코 목소리 듣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삼장법사는 주인공이다 주인공! 사실 이 부분도 일본어 더빙이나 한국어 더빙으로 보시는 분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 일본어 더빙을 맡으신 분들이야 쟁쟁한 분들이고, 한국어 더빙은 들어본 적은 없지만, 성우 면면만 봐도 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시호, 김환진, 김승준, 김영선, 손원일, 김민석님 등이 총출동 했으니 물어 뭐하겠는가)

    셋째, 작화. 1화를 보는 순간 베스트애니메(bestanime.co.kr)에게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뭐가 "여성팬들을 고려하여 미형캐릭터에 포커스를 두었다"는 거냐!!!!!

    내가 맨 처음 본 얼굴은 이 사람이다.


    삼장을 처음 보고, 오오라 아름답구나! 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단한 안목이다. 표현주의를 이해하다니. -_-;



    뭐, 계속 보다보면 캐릭터 자체를 좋아할 수는 있겠지만, 난 중간 중간, 삼장의 얼굴형을 볼때마다 뭉크의 <절규>가 생각났다. 얼굴형이 똑같지 않은가! -_-; (삼장팬들 거...거기 돌 내려놓고 말로...;;)


    뭐,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 다르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형을 다른 사람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작화에 대한 비판은 극도로 주관적인 평가이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삐쩍마르고 선이 가는 고죠, 하카이, 고쿠, 산조의 생김 생김은 별로였다.

    참, 영어나 일본어로 보면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 이름때문에 생각나는 <날아라 슈퍼보드>의 망령을 지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팔계야! 오정아! 이러면 저절로 <날아라 슈퍼보드>의 캐릭터들이 떠오르면서 감정 이입이 극도로 안 되는 상황에 봉착할 것이니 말이다. 하카이! 고죠! 이러면 절대 저팔계나 사오정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ㅋㅋ

    넷째, 작화보다 더 심한 것은 퀄리티이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애니 최유기는 셀+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플래쉬 애니메이션에 가까워 보인다. 액션 장면을 보면 무슨 말인지 확연하게 와 닿을거다. 지나치게 프레임을 아낀다는 기분이 든다. 뭐, 최유기에게 강렬하고 화려한 전투 장면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뭐가 어떻고 저쨌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닌가. 손오공이 뛰어가고, 불빛 반짝 반짝하고, 적이 꼬꾸라지면 그걸로 끝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프레임에 대해서 오~ 새로운 기법이야~ 저렇게도 표현할 수 있겠구나~, 잔인하지 않아서 좋아! 이러다가, 중반 이후로 가면서, 차라리 변신소녀물 마냥 쓰던 화면을 계속 우려먹는 한이 있더라도 좀 성심성의껏 프레임을 늘려서 그리란 말이다! 하면서 분개하게 된다. 화면 전환이 안 되어서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배경음악 빠방하게 깐다고 다가 아니다. 내가 이 만화를 보다가 멈춘 까닭은 바로 이 넷째와 다음에 말할 다섯째 이유가 가장 크다.

    다섯째, 재미없다. -_-; 내용이 박진감 넘치는 것도 아니고, 이왕 선악구도 그렸으면 둘 간의 긴장이 팽팽해야 하는 데 그렇지도 않고,

    주인공들에게 내쳐질 것이 뻔한 별 개성없는 적들이 나와서 설치는 식의 에피소드 진행에는 이골이 났다. 게다가, 주인공 캐릭터들의 슬픈 과거 이야기는 너무 뻔해서 울림이 없고, 상상력이 훌륭해서 이누야샤 마냥 각 요괴마다 온갖 괴이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난무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캐릭터들; 베스트애니메의 등장인물 소개에서 누구는 말보로 레드를 피우고, 누구는 하이라이트를 피운다는 식의 설명을 봤을 때부터 대충 감 잡고 보지 말았어야 했다.(<엘프를 사냥하는 사람들> 캐릭터 설명을 보고도 시청한 것과 같은 실수였다.) 캐릭터는 자기 혼자 감정이 넘쳐서, 난 아직 충분히 그 이야기에 빠질 준비가 안 되었는데, 감정 과잉되고 난리이다. (다른 말로 폼생폼사라 하겠다.) 스토리 진행도 유치하고, 대사도, 캐릭터들간의 관계 설정도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유기가 인기가 많고, reload니,  reload gunlock이니, reload burial ova까지 나온 것을 보면 뭔가 이유가 있긴 할거다. 아마 빠방한 성우진 때문이 아닐까? -_-; 동인 때문인가?

    오프닝은 괜찮았다. ^^; (병주고 약주기 신공)
    최유기 오프닝, For Real



    영어 더빙 버전을 보고 싶으시다면, 잠시 감상해보세요~!


사고전서의 옳게 치우치기